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지

‘N잡러’라는 말이 있다.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 두 개 이상의 직장에 고용되어 있는 사람, 직장에 다니면서 별도 사업을 병행하는 사람, 직장인이면서 프리랜서를 겸하는 사람 등 그 모습이 다양하다. 홍진아 빌라선샤인(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 대표는 앞으로의 세상을 ‘하나의 직업으로 나를 설명할 수 없는 시대’라고 표현했다. 기업이나 정부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동을 유연화하는 맥락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 개인이 자신만의 고유한 맥락 또는 서사를 통해 주도권을 갖는 여러 직업(일)을 추구하는 것. 그런 N잡러에게 지금의 노동법은 부족한 점이 참 많다.

그래도 해당되는 현행 노동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직장에 다니면서 별개의 프로젝트 또는 사업을 시도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 겸업 금지 조항이다. 회사는 취업규칙에 ‘이 회사에 재직하는 동안 다른 사업을 영위하거나 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다. 겸업 그 자체가 전부 금지되는 것일까?

법원에서는 노동시간 외에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노동자의 자유이고, 노동자가 다른 사업을 하는 것은 자신의 개인능력에 따른 사생활 범주에 속하는 것이므로 기업 질서나 노무 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업까지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겸업을 함으로써 회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회사의 명예·신용이 훼손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은 노동법 적용을 받을 수 있을까

직장을 여러 곳 다니게 되면 단시간 노동으로 일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단시간 노동자는 일주일 동안 정해진 노동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로 일하는 노동자의 노동시간에 비하여 짧은 사람을 뜻한다. 근로계약서에 근로일과 근로일별 노동시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정해진 날이 아니거나 정해진 노동시간을 초과해서 일하게 되는 경우 시간당 50%를 가산해서 지급받아야 하고, 초과한 노동시간이 일주일에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정해져 있다. 또한 회사가 단시간 노동자라는 이유로 임금을 차별하거나 가족수당·교통비 등 복리후생적 급여를 지급하지 않거나 성과급 및 교육훈련·연구 기회에서 배제하는 것은 차별적 처우로 금지된다. 이 경우 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노동법 적용은 노동자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노동자가 아닌 자의 경우 노동법으로 보호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플랫폼 노동’이 노동법 적용을 받는지 여부를 두고 관심이 높다. 고용노동부는 ‘요기요’ 라이더의 노동자성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배달대행 앱을 설치해서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배달원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결하는 등 노동자성을 까다롭게 인정하고 있다.

미국에는 ABC 테스트라는 게 있다. ‘A. 업무 수행과 관련된 노동자가 사업주의 직접적인 지휘나 통제 아래 있지 않을 것. B. 통상적인 회사 업무에서 벗어난 업무를 수행할 것. C. 독립계약자가 고용관계와 동일한 영역에서 독립된 사업을 유지하고 있을 것.’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만 독립계약자(그 외에는 노동자)라고 보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향후 많은 독립계약자들이 회사 소속 ‘직원(노동자)’으로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신산업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법을 부당하게 회피하려는 시도는 규제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늘어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 역시 노동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기자명 김민아 (노무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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