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가 유행이다. 1990년대 가요가 다시 들리고, 예전 애니메이션이 영화로 리메이크되고, 잊혔던 스타들이 다시 방송에 소환된다. 그 시절 ‘갬성’을 추억할 때면 또 빠질 수 없는 존재가 있다. 간결한 그림체와 독특한 감수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웹툰의 선조, 스노우캣이다.

〈옹동스〉는 스노우캣이 두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며 생긴 일을 그린 육아물(?)이다. 고양이 이름은 나옹이와 은동이. 그래서 작품 이름도 ‘옹동스’다.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집사라고 부른다. 어디까지나 주인은 고양이고, 자기는 수발을 들며 명을 받드는 존재일 뿐이다. 이들은 자신이 집사라는 사실을 무한한 영광으로 여기며 지극정성으로 고양이를 모신다.

이야기는 나옹이를 기르던 스노우캣이 두 번째 고양이를 들이면서 시작한다. 스노우캣은 나옹이가 새로운 고양이와 잘 지낼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은동이를 집에 들인다. 처음 얼마 동안은 잘 지내는 것 같았지만 착각이었다. 나옹이가 곧 아프기 시작했다. 스노우캣은 두 번째 고양이가 자신의 욕심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자책한다. 나옹이를 위해 고민하던 스노우캣은 고양이가 마음껏 바깥세상을 누릴 수 있도록 마당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결정한다. 아니 고양이 때문에 빚을 지면서까지 이사한다고? 그렇다. 집사에게는 자신의 삶보다 고양이가 행복한 삶이 더 중요하다. 고양이가 행복하지 않으면 집사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충만한 행복과 떠나보낸 뒤 깊은 상실감

우여곡절 끝에 주택으로 이사하고, 대공사를 치르고,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마침내 나옹이와 은동이는 새로운 집에 정착한다. 〈옹동스〉의 포인트는 나옹이와 은동이의 전혀 다른 성격이다. 나옹이는 시크하며 똑똑하고 사람들에게 관심받길 좋아한다. 반면 은동이는 늘 명랑하지만 겁이 많고 백치미가 넘친다. 은동이는 늘 나옹이를 쫓아다니며 치근덕대는데, 나옹이가 받아주지 않는다. 그러나 은동이가 뭔가 사고를 치면 얼른 집사를 불러오고, 은동이를 핥아주며 위로해주는 든든한 존재다.

너무 다른 두 고양이 수발을 드느라 집사 스노우캣은 24시간이 모자라다. 나옹이는 새벽부터 밥을 달라고 깨우기 일쑤다. 둘은 밥 먹는 시간도, 방식도, 사료도 달라서 일일이 맞춰줘야 한다. 고양이들이 하루에 수십 번씩 마당을 들락날락할 때마다 문도 열어줘야 한다. 여행은 꿈도 꿀 수 없고, 외출도 고양이들이 잠들어 있을 때 살짝 나갔다 온다.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다. 집사가 고양이에게 아무리 많은 애정을 쏟아도 결국 더 많은 사랑을 돌려받는 것은 집사 자신이다.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기에도 모자란 시간이지만 작품 곳곳에는 짙은 슬픔이 배어 있다. 나옹이는 나이가 들었고 종종 아프기 때문이다. 수채화로 그려진 나옹이와 은동이의 귀여운 모습을 넋 놓고 보다가 마지막 즈음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게 된다. 고양이를 기르는 즐거움과 무거운 책임감, 충만한 행복과 떠나보낸 뒤의 깊은 상실감이 공존한다. 카카오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기자명 박성표 (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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