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영토] 직업에 귀천은 없다더니, 왜 그렇게 보세요? - 〈저 청소일 하는데요?〉 박성표 (작가) 얼마 전 서울대에서 청소 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사건을 통해 알려진 근무 환경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에서 매일 100L 쓰레기봉투를 혼자 들고 다니는 과중한 업무도 문제였지만, 필기시험을 치른 후 점수를 공개하고, 회의에 정장을 입고 수첩을 지참하라는 등 업무와 관계없는 지시가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청소, 시험은 서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육체노동을 얕잡아 보는 편견이 시험으로 드러난 게 아닐까?〈저 청소일 하는데요?〉는 청소 일을 하는 20대 김예지 작가의 이야기다. [그림의 영토]내 집 한 칸 구하기가 이렇게 힘든가요 - 〈자리〉 박성표 (작가) 부동산이 코로나19 바이러스만큼이나 우리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사실 ‘아파트’의 다른 말이다. 어느 동네, 무슨 아파트에 사는가는 이미 그 자체로 계급이다. 그래서 20억원, 30억원을 뚫고 치솟는 아파트 가격에 관심을 쏟는다. 그런데 세상에는 월세 20만원, 30만원조차 부담스러운 사람이 훨씬 많다. 한편에선 강남 아파트와 종부세로 침 튀기며 싸우는 동안, 반대편에는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피 튀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자리〉는 김소희 작가가 친구 순이와 함께 작업실 겸 자취 집을 구하며 겪는 일을 그린 자 20세기 문화 아이콘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 〈친애하는 20세기〉 박성표 (작가) 21세기도 어느새 5분의 1을 지나고 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여전히 20세기에서 사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레트로 열풍이 거세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의 취향을 만들어준 20세기 문화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리 시대의 ‘클래식’이 된 대중문화와 디자인, 라이프스타일은 사실 태어난 지 100년도 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친애하는 20세기〉는 출판·음식·건축·디자인·미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20세기의 문화 아이콘이 태어난 과정을 보여준다. 시작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다. 지구의 일기장으로도 불리는 이 잡지는 원래 학 멍청해서 ‘새대가리’라고? 큰 착각입니다 박성표 (작가) 예전에 판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판교는 첨단 IT 기업의 현대식 사옥이 줄지어 늘어선 곳이다. 회사 옆에 금토천이 흘러서 점심을 먹고 자주 걷곤 했는데, 종종 하얗고 날개가 큰 새가 유유자적 날아가다 물가로 내려왔다. 백로였다. 그저 백로 한 마리가 인간 세상에 내려왔을 뿐인데, 그 순간 마치 내가 잠깐 신선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판교가 꼭 무릉도원이 된 느낌이었다. 새 한 마리가 도시의 인상을 완전히 바꿔버렸다.새는 인간의 삶과 아주 밀접한 동물이다. 인간은 도시를 만들면서 수많은 동물을 내쫓았지만, 새를 완 한계에서 포착한 예술 포토저널리즘 박성표 (작가) 때로는 사진 한 장이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할 때가 있다. 탄성이 나오는 대자연의 풍경이나 소시민의 평범한 일상, 전쟁과 테러의 끔찍한 현장까지 한 장의 이미지에도 다양한 스펙트럼과 감정이 있다. 우리가 방구석에 앉아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사진 한 장을 위해 전 세계를 떠돌며 수고와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사진가 덕분이다. 〈스티브 맥커리:가까이, 더 가까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도사진가 집단 ‘매그넘 포토스’에 소속된 스티브 맥커리를 통해 사진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스티브 맥커리는 원래 여행과 영화를 좋아했다. 대 안 가본 지구인은 있어도 한 번으로 족한 우주인은 없다 박성표 (작가) 우주가 다시 ‘핫’해졌다. 스페이스 엑스는 우주로 쏘아 올린 로켓을 그대로 회수했다. 우주개발은 자고로 나사(NASA)처럼 초강대국이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던 일인데, 이제는 민간기업이 자체 기술로 우주에 간다. 우주여행 시대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한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을 벌였지만 홍보용이라며 비난받았고, 이후 10년이 넘도록 우주인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대체 우주비행사 되기가 얼마나 어렵기에? 진짜 우주비행사는 어떻게 뽑고, 왜 훈련에만 몇 뉴욕 미술계 주류 된 10대 소년의 ‘어그로’ 박성표 (작가) 갤러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미술계는 대중문화와는 판이 다르다. 우리는 비싸야 몇만 원이면 음반이나 영화 DVD를 소유할 수 있지만, 그림은 아니다. 세기적인 천재 화가의 작품은 종종 옥션에서 수백억 원에도 팔리는 그들만의 리그다.그런데 아주 가끔, 문턱 높은 미술이 대중문화와 만날 때가 있다. 1960년대 팝아트를 창시한 앤디 워홀이 그랬고, 최근에는 그래피티로 예술계를 비판하는 뱅크시가 있다.그런데 뱅크시보다 훨씬 앞선 1980년대에 낙서로 이름을 알린 아티스트가 있었다. 흔히 ‘검은 피카소’로 알려진 장미셸 바스키아다. 그래픽노 내 안에 숨죽인 고교 시절의 로맨스 박성표 (작가) 2020년은 유난히 길고 팍팍했다. 코로나로 무너진 일상이 언제쯤 제자리를 찾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끝을 모르는 터널 속에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 밝고 아름다운 이야기, 가슴 설레고 따뜻한 만화를 봐야 한다. 뭔가 거창한 희망을 찾아 헤매지 말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작품을 말이다.〈나의 BB〉는 토끼 같은 발랄함을 지닌 무용 천재 BB와 어중간한 그림 실력에 과묵한 성격인 J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만화다. BB가 ‘토끼 같다’는 말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다. BB의 얼굴은 정말로 토끼니까. 테러·전쟁 이유? “기름 때문이지, 멍청아!” 박성표 (작가)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는 인류가 거의 멸망한 가상의 미래를 다룬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다. 도입부에서 인류가 멸망한 과정을 짧게 언급하고 지나가는데, 그때 대사가 나온다. “왜 사람들을 죽이는 거야?” “기름 때문이지, 멍청아!”이것은 단순히 영화 속 대사가 아니다. 슬프게도 현실이다. 중동에서만 수십 년 동안 여러 차례 전쟁이 터졌다.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9·11 테러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 수많은 테러가 일어났다. 중동의 갈등은 겉으로는 극단적인 광신도들이 벌이는 종교갈등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뿌리를 파고들어 고양이와 살기 그 무거운 책임감 박성표 (작가) 레트로가 유행이다. 1990년대 가요가 다시 들리고, 예전 애니메이션이 영화로 리메이크되고, 잊혔던 스타들이 다시 방송에 소환된다. 그 시절 ‘갬성’을 추억할 때면 또 빠질 수 없는 존재가 있다. 간결한 그림체와 독특한 감수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웹툰의 선조, 스노우캣이다.〈옹동스〉는 스노우캣이 두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며 생긴 일을 그린 육아물(?)이다. 고양이 이름은 나옹이와 은동이. 그래서 작품 이름도 ‘옹동스’다.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집사라고 부른다. 어디까지나 주인은 고양이고, 자기는 수발을 들며 명을 받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박성표 (작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자연물을 꼽는다면 역시 나무가 아닐까. 콘크리트로 메워진 도시에도 가로수는 존재하는 법이다.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나무와 인간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나무는 인간에게 쉼터를 주고 배고플 땐 열매를 주고, 심지어 몸뚱이까지 목재로 내주고 만다 (나무의 의사는 알 수 없지만). 나무가 없는 세상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나무 이야기〉는 우리 삶에 긴밀하게 연결된 나무 100종을 소개한다. 나무는 저마다 높이와 모양, 성질, 수명, 열매, 쓰임 등이 천차만별이다. 유칼립투스처럼 70m 넘게 자라는 나무도 있 날개도 없이 추락한 속물 예술가의 자의식 박성표 (작가) ‘예술병’이란 말이 있다. 쥐뿔도 없으면서 무언가 초월적이고 거창한 예술을 하는 것처럼 고고하게 구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끝없는 허세가 어딘가 ‘중2병’과 닮았다. 이들은 보통 뜻이 높고 능력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세상을 놀라게 할 대단한 재능은 또 아니고, 그렇다고 집에 돈이 많아서 든든한 지원을 받을 처지도 못 된다. 예술에 인생을 걸고는 싶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그러나 중증의 ‘예술병’ 환자는 현실의 벽 앞에 꺾이지 않는다. 나를 몰라주는 세상이 잘못된 것이지, 내 미의식이 잘못됐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필 머리부터 발끝까지 만화로 까뒤집기 박성표 (작가) 지난해쯤인가. 트위터에서 우연히 어떤 만화를 봤다. 뼈, 근육, 신경 등 인체 해부학을 다루는데 (근육)돼지와 (뼈)다귀가 나와 툭탁툭탁하는 모습이 무척 귀엽고 재미있었다. 이 만화는 인체의 기관 계통을 체계적으로 따라가며 연재되더니, 결국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책으로도 나왔다. 제목은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이하 까해만)이다.우리는 늘 몸과 함께 살아간다. 1분 1초도 내 몸과 떨어져서 살 수 없다. 하지만 정작 우리 몸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잘 모른다. 〈까해만〉은 몸의 그림으로 살린 조지 오웰의 흑역사 박성표 (작가) 혹시 ‘에릭 아서 블레어’를 아는가?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소설 〈동물농장〉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1984〉는? 제국주의·전체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통찰이 돋보이는 두 소설은 모두 조지 오웰의 작품이다. 그리고 조지 오웰이 바로 에릭 아서 블레어의 필명이다.〈조지 오웰〉은 영국 작가 조지 오웰에 대한 그래픽 전기다. 그는 영국 사람이지만 인도 벵골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대영제국 공무원으로 벵골 식민정부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지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오웰은 영국 계절의 풍경으로 담아낸 ‘포근한 위로’ 박성표 (작가) 사진으로 순간의 풍경을 담아낼 수 있는 시대에 그림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심지어 이제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은 웬만한 카메라 못지않고, 손쉽게 여러 가지 필터를 적용해서 한 장의 사진으로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는데 말이다.그 대답은 아마도 그림 속에 있을 것이다. 〈동쪽 수집〉은 윤의진 작가가 두 해 동안 동해 바다와 태백산맥 사이의 작은 마을에 살면서 그린 그림을 엮은 책이다. 이 책에는 보는 순간 압도되는 태백산맥의 웅장한 풍광이나 자연에서 깨우친 심오한 철학 같은 것은 없다. 오히려 잔잔한 파도와 밤하늘에 단정한 새벽달, 위쳐, 그래픽노블로 만나다 박성표 (작가) 지난해 말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위쳐〉가 공개되었다. 슈퍼맨을 연기했던 헨리 카빌이 은발의 전설적인 위쳐, ‘리비아의 게롤트’ 역을 맡아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위쳐는 만들어진 돌연변이로 육체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사라진다.그는 돈을 받고 괴물을 사냥하는데, 사람들은 위쳐를 필요로 하면서도 두려워하거나 동시에 혐오한다. 게롤트는 이런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철저히 자기의 신념을 실천하는 거친 캐릭터다. 운명이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항상 선악이 모호한 사건에 휘말려 시험당한다.중세 배경의 다크 판타지 시리즈 〈위 영화 말고 ‘원작’으로 SF 명작의 귀환 박성표 (작가) 영화나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파급력은 만화를 훌쩍 뛰어넘는다. 만화를 원작으로 삼아도 영화·애니메이션이 더 유명한 경우가 많다. 영화에는 제약도 따른다. 상영 시간이 제한되고, 제작비가 큰 만큼 흥행 부담도 크다. 그래서 원작 만화의 내용과 참맛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아키라〉 〈공각기동대〉 같은 명작조차 아쉬움을 남겼다.기시로 유키토의 〈총몽〉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영화 〈알리타:배틀 엔젤〉이 개봉했지만 원작의 풍부한 내용을 전부 담지는 못했다. 영화 덕분에 절판되었던 〈총몽〉이 완전판 길 잃은 고양이와 인간의 동행 박성표 (작가) 집 근처 공원에 길고양이들이 산다. 대부분 가까이 가면 경계하지만, 가끔 사진 찍는 것 정도는 허락해주기도 한다. 낮이면 나란히 앉아 따뜻한 햇볕을 쬐는데, 밤이 되면 어디로 가는지 보이지 않는다.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 있다. 볼 때마다 궁금해진다. 그들은 어쩌다 길고양이가 되었을까?〈나는 토토입니다〉는 우연히 길고양이가 된 토토의 이야기다. 토토는 아직 추운 2월, 어느 시골집에서 태어난다. 그의 엄마는 인간의 집에서 살고 먹이도 받아먹지만, 인간의 손길은 단호히 거부한다. 인간이 친 덫에 걸려 한쪽 다리를 잃었기 때문 감정마저 숨겨야 했던 은신처의 소녀 박성표 (작가) 안네 프랑크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소녀일 것이다. 유대인인 프랑크 가족은 나치 치하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2년 넘게 숨어 살았다. 네덜란드 해방을 한 달 앞두고 발각되어 아버지 오토 프랑크만 살아남는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열다섯 나이에 수용소에서 죽어야 했던 안네 프랑크. 〈안네 프랑크의 일기〉는 그가 2년간 숨어 살면서 쓴 일기를 그래픽노블로 각색한 작품이다.평범한 소녀였던 안네의 삶은 1940년 5월 독일이 네덜란드를 점령하면서 바뀐다. 반유대주의 법 때문에 유대인은 가슴에 노란 별을 달아야 했고, 버스나 전차 절단술의 역사 보철구의 미래 박성표 (작가) 〈127시간〉이라는 영화가 있다. 2003년 등반 도중 바위에 팔이 끼여 조난한 애런 랄스턴이 팔을 자르고 살아 돌아온 실화를 다뤘다. 아무 도움도 없이 팔을 부러뜨린 후 무딘 등산용 칼로 잘랐다. 정말 비인간적으로 끔찍하지만, 한편으론 불굴의 의지가 더없이 인간적이다. 그는 이제 집게 모양 의수를 달고 산다. 애런 랄스턴은 살기 위해 스스로 외과 의사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 인류 역사에서 이런 신체 절단 의료술은 언제부터 있었으며, 의수와 같은 보철물은 어떻게 발달했을까?〈만화 트랜스휴머니즘〉은 이런 의문을 고대에서부터 차근차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