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에릭 아서 블레어’를 아는가?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소설 〈동물농장〉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1984〉는? 제국주의·전체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통찰이 돋보이는 두 소설은 모두 조지 오웰의 작품이다. 그리고 조지 오웰이 바로 에릭 아서 블레어의 필명이다.

〈조지 오웰〉은 영국 작가 조지 오웰에 대한 그래픽 전기다. 그는 영국 사람이지만 인도 벵골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대영제국 공무원으로 벵골 식민정부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지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오웰은 영국 명문 학교인 이튼스쿨에 진학하지만 학업은 뒷전이었다. 출세에도 별 뜻이 없었다. 그리고 뜬금없이 버마에 가서 경찰이 된다.

힘으로 다른 나라를 지배하는 제국주의에 지독히도 반감을 품은 오웰은 자신이 제국주의를 위해 복무한다는 사실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결국 영국으로 돌아와서 하층민들과 어울리며 방랑 생활을 하고, 파리에서 호텔 레스토랑 접시닦이로 일하는 등 자기 계급을 버리고 하층 노동자의 삶을 살아간다. 동시에 쉬지 않고 소설을 써서 출판사에 투고하지만 계속 거절당한다. 오웰은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방황과 실패로 보냈다. 연이은 실패에 좌절하던 그는 낚시를 즐기던 강의 이름을 따서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을 쓴다.

 

이때부터 오웰은 우리가 아는 오웰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그는 소설가보다는 저널리스트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직접 탄광촌에 들어가 노동 현실을 고발한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스페인 내전이 터지자 민병대에 자원해 파시스트 프랑코와 싸우며 쓴 〈카탈루냐 찬가〉 같은 르포르타주들이 이때 나왔다. 오웰은 현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직접 보고 듣고 겪은 것을 썼다.

조지 오웰의 다양한 면모

스페인에서는 목에 총을 맞아 죽을 뻔했고, 같은 뜻을 위해 모인 사람들임에도 권력투쟁을 위해 동지들을 희생시키는 소련 공산당을 보며 정치에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스페인을 빠져나와 다시 영국 시골에 정착한 그는 결핵에 시달리면서도 〈동물농장〉 〈1984〉 같은 명작을 썼고 1950년 세상을 떠난다.

〈조지 오웰〉은 오웰의 일생을 따라가며 반항아·노동자·저널리스트· 작가·사회주의자·은둔자 등 그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림작가 베드리에의 섬세하면서도 뚜렷한 펜의 선이 돋보인다. 오웰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표현하기 위해 다른 작가들로부터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을 받아 사용했다. 커다란 판형에 하드커버로 제작된 책의 완성도도 높다. 조지 오웰에게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한번 살펴보시길 추천한다.

기자명 박성표 (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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