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 시사IN 편집국
  • 호수 652
  • 승인 2020.03.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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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제학
새뮤얼 볼스 지음, 최정규·박용진·전용범 옮김, 흐름출판 펴냄

“정치적 자유주의가 되살아나려면 새로운 경제 모델이 필요합니다.”

진화게임이론을 접목시켜 경제학의 지평을 넓혀온 대가 새뮤얼 볼스의 신작. 인간이 이기적이고 도덕에 무관심하다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저자는 이걸 ‘호모 이코노미쿠스’라고 부른다)을 뿌리부터 해체하는 시도. 우리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일 때도 있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도덕이 우리의 선택을 안내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둘 사이의 긴장과 중첩을 직시해야 인간의 선택을 제대로 이해하고, 진정한 경제학의 토대를 만들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는 데 30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학문 여정 초창기부터 관심을 가졌지만, 이 질문에 답하려니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고. 청년 시절부터 품어온 도전 과제에 노대가가 내놓는 답.

 

 

 

 

 

 

 

 

 

이끼와 함께
로빈 월 키머러 지음, 하인해 옮김, 눌와 펴냄

“세상은 이미 아름답지만 가까이 보면 더 아름다울 것이라는 직감이 든 순간이었다.”

이끼를 보려면, 보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식물생태학자인 저자는 이끼로 덮인 통나무에 다가갈 때마다 원단 가게에 들어가는 상상을 한다. ‘색이 어두운 꼬리이끼속 모직과 금빛 양털이끼속 천과 반짝이는 초롱이끼속 리본도 있다.’ 그는 이끼를 관찰하는 행위가 시각을 넘어 청각의 영역에 가깝다고 말한다. 멀리 떨어진 소리를 들으려면 집중력을 발휘하고 소음을 걸러내야 하는 이치와 비슷하다. 이끼 잎의 가장자리도 그저 아무렇게나 불규칙한 게 아니다. 커다랗고 거친 이빨 무늬는 ‘이빨형 톱니’, 톱날 무늬는 ‘뾰족한 톱니’, 이빨이 작고 고르면 ‘작은뾰족한 톱니’, 테두리를 따라 술이 달렸다면 ‘가는털 톱니’ 등으로 부른다. 세심하게 바라보면 섬세한 세상이 펼쳐지는 법이다.

 

 

 

 

 

 

 

 

 

김지은입니다
김지은 지음, 봄알람 펴냄

“나는 안희정의 다른 피해자들에게 고소나 미투를 권유하지 않는다. 그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절대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됐다. 사우나·미용·마사지 등 도지사 개인 일정도 챙겼다. 식성을 파악해 아주 세세한 음식 기호를 맞춰야 했다. 아메리카노에 각설탕은 한 개, 시럽은 두 번 펌핑…. 가장 중요한 건 ‘지사님 기분’이었다. 전임자는 기분이라는 글자 위에 별표 두 개를 그리라고 했다. 기분은 수행비서 업무의 핵심이었다.
한국 사회는 김지은씨에게 빚졌다. 유력 대권 후보라는 후광에 가려져 있던 권력자의 ‘진짜’ 모습이 그 덕분에 드러났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입은 저자가 고발을 시작한 2018년 3월5일부터 2019년 9월9일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판결을 받기까지 554일간을 기록했다.

 

 

 

 

 

 

 

 

 

 

세상의 봄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비채 펴냄

“왜 나리마님은 은밀히, 어둠을 틈타듯이 고코인으로 왔는가?”

일본 에도시대, 기타간토의 작은 고을인 기타미. 꽃처럼 아름다운 청년 번주가 요양을 이유로 산속 호수 부근의 별저 ‘고코인’에 유폐된다. 다중인격 장애를 앓는 듯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행태를 보이다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의사 시로타를 비롯해 청년 번주의 회복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사람들은 소년 연쇄 실종사건, 구리야 일족 몰살사건 등 과거의 상처와 맞닥뜨리게 된다. 일본의 대표적 추리소설가인 저자가 등단 30주년을 맞는 해(2017년)에 발표한 81번째 작품으로 원고지 3000장을 훌쩍 넘기는 대작 시대물이다. 현지에서는 ‘소설사에 유례없는 작품’ ‘21세기 최강의 사이코 & 미스터리’라는 극찬과 함께 각종 도서 차트 상위를 장식했다.

 

 

 

 

 

 

 

 

 

스웨덴 국세청 성공 스토리
레나르트 위트베이·안더스 스트리드 지음, 김지연 옮김, 세상 펴냄

“‘사람’을 잘 대해주면 신뢰가 쌓입니다.”

2011년 ‘스웨덴에서 가장 현대적인 기관’으로 꼽힌 것은 다름 아닌 국세청이었다. 2012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가 국세청을 신뢰한다고 답변했다. 2006년 이래로 15% 증가된 수치라고 한다. 한국의 조세 저항과 불신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두렵거나 성가신 존재이기 마련인 세금징수 기관이 어떻게 이런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을까? 국세청 전략가 두 사람이 쓴 이 책은 스웨덴 국세청의 혁신이 ‘태도’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어디서나 유효한 보편적 법칙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모든 인간은 존중받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수입의 3분의 1을 가져가는 기관을 어떻게 ‘신뢰’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납세자에 대한 존중’이라고 답한 것은 혁신이 무엇인지 곱씹게 한다.

 

 

 

 

 

 

 

 

 

나는 숨지 않는다
박희정·유해정·이호연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진동하는 삶 속에서 사람들은 진퇴를 거듭하며 자기 삶의 저자가 된다.”

인권기록활동가 3명이 11명의 구술을 기록했다. 11명은 세상에서 쉽게 가려지고 타자화되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 여성이지만, 동시에 한부모 가장, 장애인, 홈리스, 탈북민, 청소년이라는 또 다른 소수자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억압의 경험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새겨져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삶을 설명할 언어를 찾기 위해 타인과 갈등하고, 넘어지고, 분투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 구술기록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무엇이 이들의 존재를 불완전하거나 불온하게 만드는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어디인지 날카롭게 비평한다. ‘발칙한 존재’들이 세상에 대항하고 협상한 무수한 흔적이 문장마다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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