소셜미디어의 프로필 사진을 통해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을 드러낸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에 따르면, 개인들은 다른 사람과 접촉할 때 자신에 대해 상대방이 가질 만한 인상을 통제·유도하려고 애쓴다. 이를 위해 자신의 설정, 외모, 태도 등을 바꾼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연극 공연에 비유했다. 각 개인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공적 영역에선 무대 위 배우처럼 ‘연기’한다는 것이다. 사적 영역으로 돌아가면 자신의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을 버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흔히 ‘초연결 시대’라 불린다.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기기의 이용 수준이 아주 높은 데다 그것들이 쉽게 연동되기 때문이다. 초연결 사회의 개인에게는 홀로 존재하는 ‘고립된’ 순간이 많이 허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의도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은 시간에도 사적 활동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드러나고 기록된다. 그런 이유로 초연결 사회를 사는 현대인들은 가상공간과 현실공간 사이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우리는 항상 마치 누군가의 앞에 있는 것처럼 타인의 시선을 ‘무의식적으로’ 의식하며 연기해야 한다. 연기하는 개인은 자신의 부정적 측면보다 긍정적 측면을 더 부각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각 개인들이 철저한 자기검열과 통제를 일상적으로 시행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프로필 사진은 공적 노출이자 연기 행위

소셜미디어의 프로필 사진은, 개인들이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대표하기 위해 사용하는 매체다. 언론학자 김연주는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에서 공(公)과 사(私)가 교묘하게 배합된 가상공간을 발견한다. 사람들은 프로필 사진을 통해 자신의 감정 및 심경의 변화, 신분, 취향, 경험과 근황, 사회적이거나 개인적인 메시지를 타인들에게 전달한다. 프로필 사진, 그리고 이와 함께 제공되는 간략한 메시지 등은 개인들이 무대 위에 전시되는 자아를 만들어내고 강화해나가는 수단인 셈이다. 즉, 타인에게 점검받을 가능성에 대비한 일종의 공적인 노출이며 ‘연기’ 행위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카카오톡 같은 소셜미디어의 프로필 사진을 철저히 자기 관리의 도구로 간주하고 통제하지는 않는다. 언론학자 김연주는 프로필 사진의 연출 행위를 눈팅형, 귀차니즘형, 전시형, 개방형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언뜻 느끼기엔 ‘전시형’은 자신의 공적 노출을 철저히 관리하지만 ‘귀차니즘형’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김연주는 4가지 유형 모두가 프로필 사진에 어느 정도는 관심을 갖고 관리하며, 이는 ‘초연결된 사회’의 특징이라고 갈파한다. 사실 나 자신도 지인들로부터 프로필 사진을 바꾸라는 요구를 듣고 사진을 바꾼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

프로필 사진은, 대화를 중심으로 하는 카카오톡이라는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부가적인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하나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프로필에 들어가 있는 하나의 사진이 그 당사자에 대해 굉장히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개인들이 대화창에 있는 작은 사진 한 장을 위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기 기획과 연출의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가 말한 것처럼 온라인 세상의 사진을 통해 우리는 고정되지 않은, 계속해서 구성되는 가변적 자아의 모습을 갖게 된다. 초연결된 공간인 온라인 세상은 우리 자신을 ‘연기하는 공적 존재’로 만든다.

기자명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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