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은 웹상에서 사진·영상·인포그래픽·글·오디오 등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인쇄 저널리즘에서는 사진이 시각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지만, 멀티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환경에서는 수용자들의 욕구가 좀 더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변화하면서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급변하는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수용자들은 사진과 글을 바탕으로 하던 인쇄 매체의 글 읽기 방식보다는 유튜브 콘텐츠와 비슷한 동영상 방식의 콘텐츠를 더 선호하게 되었다.

포토저널리즘에서 사용하는 새로운 용어 가운데 ‘오리너구리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다. 일단 오리너구리라는 용어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오리너구리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가장 원시적인 단공류 포유류이며 난생(卵生)이다. 태즈메이니아섬을 포함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동부에 서식하며 특이한 몸을 가지고 있다. 수컷 오리너구리는 발톱이 독샘과 연결되어 있고, 포유류 중에서는 유일하게 독을 쓴다.

오리너구리 프로젝트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도록 사진에 동영상, 음성 등과 같은 다양한 멀티미디어 요소들을 혼합하는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말한다. 주둥이가 오리처럼 생긴 포유류인 오리너구리의 모습을 연상해서 두 가지 포맷이 하나로 합쳐진 멀티미디어 취재 방식의 이름으로 차용한 것이다. 포토저널리스트가 멀티미디어 환경을 위하여 스토리의 기획, 조사, 기사 작성, 스틸사진 촬영, 비디오 촬영, 편집 과정을 모두 처리하고, 신문이나 잡지를 위한 스틸사진 프로젝트와 인터넷 및 텔레비전을 위한 양질의 비디오 제작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와 같은 많은 신문사의 웹에디션들은 비디오·사진·인포그래픽·오디오 등을 결합한 형태의 인터랙티브 멀티미디어 포토저널리즘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다. 이제 사진기자나 일반 기자 모두 비디오를 만들고, 사운드를 수집하며, 스틸사진도 촬영하고 편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포토저널리스트에게 멀티미디어 저널리즘은 단순히 비디오 저널리스트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멀티미디어 플랫폼 미디어스톰(Media Storm)의 총괄책임자인 브라이언 스톰은 오히려 디지털 시대의 진보 가운데 포토저널리스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리를 담을 수 있게 된 점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에 사진이 가지게 된 가장 중요한 도구는 영화와 같은 효과를 만들기 위해 소리를 모으고 오디오와 스틸 이미지들을 결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사진저널리스트가 촬영 당시의 소리를 모으고 피사체를 인터뷰하는 것은, 다큐멘터리 사진 혹은 에세이가 가진 단순함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바뀌면 접근방식도 변해야

오리너구리 프로젝트는 우리로 하여금 급변하는 멀티미디어 시대에 포토저널리스트가 어떤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구사해야 하는지 자문하게 한다. 무조건 멀티미디어 방식을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더 많은 수용자에게 좀 더 매력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려면 우리가 어떤 방식의 이야기꾼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사용하는 미디어가 바뀌면 기본 접근방식 자체가 변화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개념의 지면(紙面)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새로운 환경으로 그 지평이 확장되고 있다. 새로운 환경 변화에 맞춰 진화하는 수용자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꾼이 필요한 때다.

기자명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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