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부활절 연휴 기간에 뉴욕에서 오랜만에 ‘갤러리 투어’를 했다. 맨해튼 서쪽 ‘첼시’ 지역은 가고시안 등 세계 최고의 갤러리들이 밀집해 있는 화랑가이다. 뉴욕의 화가 한규진씨와 함께 화랑 골목을 들락거리는데, 예전에 없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남북으로 뻗어 있는 10번가 도로 위에 9m 높이의 고가철로가 있는데, 기차 대신 사람들이 그곳을 걸어서 다녔다.

새로 생긴 맨해튼의 명물이라고 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색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부활절 휴가를 맞아, 성탄 전야의 서울 명동 거리처럼 밀려다녔다. 과거 맨해튼 서쪽 허드슨 강가를 따라 오르내리던 화물열차 길이, 사람이 걷는 아름다운 길로 재탄생한 것이다. 고가 철로의 큰 테두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가운데에 조성한 산책로이다. 뉴욕의 스카이라인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허드슨 강이 평행을 이루며 길을 따른다.
 

ⓒJunnie Kang뉴욕 하이라인에는 나무 벤치가 도처에 있다.

멋과 맛을 동시에 즐기는 길

길 양편에 잔디밭이며 화단이 조성되어 있는가 하면, 앉거나 누워 쉴 수 있는 나무 벤치가 도처에 세워져 있다. 일광욕 전용 의자도 눈에 띈다. 100석 규모의 야외 공연장이 있고, 거리의 악사는 풍악을 울리고 화가는 초상화를 그린다.

확인해보니, 2009년 9월6일에 1구간이, 2011년 6월8일에 2구간이 개통된 새로운 산책로였다. 1구간은 남쪽의 갠스부트 가에서 출발하여 20번가까지, 2구간은 20번가부터 30번가에까지 이른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3구간은 34번가까지 이어지는데, 1~3구간 길이는 2.33㎞에 달한다.

길 자체로 보면 길지 않지만, 하이라인은 자체의 풍경뿐 아니라 그 주변에서 세계 최고의 예술과 멋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은 길이다. 첼시에서 세계 최첨단 미술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갤러리에는 입장료가 없다!), 최근 길을 따라 형성된 패션 및 식당가에서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다. 과거 고기 포장공장과 창고들이 밀집했던 우중충한 공장지대가 아름다운 명소로 탈바꿈한 것이다.

 

 

ⓒJunnie Kang낡은 철로가 관광객들이 붐비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하이라인은 1934년부터 1980년까지 화물열차가 다니던 철길이었다. 주변 건물주들이 보기 흉한 철길을 걷어내려 하자, 기찻길에 향수를 가진 주민들이 ‘하이라인의 친구들’이라는 민간단체를 결성해 철거에 맞섰다. 주민의 뜻에 철길 소유주인 뉴욕 시 등이 적극 협력해, 맨해튼의 흉물은 명물이자 ‘대박 관광 상품’으로 거듭났다.

한국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대목은, 이 길에 한국인의 감각이 스며들었다는 사실. 하이라인 디자인 프로젝트를 총괄한 회사(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의 담당 수석 디자이너 2명 중 1명이 황나현씨이다. 프로젝트팀(9명)에서는 윤희연이라는 한국 이름도 보인다.

www.thehighline.org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기자명 토론토·성우제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sungwooj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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