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킹슬리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는 학부생이다. 그는 학생신문 〈바서티〉 편집위원이기도 하다. 〈바서티〉는 대학 본부는 물론이고 학생회와도 완전히 분리된 독립 언론으로 1947년 창간해 매주 1만 부를 발행한다. 패트릭 킹슬리는 지난해 12월 큰 영예를 누렸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이 뽑은 ‘올해의 학생 기자’에 선정된 것이다. 가디언은 1978년 ‘학생 언론상’을 제정한 이래, 매년 영국 대학 언론을 대상으로 14개 분야에 걸쳐 상을 주고 있다. 2009년 ‘올해의 신문’에는 리즈 대학 학생신문 〈리즈 스튜던트〉가 뽑혔다.

 

 

영국 '가디언 2009 학생 언론상' 수상자들은 대부분 독립 매체의 학생 기자다.

저널리즘 전통이 발달한 나라에는 대학 언론에서 고군분투하는 학생 기자의 업적을 평가하고 상을 주는 이벤트가 많다. 미국에는 이런 식의 대학기자상이 10개가 넘는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캠퍼스 프로그레스’가 주최하는 ‘올해의 대학 출판상’이다. ‘캠퍼스 프로그레스’는 버락 오바마 정부 탄생 주역으로 꼽히는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의 산하기관이다. 2009년 이 상 수상자는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학생신문 〈퍼시픽 타임스〉 기자들이었다. 시상식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물론 한국에도 대학생을 상대로 한 기자상이 있다. 하지만 응모 방법에서 외국과 큰 차이가 난다. 대학 언론에 실린 기사가 아니라 학생 개인이 주최 측을 위해 특별히 생산해낸 기사를 접수하기 때문이다. 아예 출품 조건으로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기사’라고 못을 박는 경우도 있다. 연세대 교지 편집위원으로 일했고 연세대 언론출판협의회 집행위원으로 일하는 남지원씨는 “기존 대학기자상은 대학 언론을 발전시키는 데는 기여한 바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기자를 꿈꾸는 지망생이 대학 매체에 투신하기보다 개인적인 활동에 주력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시사IN〉이 대학기자상을 제정하면서 굳이 ‘대학 매체에 이미 보도된’ 기사로 출품 대상을 한정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국내에서 대학 언론을 평가 대상으로 삼는 것은 〈시사IN〉 대학기자상이 유일하다. 과거 한국기자협회에서 비슷한 개념의 ‘한국대학기자상’을 2001년 제정한 적이 있으나 2004년을 끝으로 사라졌다. 한국대학기자상이 6년 만에 〈시사IN〉 대학기자상으로 부활한 셈이다.

48개 대학 80개 매체에서 236편 응모

〈시사IN〉은 2009년 한 해 동안 학보·방송사·교지 등 각종 대학 매체에 실린 작품을 대상으로 응모를 받았다. 총 48대 대학 80개 매체에서 대학 언론인 168명이 236편을 응모했다. 〈시사IN〉 내부 심사에서 18편을 추렸고 2차 심사는 외부 심사위원 3명이 맡았다. 다만 특별상의 경우는 제정 취지에 맞춰 〈시사IN〉 내부 심사단이 자체적으로 선정했다. 심사 기준은 참신성·공정성·독립성·사회적 의미 등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출품작들이 너무 익숙한 소재를 내세워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학내 분야의 경우 시간강사 문제를 다룬 경우가 많았고 사회 분야는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재래식 시장과의 갈등을 다룬 경우가 자주 보였다. 맞춤법이나 어법 같은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응모작 가운데 90%가 4대 공식 대학 매체라는 학보· 교지·방송국·영자신문에 쏠려 있는 것도 극복해야 할 한계였다. 한편 〈시사IN〉은 2010년 한 해 동안 대학 공간에 발행된 기사를 대상으로 내년 제2회 〈시사IN〉 대학기자상 응모를 받는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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