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자연물을 꼽는다면 역시 나무가 아닐까. 콘크리트로 메워진 도시에도 가로수는 존재하는 법이다.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나무와 인간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나무는 인간에게 쉼터를 주고 배고플 땐 열매를 주고, 심지어 몸뚱이까지 목재로 내주고 만다 (나무의 의사는 알 수 없지만). 나무가 없는 세상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나무 이야기〉는 우리 삶에 긴밀하게 연결된 나무 100종을 소개한다. 나무는 저마다 높이와 모양, 성질, 수명, 열매, 쓰임 등이 천차만별이다. 유칼립투스처럼 70m 넘게 자라는 나무도 있지만, 페르시아라임처럼 ‘고작’ 6m 정도 자라는 나무도 있다. 나무를 살펴보면 경외심이 절로 생긴다. 보통 100~200년 수명은 기본이고, 올리브나무처럼 최소 1000년을 사는 나무도 많다. 영국 웨일스에 있는 주목은 나이가 무려 5000살이 넘었다고 한다. 이제 곧 고약한 냄새와 함께 도시를 노랗게 물들일 은행나무는 무려 2억 년 전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단다. 무심히 지나치는 가로수 하나에도 얼마나 오랜 시간이 담겨 있는지.

세밀한 나무 일러스트에 감탄

나무는 자연스럽게 인류 역사와 함께했다. 예부터 나무의 열매는 없어서는 안 될 먹을거리였다. 인간은 최소 2만 년 전부터 올리브를 먹고 기름을 이용했다. 기원전 2400년께 올리브를 재배했다는 점토판 기록도 있다. 심장병을 예방하고 뇌에 좋은 호두는 기원전 2000년쯤 바빌론의 공중 정원에 심어진 호두나무로 그 존재가 확인된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1만5000년 전에 아보카도를 먹었고, 선사시대 동남아시아에서는 바나나가 쌀보다도 먼저 재배되었다. 현대 직장인의 필수품인 커피는 15세기 아라비아 예멘 지역에서 거래되었고, 연구에 따르면 커피나무에서 나오는 카페인에 인간은 물론 곤충들도 중독된다. 커피나무 처지에서 보면 인간도 곤충과 똑같은 셈이다.

‘나무’라면 튼튼하고 아름다운 목재를 빼놓을 수 없다. 삼나무의 일종인 레바논 백향목은 고대 이집트에서 배를 만드는 주요한 수단이었다. 바이킹은 참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잉글랜드로 왔고, 500년이 지나 잉글랜드는 다시 참나무로 만든 전함으로 해가 지지 않는다고 자랑하던 대제국을 건설했다. 넬슨 제독의 기함 ‘HMS 빅토리호’를 제작하는 데만 참나무 5500그루가 희생되었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전쟁뿐 아니라 인류 문화 발전에도 나무의 기여를 빼놓을 수 없다. 최고의 바이올린을 제작했던 스트라디바리는 캄페스트레 단풍나무를 이용했고, 부처님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이 외에도 〈나무 이야기〉에는 나무에 얽힌 수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등장하는 세밀하고 아름다운 나무 일러스트가 감탄을 자아낸다.

기자명 박성표 (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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