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스톤 협곡, 1871년 윌리엄 헨리 잭슨이 찍은 사진이다.

많은 나라가 국토를 조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진을 사용해왔다. 특히 미국은 개척기 때부터 그렇게 했다. 19세기의 다큐멘터리 사진가였던 윌리엄 헨리 잭슨은 1871년부터 사진 조사단을 구성해서 미국 서부의 옐로스톤 고원 지역을 촬영했다. 그 사진들의 사회적 영향력은 매우 컸다. 의회로 하여금 1872년에 옐로스톤 지역을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선포하게 만들었을 정도다. 잭슨 팀의 작업은 국토의 보존 및 활용뿐 아니라, 그 나라의 자연과 시민들의 주거지 사이에 어떤 관계가 형성되어야 바람직한지 미국인들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잭슨 팀의 작업은 단지 사진을 통한 국토의 기록이나 조사에 그치지 않았다. 잭슨은 옐로스톤의 대지를 풍경사진으로 담아낸다는 전략 아래 작업했다. 장소의 특성과 생태적 상황을 기록한다는 본래 목적에서 상당히 벗어난 ‘이상화된 풍경 사진’이었던 셈이다. 그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광활한 영토를 아름다운 풍경으로 재현하고 싶었다. 옐로스톤으로부터 아득히 먼 동부 지역 미국인들은 잭슨 팀의 사진을 보면서 서부의 장대한 풍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아름답고 낯선 대지 속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미국 사회에서 옐로스톤에 대한 폭발적 관심이 쏟아졌다. 이후 잭슨의 사진 작업 방법은 앤설 애덤스 같은 예술 사진가들을 통해 더욱 발전하면서 20세기의 대표적 ‘사진 형식’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다수의 환경운동가와 학자들은 잭슨풍의 미화된 아름다운 풍경 사진이 오히려 대지를 파괴하는 데 일조한다고 주장한다. 에드워드 애비는 〈사막의 은둔자:야생에서의 한 계절(1968)〉이라는 책에서, 미국 국립공원들이 사진 촬영으로 인해 크게 훼손되었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관광객이 좋은 풍경을 잡을 수 있는 이른바 ‘뷰티 스폿’에서 단 한 장의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몰려온다는 것이다. 그들은 정작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미 관광 자료에서 보았던 사진과 똑같은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국립공원을 찾는다. 실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번쩍이는 SUV 자동차를 산악 지역의 계곡에 주차하고 주변 풍경을 촬영하는 내용의 광고들이 쏟아지는 것도 사람들의 이러한 행위를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닐까?

환경파괴를 고발하는 젊은 사진가들

20세기 중반 이후 환경문제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이 나라 사진계의 풍조도 변한다. 특히 젊은 사진가들이 미국 대지의 변형에 경각심을 갖고 환경파괴를 신랄하게 고발하는 작품들을 쏟아낸다. 여기에도 아이러니가 있다. 환경파괴를 고발한 사진가들이 ‘새로운 생태계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의 관계’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게 된다.

풍경으로서의 대지와 인간이 바꾼 풍경이라는 이 두 가지 모티브를 적절하게 조화할 수 있는 새로운 사진 미학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도 최근 정부 주도로 다수의 지역에 대한 사진 아카이브 작업이 진행 중이다.
우리 국토를 사진으로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때다.

기자명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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