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3일 오키나와 나하의 한산한 거리 모습. ⓒKyodo News

비극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비극의 여파는 계속 이어지며 결국 또 다른 비극을 낳는다. ‘소소한 아시아’ 연재 첫 번째 글에서 오키나와 이야기를 전하며 오키나와는 더 이상 장수 지역이 아니라 단명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썼다. 그 원인을 오키나와의 빈곤이라고 지목했다. 오키나와의 빈곤율은 일본 전국 1위다.

오키나와의 경제는 ‘3K’라고 불리는 세 개의 축이 전부다. 3K는 ‘간코(관광)’ ‘고쿄지교(공공사업)’, 그리고 ‘기치(미군기지)’를 뜻한다. 미군기지에서 고용한 오키나와 노동자 경제생활의 축이라고 말하기도 머뭇거려지는 공공사업을 제외하면 산업다운 산업은 관광업 하나란 이야기다. 가장 중요한 축인 관광업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1년 전부터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일본 불매운동이 일었고, 중국에서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우호적 태도 때문에 중국 정부가 자국 내 관광객 수를 조절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0년부터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닥치며 일본 내 관광객까지 급감하면서 ‘-88%’라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하면 섬 내부의 경제라도 돌아가야 하건만 이 또한 좋지 못했다. 코로나19 초기 오키나와에 코로나19를 전파한 이들은 주일 미군이었다. 알다시피 오키나와에는 전체 주일 미군의 70%가 주둔해 있고, 이들이 차지하는 땅도 오키나와 전체 면적의 8.2%에 해당한다. 주일 미군은 주한 미군과 마찬가지로 일반 공항을 이용하지 않는다. 아무리 일반 공항을 꽁꽁 틀어막고 스크리닝을 해봐야 이들은 미군기지 내 자체 공항을 이용한다. 방역이 이루어질 리 없다.

오키나와는 이로 인해 초반부터 방역에 실패했다. 방역 스크리닝이 되지 않은 미군들은 주말이면 시내로, 해변으로 쏟아져 나왔다. 긴급조치가 잦았고 그때마다 내수 소비가 사라졌다. 전후 오키나와의 부흥을 상징하는 국제거리는 유령거리가 됐다.

세대를 거듭하며 쌓이는 비극

경제가 무너지자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질 때마다 잠시 외부에 문을 열었다. 그로 인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 다시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문을 걸어 잠그는 일이 반복됐다.

8월21일 현재 오키나와의 최근 일주일간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는 279.74명이다. 일본 내 1위다. 가장 심각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낙도 중의 낙도로 손꼽히는 미야코섬으로 무려 367.96명이다. 더 나쁜 소식은, 이 소외된 땅은 백신접종률까지 일본 평균인 40%(완전접종 기준)보다 현저히 낮은 29.16%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확보한 중증 환자 병상은 이미 97%나 찼으며, 일반 병상 또한 75% 수준까지 이르렀다.

4년 전 이 연재의 첫 번째 글을 쓸 때만 해도 오키나와가 장수 마을이 아니라는 지적은 신선했다. 하지만 이제 누구도 오키나와를 놓고 장수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는다. 오키나와의 비극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쌓이고 있다.

※ 이번 호로 ‘소소한 아시아’ 연재를 마칩니다. 수고해주신 필자와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기자명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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