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태풍이 와도 “연차휴가 남았어요? 없으면 출근하세요” 김민아 (노무사) 백신을 맞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감염병 시대로부터 빠른 탈출을 기대하기도 했다. 이번 여름만 지나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 인원수 제한 없이 실내에 모여서 맛있는 것을 나눠 먹을 수 있을까. 그러나 최근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고 변이 바이러스 소식이 들려오면서 덜컥 겁이 났다. 코로나19가 종식되기만 하면 과거에 살던 방식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던 기대는 그저 바람일 뿐이다. 지금 이 상황은 갑자기 일회성으로 닥친 사고가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펼쳐질 환경 변화의 맥락에서, 더 악화되는 속도를 잡아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차별하면 ‘이 만큼’ 처벌 받습니다 김민아 (노무사) 나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 뉴스레터를 통해 노동법의 내용을 설명할 뿐 아니라 구독하는 사람들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고통당하거나 차별받은 사연을 익명으로 제보받는다. 주로 차별 사례가 많다.우선 비정규직이라서 차별받고 있다는 사례다. 기간제(계약직) 노동자 또는 단시간 노동자(일주일 동안 정해진 노동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일주일 동안 정해진 노동시간에 비해 짧은 노동자)라는 이유로 아예 성과급 지급 대상이 되지 않거나 복리후생 명목의 선물 또는 명절수당을 전혀 지급 노동강도 낮추기보단 임금체불로 붙잡아두는 회사 김민아 (노무사) 건설 현장의 임금체불은 상습적이다. 노동자가 그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면 처음 한두 달치의 임금을 두세 달 ‘깔고 있다가’ 지급하는 것(손톱을 잘라먹듯 임금이 미뤄진다고 해서 현장에서는 일본어 ‘쓰메끼리’라고 불렸다)이 상습적인 임금체불의 시작이다. 이렇게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다가 업체가 망해버리거나 사업주가 고용노동부에서 찾을 수 없도록 도망가버리는 경우도 많다. 건설 현장에서는 이렇게 임금을 받지 못한 채로 일만 하다가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생활고 때문에 죽기도 한다. 심지어 밀린 임금을 달라고 요구한 노동자가 현장소 14년 차 여성은 ‘이모님’, 12년 차 남성은 ‘교수님’ 김민아 (노무사)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어떤 행사 뒤풀이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대부분 노무사였기 때문에 이름과 소속, 공인노무사 기수로 자신을 소개했고 내 차례에서 15기(14년 차) 노무사인 것을 밝혔다. 듣자마자 그 자리의 좌장 역할을 하던 분이 소리 질렀다. “와, 완전 이모님이네!” 이모님이라니, 이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음 사람 소개가 이어졌고 조금 뒤에 어떤 남자 분이 자신을 17기(12년 차) 노무사라고 소개했다. 나를 이모님이라고 소리쳤던 분이 이번에는 “와 그 정도 경력이면 교수 해도 되는 거 쉬고 싶다 인간다운 곳에서 김민아 (노무사) 근로기준법 제54조(휴게)에서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 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도록 정하고 있다. 보통 점심시간이라고 알고 있는 휴게 시간은 노동자가 밥을 먹든, 학원에 가든, 친구를 만나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식사를 하면서 전화 업무 등을 위해 대기하도록 한다거나 업무상 필요한 회의를 한다면 노동자에게 휴게 시간을 보장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휴게 시간을 보장하지 않는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이렇게 암 생존자도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하도록 김민아 (노무사) 2년 전 가을, 〈시사IN〉에서 암이라는 내 병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암을 치료하는 과정을 두고 장일호 기자는 “‘먹어왔던 것’과 ‘해왔던 일’을 되짚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라고 표현했다. 수술과 항암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돌이켜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그렇게 암 진단 이후 5년이 지나고 재발·전이 등 별일이 없으면, 일종의 완치 판정, ‘졸업’을 한다. 나도 며칠 전 주치의로부터 “졸업을 축하합니다”라는 따뜻한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생존자(암 진단을 받고 5년이 지나도 살아남은 자)가 되었다.매해 20 노동자만 생략된 천재지변 구제 제도 김민아 (노무사) 역대급으로 길었던 장마와 국지성 폭우, 태풍은 그저 여름에 한두 차례 강타하는 기후의 변화 정도로 체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직장 생활에서 생기는 문제, 특히 노동법의 영역에서 ‘천재지변’이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는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규정의 해석 기준이 무엇이며 적용 사례가 있는지 그동안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노동자가 한평생 한두 번 겪을까 말까 한 일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는 그렇지 않다.“갑작스러운 폭우 때문에 교통상황이 좋지 않아서 회사에 늦게 도착했는데 지각인가” “태풍 ‘게으르지 않음’을 증명해야 하는 실업급여 수급 김민아 (노무사) 고용보험제도를 통해 지급받는 구직급여를 실업급여라고 부른다. 지급받을 수 있는 요건이 너무 복잡해서 지급 여부를 알아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먼저, 근무 일수가 중요하다. 노동자가 노동을 제공한 마지막 날 이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한다. 이 180일을 계산할 때 노동한 날, 연차휴가 같은 유급휴가, 주휴일 같은 유급휴일은 포함되지만, 토요일처럼 무급으로 쉬는 날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직장에 입사한 지 180일이 되었다고 해서 모두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일할 ‘N잡러’ 시대의 노동법 문제 김민아 (노무사) ‘N잡러’라는 말이 있다.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 두 개 이상의 직장에 고용되어 있는 사람, 직장에 다니면서 별도 사업을 병행하는 사람, 직장인이면서 프리랜서를 겸하는 사람 등 그 모습이 다양하다. 홍진아 빌라선샤인(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 대표는 앞으로의 세상을 ‘하나의 직업으로 나를 설명할 수 없는 시대’라고 표현했다. 기업이나 정부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동을 유연화하는 맥락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 개인이 자신만의 고유한 맥락 또는 서사를 통해 주도권을 갖는 여러 직업(일)을 추구하는 것. 그런 N잡러에게 지금 재택근무 노동자 교통비·식비 못 받나 김민아 (노무사) 코로나19 때문에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한다. 전염병이 지속되면서 생겨난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의미로 ‘심리 방역’이라는 말도 있다. 자치구에서는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심리상담을 해주거나 집에서 키울 수 있는 반려 작물을 보급하거나, 자가격리자들에게 홈베이킹·도자기 체험 키트를 배달하기도 한다.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중 ‘일하는’ 사람 역시 보호가 필요하다. 재택근무는 부여받은 업무를 자택에서 수행하는 방식이므로 휴가나 휴일처럼 쉬는 날과 구분된다. 재택근무가 선거일은 ‘당연히’ 휴일인 줄 아셨나요? 김민아 (노무사) 선거일은 당연히 휴일일까? 놀랍게도 아니다. 4월15일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국회의원 선거일을 휴일로 정하고 있지만, 이 규정은 관공서에 적용되므로 모든 직장이 이를 따르지는 않는다. 관공서가 아닌 직장에 다니는 노동자의 경우,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에서 선거일을 휴일로 규정하고 있다면 휴일로 보장받을 수 있다.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올해부터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정하는 휴일이 관공서가 아닌 사업장에도 법정휴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선거일을 휴일로 ‘자가격리’ 노동자 유급휴가 가능한가 김민아 (노무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근로계약 관계 즉, 직장 생활에서 발병했을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사용자는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노동자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보호의무(안전배려의무)가 있다. 소속 노동자(하도급·파견·용역 노동자 포함) 중 감염병에 걸리거나 격리 대상자가 발생하면 즉시 적절한 격리가 이뤄지도록 조치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38조(질병자의 근로 금지·제한)에서도 사업주는 전염될 우려가 있는 질병에 걸린 사람의 경우 노동을 금지하고, 건강을 회복했을 때 노동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감염병이 발생하거나 격리 우리 회사에 노동조합이 생긴다면? 김민아 (노무사) 우리 회사에 노동조합이 생긴다면? 사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가족같이 운영하는데 ‘무슨 노동조합인가’ 불쾌해하는 사용자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노동조합이 생기면 사업이 망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업을 한다는 나름 진보적인 사용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파업 투쟁을 하는 다른 사업장 노동조합에는 후원금을 척척 보내면서도,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생기면 그 사실만으로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과연 노동조합은 사용자에게 배신의 존재인가.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 즉 노사관계는 가부장 사회의 부모 관계, 동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5대 핵심 정리 김민아 (노무사)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누구를 어떻게 처벌하느냐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모색하기 위해 제정됐다. 최근 교육이나 상담 요청이 가장 많은 분야 역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다. 얼마 전 여성 커뮤니티 서비스 ‘빌라선샤인’에서 열린 노동법 강의도 마찬가지였다. 주요 내용을 질의응답 형태로 정리해보았다.예전에는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을 금지하는 법이 전혀 없었나?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지난 7월16일 시행되었다. 이전에는 ‘직장 내 괴롭힘 당신이 취업할 때 피해야 할 사업주 김민아 (노무사) 노무사라는 직업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많다. 노동 상담이나 강연을 하다 보면 노동법이 적용되는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부당해고가 아닌, 취업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직업을 가져야 돈을 많이 벌까요?” “어떤 직장을 다녀야 좋을까요?” 같은 질문이다. 직업 특성상 단체교섭 조언이나 체불임금 진정 사건을 하다 보면 질문에 대한 답을 대략 알게 되지만 공인노무사로서 직업윤리와 위임계약상의 의무 등을 이유로 답변해줄 말을 찾지 못하곤 한다. 다만, 어떤 직장이 좋은지 말할 수는 없어도 구직 과정에서 어떤 건강·안전 좀먹는 ‘새벽이 없는 삶’ 김민아 (노무사) 촘촘한 업무 스케줄 중 단 한 개라도 삐끗하면 대형 사고다. 기한에 맞춰 무언가를 보내야 하고 받아내야 하는 일이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나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닐 듯하다. 대리 중인 임금체불 사건이 있어서 체불임금을 내놓으라는 최고장을 써서 내용증명을 보내러 우체국에 갔다. 집배원 파업 여부가 결정되던 날이었다. 우체국에서는 원래 다음 날 도착 예정이지만 혹시 파업이 시작되면 하루 더 걸릴 수 있다고 공지했다. ‘하루 늦게 들어가면 혹시 소멸시효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나.’ 주춤해서 머릿속으로 계산해본다. 걱정하는 듯 보였는지, 담당 [기생충]의 기우와 기정 퇴직금 받을 수 있을까 김민아 (노무사) 건축가가 지었다는 대저택에는 다리미로 주름 한 점 없이 촤악 편 듯, 꼬인 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박 사장과 연교, 그들의 자식이 산다. 영화 〈기생충〉은 그 집으로 백수 가족인 기택과 충숙, 기우와 기정이 각각 운전기사, 가사도우미, 영어 과외교사, 미술치료사로 일하러 오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박 사장네는 친절한 얼굴로 시도 때도 없이 시간외 노동을 시키고, 노동계약의 내용과 다른 업무까지 시키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사람을 내보낸다. 이 백수 가족은 과연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개인의 집에서 일하는 요리사·가사 직장과 이별할 때 알아야 할 것들 김민아 (노무사) 이별 없는 만남은 없다. 가족도, 연인도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별한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근로계약으로 맺어진 사용자와 노동자의 인연 역시 언젠가 끝이 난다. 사용자의 경영상 사정에 의해 해고(정리해고)되거나 노동자의 잘못을 이유로 해고(징계해고)당하지 않는다면 정년에 이르러서야 이별을 맞이하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가 있었다. 이제는 노동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예정된 이별, 노동자 스스로 경력 관리나 창업을 위해 사직을 하는 이별도 흔해졌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별의 순간들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전화·SNS로 노무사인 내게도 ‘흑역사’가 있다 김민아 (노무사) 공인노무사는 노동자가 임금 체불을 당하면 상담하고 무슨 방법이 있는지 찾아본 뒤 대리해 고용노동부에 진정하는 게 직업인 사람이다. 공인노무사인 내게도 ‘흑역사’가 있다.대학생 시절 서울 신촌 맥줏집에서 한 달 정도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임금을 받지 못했다. 노동법 수업을 두 학기나 들은 법대생이 임금을 체불당했는데도 억울한 마음만 컸지 방법을 찾지 못했다. 방법을 알았다고 해도 지금처럼 진정서를 쓱쓱 작성해서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고, 사용자와 대질신문하는 과정에서 또박또박 대답할 수 있었을까. 나는 요즘도 고용노동지청 근로개선지도 직장 내 남녀 차별,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김민아 (노무사) 금융권 대졸 신입 공채 서류전형에서 채용 비리가 발각되었다. 남성 지원자 100여 명의 서류전형 점수를 비정상으로 올려서 여성 지원자 일부를 탈락시켰다. 또 다른 은행에서는 ‘남녀 차등 채용’을 사전에 계획했다. 남녀 응시 비율은 1:1 수준이었음에도 서류전형 단계부터 남녀 비율을 4:1로 정해놓고 공개 심사를 진행했다. 선발된 남녀 비율은 5.5:1이었다.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채용 과정에서 사기업이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건이 처음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