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다시 ‘핫’해졌다. 스페이스 엑스는 우주로 쏘아 올린 로켓을 그대로 회수했다. 우주개발은 자고로 나사(NASA)처럼 초강대국이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던 일인데, 이제는 민간기업이 자체 기술로 우주에 간다. 우주여행 시대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한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을 벌였지만 홍보용이라며 비난받았고, 이후 10년이 넘도록 우주인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대체 우주비행사 되기가 얼마나 어렵기에? 진짜 우주비행사는 어떻게 뽑고, 왜 훈련에만 몇 년씩 걸리며, 우주에 나가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오늘, 우주로 출근합니다〉는 우주비행사에 관한 궁금증을 상세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준다. 우주인을 꿈꿨던 프랑스인 토마스 페스케는 유럽우주국(ESA)에서 우주비행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한다. 지원자는 총 8413명. 그중 1000명만이 시험 치를 자격을 얻었다. 시험은 상상 이상으로 괴팍했다. 지원자의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24시간 무중력 상태인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몇 달 동안 임무를 해야 하는 우주비행사는, 강인한 체력과 똑똑한 머리만큼이나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정신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수치심을 유발하는 의학 검사까지 마치고 토마스는 마침내 우주로 나갈 최종 6인에 선발된다.

이제 본격적인 훈련이다. 그는 유럽은 물론 미국의 나사 존슨우주센터와 러시아의 스타시티, 그 밖에 전 세계를 돌며 기나긴 훈련을 받는다. ISS는 여러 국가의 협력으로 만들어졌고, 그러다 보니 함정 같은 정치적 요소도 끼어든다. 훈련에는 탄도학 같은 어려운 우주공학 이론이나 5G 이상의 중력가속도를 견디는 위험한 훈련도 있지만, 무중력 상태에서 정확하게 대변을 보는 민망한 훈련도 있다. 우주에서도 사람은 먹고, 자고, 싸야 한다. 우주에서는 아주 작은 변수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사고는 곧 자신과 동료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사소한 훈련이란 없다.

오직 우주, 다시 우주

거의 3년에 걸친 기나긴 훈련이 끝나지만 그때부터가 진짜 기다림의 시작이다. 자격을 갖춘 우주비행사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비행 기회를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훈련도 계속 받아야 하니 가족이나 애인조차 제대로 만날 수 없다. 우주비행사들은 오직 우주 하나만 바라보며 힘든 과정을 이겨낸다.

마침내 우주에 나가면 ISS에서의 모든 활동, 하다못해 어떤 드라이버를 쓰는지까지 일일이 지상과 공유하며 다양한 과학 실험과 ISS 유지보수, 지구에 사진 찍어 보내기 등의 활동을 한다. 우주 생활은 영화와 다른 점이 많다. 가령 우주복을 입고 우주로 나가려면 몇 시간에 걸쳐 적응 과정이 필요하다. 힘든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지구에 복귀한 우주비행사는 다시 우주로 나갈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우주에 중독되어 중력이 낯선 그들은 오늘도 무중력 세계를 꿈꾼다.

기자명 박성표 (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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