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주 세월호 생존자들이 국가에 던지는 질문 [세상에 이런 법이]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파란 바지’의 의인,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는 10년 전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국가 구조 기능이 마비됐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들을 구해 우리 사회 의인으로 등극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4년 전이다. 김씨는 국회 앞 시위 도중 자해로 이송된 병원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로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6년 만에 그는 의인에서 피고인이 되었고, 나는 그의 변호인이 되었다.의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부심과 행복은 고사하고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던 그를 변호하기 위해 제주를 오가며 나는 제주 세월호 생존자 23명의 안건 전수 분석해보니 ‘역대급’ 선방위는? 이은기 기자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됐다. MBC ‘대파 보도’ 심의 등으로 비판을 받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22대 총선 선방위는 선거 30일 뒤인 5월10일까지 운영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방송 보도와 통신 내용을 심의하고 감독하는 상설 기관이다. 명목상 민간 독립기구이지만, 방심위원 임명과 해촉 권한이 있는 정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 선방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관련 방송 보도가 집중되는 기간에 일시적으로 운영된다.제22대 총선 선방위에는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줄곧 따라 재심 피고인은 법정에 오지 않는다 문상현 기자 피고인은 오지 않았다. 변호인과 검사, 재판부가 법정에 차례로 들어와 각자 자리에 앉을 때도, 재판장이 재판 시작을 알릴 때도 나타나지 않았다. 응급 상황이나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할 긴급한 일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미리 법원에 불출석 허가를 받지도 않았다. 피고인은 앞으로도 법정에 오지 않는다. 올 수 없다. 그는 재판 보름 전 세상을 떠났다.피고인은 무기수 장동오씨다. 2003년 7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선고돼, 21년째 복역 중이었다. 보험금을 노리고 전남 진도군 송정저수지에 자신이 운전하던 화물 트럭을 고의로 그가 남긴 질문 “나는 민주시민인가 고객인가” 신혜림 (CBS 유튜브 채널 ‘씨리얼’ PD) 부고를 듣고 나서야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 경우가 너무 많다. 2024년은 내게 홍세화가 떠난 해이자, 홍세화를 알게 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선생의 부고 소식이 들려온 직후 정말 많은 사람이 그에 대한 기억, 그와의 직접적 인연을 이야기하며 추모했다. 무엇 하나 절절하지 않은 사연이 없었다. 프랑스로 망명해 난민이 된 지식인. 전무후무한 베스트셀러 저자. 숨을 거둘 때까지 과거에 몸담았던 매체를 걱정한 언론인. 어려운 시기를 맞닥뜨린 진보 정당의 대표직을 기꺼이 감당했던 정당인. 생활고로 작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지원한 사회운 불기소처분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혜온 (변호사) 나는 열심히 ‘킬 시키는’ 기자 부류에 속했다. 기사를 쓰라는 지시를 받아도 사실관계가 틀린다거나 기사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을 언론계에서 ‘킬 시킨다’고 한다. 이 기사는 이래서 기사 가치가 없고 저 기사는 저래서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하니, 아마도 업무를 지시하는 선배는 답답했을 터이다.일을 잘하는 직원으로 평가받으려면 어떻게든 ‘일이 되게 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 안다. 그러나 기자 시절을 되돌아보며 변명을 하자면, 킬 시키는 일도 기사 쓰는 일 못지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기사를 쓰기 어려운 열사 호칭 어색하지만 잊히지 않으려면 강릉·이상원 기자 5월1일 노동절은 김선희씨 가족에게 기일이다. 지난해 5월1일 김씨의 남편인 건설노동자 양회동씨가 몸에 불을 붙였다. 경찰이 양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건설사에 조합원 채용 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공갈·업무방해를 했다는 혐의를 뒀다. 보름 뒤 〈조선일보〉는 ‘분신 현장의 건설노조 간부가 양씨를 막지 않았다’는 기사를 냈다.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보도를 인용해 의혹을 증폭시키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올해 3월 경찰은 해당 노조 간부를 불송치(각하)했다. 자살 방조 혐의가 없다고 본 것이다.양회 재난의 공동체 무정과 동정을 넘어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정조 1년(1777년) 초여름 가뭄이 심했다. 정조의 일기 〈일성록〉 5월15일자에 가뭄 이야기가 나온다. 왕이 말했다. “어제는 비가 올 듯한 기미가 매우 다분했는데 끝내 비가 내리지 않았으니 너무도 안타깝다. (중략) 천시(遷市, 시장 옮기기)는 몇 차에 행하는가?” 예조판서 홍낙성이 대답했다. “11차에 행한다고 합니다.” 왕이 한탄했다. “선조(先朝)께서 늘 중대하고 어려운 일로 생각하여 거행하지 않았었다.”농경사회에서 가뭄은 심각한 위기였다. 통치의 기초가 흔들리는 재난이 될 수도 있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천시 또는 사 [단독] 역대 선방위 안건 전수 분석, 이번 선방위가 ‘역대급’ 이은기 기자 제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에는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줄곧 따라다녔다. 4월24일 기준 22대 총선 선방위가 의결한 법정 제재는 모두 26건이다. 아직 22대 총선 선방위 종료까지 보름가량 남았지만,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그림 1〉 참조). 2008년 현 방심위가 신설된 이후, 2012년 제18대 대선 선방위가 지금껏 가장 많은 법정 제재 17건을 의결했다. 이어 2016년 제20대 총선 선방위가 14건이다. 나머지 선방위가 내린 법정 제재는 5건 내외에 그쳤다. 2012년 제19대 총선 선방위는 법정 제재를 한 대파 논란에서 밝혀야 할 저널리즘적 사실 [미디어 리터러시]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이번 총선의 주인공 중 하나는 대파였다. 3월18일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 물가 점검차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에 방문한 당시 할인 행사 중인 대파를 두고 “대파 한 단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는 보도 이후 대통령이 현실 물가를 모른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총선 판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대파 보도의 여파는 영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민원이 제기됐고, 위원회가 선거방송 특별규정 제12조(사실 보도), 포괄규정 제8조(객관성) 등을 적용해 이 건을 심의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연합뉴스〉 3월26일)가 선거 6일 전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의 있습니다 [박성철의 ‘새 법 다오’] 박성철 (변호사)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하는 조항이 선거법에 있다. 선거일 6일 전부터 선거일 투표 마감 시각까지 금지한다. 언론인만 지켜야 하는 법은 아니다. 누구든지 적용 대상이 된다.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선거일을 앞두고 이른바 ‘블랙아웃 기간’을 둔 까닭은 무엇일까. 흔히 밴드왜건 효과를 이유로 든다. 여론조사가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졌더라도 결과가 알려지면 투표자들이 승산 높은 쪽으로 더 쏠리게 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언더독 효과를 말하기도 한다. 불리한 편을 동정해 플라스틱 오염 없애는 ‘위대한 여정’이 시작됐다 이오성 기자 우리는 할 만큼 했다. 날마다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며 죄책감에 시달렸고, 배달 음식 용기는 박박 설거지를 해서 내놓고는 했다. 웬만한 전자제품 설명서보다도 난해한 분리수거 매뉴얼을 붙들고, 하나라도 더 살려보겠다고 골머리를 앓았다. 텀블러와 장바구니는 필수, 가급적 새 옷도 사지 않으려 했다. 평범한 소비생활 속에서도 지구와 환경을 지켜보겠다는 선한 몸부림이었다.현실은 우리의 선의를 받쳐주지 못했다. 아무리 애써봐야 결국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0%대에 머물렀다(세계적으로는 9%에 불과하다). 우리가 분류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죄책감에 시달리지 말자” 이오성 기자 BFFP(Break Free From Plastic)는 우리에게 낯선 단체다. 이름 그대로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운동을 펼치기 위해 2016년 결성된 글로벌 환경단체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을 비롯해 전 세계 3000여 개 단체가 소속돼 있다. 이 단체 국제 정책 고문을 맡고 있는 이세미 변호사를 만났다.플라스틱 국제협약의 목표가 뭔가.플라스틱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없애자는 것이다. 지금 플라스틱 완제품에 1만6000개 이상의 과몰입과 무관심 사이, 선거보도 영역 넓히려면 [미디어 리터러시] 김보현 (<뉴스민> 기자)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꼭 물어본다. “선거 시즌인데, 뭐 재미난 거 없어?” 보수정당이 대구에 내리꽂기 공천을 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진보정당의 위기를 어떻게 보는지 물어봤다간 ‘갑분싸’ 될 가능성이 있으니 내 딴에는 돌려 돌려 물어본 셈이다. ‘우리 동네 후보는 하이디라오 춤 춘 릴스(인스타그램 숏폼) 대박 났던데 봤어?’ ‘우리는 현역 국회의원이 이번에 또 나오더라’ ‘부모님이랑 선거 얘기 하다가 싸웠어’ 같은 이야기가 나왔으나 대화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는 않았다.선거 보도 탓도 있다. 유권자 중심, 정책 중심이어야 하는 초3부터 직장인까지 의사가 되려 한다 이상원 기자 수요일 낮 3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는 기이한 침묵이 흘렀다. 거리에 사람은 많았다. 노란색 밴에 탄 초등학생부터 시내버스를 채운 고등학생까지 학생들이 계속해서 대로로 쏟아져 나왔다. 일부는 길가의 큰 학원 건물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골목에 입간판을 세운 상가로 향했다. 대부분 말없이 발걸음을 재촉할 뿐 10대 학생 특유의 떠들썩한 소리를 내는 이는 드물었다. 탕후루를 먹으며 걷는 학생조차 얼굴은 굳어 있었다. ‘DFLHS’라고 적힌 체육복이 특히 많이 보였다. 올해 서울대 합격자를 전국 두 번째로 많이 배출한 한 외국어고등학 바보야, 문제는 여론조사가 아니야 장슬기 (MBC 데이터 전문기자) “이번 총선을 생각하면 어떤 감정이 드십니까?” 총선 직전인 3월25~28일 실시한 MBC 패널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절반은 ‘분노(47%)’라고 답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새로운 국회 구성원을 내 손으로 뽑는 희망적인 과정에서 느끼는 주요한 감정이 ‘분노’라니. 2년 전 대통령 선거의 주재료였던 ‘전례 없던 비호감’이 푹 고아져 상대 진영에 대한 ‘분노’로 찐득해진 걸까.175석, 108석, 그리고 12석. 누구의 의지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전선은 100석에서 형성됐고, 전선을 뚫지 못한 쪽 학생 다툼 뒤 날아온 수천만 원 손배 소장 홍민정 (변호사) 2013년 변호사 개업 신고를 하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시민단체에서 만 10년을 일했다. 교육 관련 법과 제도 개선에 몰입하다가 공동대표 임기를 마치고 송무 시장에 발을 들이니 못 보던 것들이 보였다. 10년 전과 비교해볼 때 교육 현장에 변호사의 진입이 많아졌다. 폭력에 대한 민감성, 권리의식 신장과 더불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이 그 단초가 되었다.변호사의 조기 개입이 사건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학교 공동체를 회복으로 이끄는 모양새이면 좋으련만 최근에 들은 이야기는 달랐다. 장난으로 시작했다가 감정이 세월호 생존자 설수빈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마지막] 신선영 기자 세월호 생존자 설수빈씨(27)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세월호 생존자 모임인 ‘메모리아’ 활동으로 엽서를 만들고, 다른 생존자 친구들이 만든 ‘운디드 힐러(Wounded healer)’의 그림책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대학에서는 일본어를 전공했다. 담임선생님(2학년 1반 고 유니나 교사)도 일본어 선생님이었다. 생일을 맞은 반 친구에게 편지를 써주자고 제안했던 담임선생님의 흔적은 교실 곳곳에 남아 있다. 설수빈씨는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친구들에게 받은 생일 편지와 친한 친구들의 명찰을 여전히 보관하고 있다.“대학교와 직장 2학년 4반 김동혁 학생 동생 김예원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100] 이명익 기자 김예원씨(24)는 단원고에 자원 입학했다. 오빠(김동혁, 2학년 4반)가 받지 못한 졸업장을 대신 받고 싶었다. 참사 희생자의 동생이라는 걸 굳이 숨기고 싶지 않았기에 오빠와 자신의 학생증을 함께 걸고 시작한 학교생활. 하지만 학교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자신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상처받을 말과 글은 단원고 안에도 있었다. 하지만 오빠의 동생으로서 결심한 단원고 졸업. 스스로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는 않는다.“저는 오빠 졸업장을 대신 받고 싶어서 단원고에 갔어요. 생각보다 학교생활은 힘들었어요. 그 일이 일어난 학교인데, 제련소 폐쇄를 이들이 주장하는 이유 봉화·김다은 기자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은 태백산, 연화산, 삼방산, 면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경북 최북단 산간마을이다. 석포면은 낙동강이 시작되는 깊은 계곡에 자리 잡고 있는데, 그런 석포면의 정중앙에 영풍 석포제련소가 있다. 공장을 둘러싼 풍경은 을씨년스러웠다. 제련소는 산자락 단면이 훤히 보이게 골짜기를 파헤친 자리에 서 있다. 공장 주변을 둘러싼 붉은 암석들은 삭았고 고목들은 바짝 말라 있었다. 신기선 ‘영풍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회(영풍제련소대책위)’ 회장이 그것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며 오염된 물 때문에 커다란 2학년 2반 허다윤 학생 아빠 허흥환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99] 신선영 기자 딸의 유해를 찾기까지 1127일이 걸렸다. 허흥환씨(60)는 2017년 세월호가 인양되고 나서 딸의 유해 일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참사 이후 3년이 넘는 시간을 진도와 목포에서 보냈다. 2017년 9월23일, 허다윤 학생과 2학년 1반 조은화 학생은 이틀간 ‘이별식’을 치르며 장례를 대신했다. 남은 미수습자 가족을 배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다시 안산의 집과 일터로 돌아간 그는 ‘세월호를 마음 한구석에 놓고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진도와 목포에서 보낸 시간이 다 기억나지 않아요. 딸의 유해 일부를 찾은 것 말고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