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3월9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풀먼야드에서 열린 캠페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REUTERS
조 바이든 대통령이 3월9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풀먼야드에서 열린 캠페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REUTERS

16개 주에서 동시에 예비경선이 치러진 ‘슈퍼 화요일(3월5일)’을 기해 11월5일 미국 대선의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되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81) 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7·이하 직함 생략). 이제 남은 절차는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뿐이다. 공화당은 7월, 민주당은 8월에 열린다. 전현직 대통령 간의 재대결은 1892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대진표가 확정되자 다급해진 건 바이든이다. 설마설마했는데 트럼프가 다시 경쟁 상대로 등장했다. 바이든은 유세 모드로 전환했다. 슈퍼 화요일 직후 지난 대선에서 1만2000표 차이로 신승했던 조지아주를 찾았다. 3월 내내 뉴햄프셔·위스콘신·미시간 등 경합주를 포함한 여러 주에서 유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선거본부 측은 4월까지 경합주에 현장사무소 100곳을 개설하고, 6주간 3000만 달러에 달하는 반(反)트럼프 광고를 내보내기로 했다.

슈퍼 화요일 대승 이후 트럼프도 공격적 유세에 들어갔다. 역시 아깝게 진 지역부터 찾았다. 지난 대선에서 0.3% 차이로 패한 경합주 애리조나를 방문했다. 트럼프 캠프는 최근 대법원에서 승리해 더욱 고무되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2021년 1월 의회 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대선후보 투표용지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빼라는 판결을 내렸는데, 얼마 전 연방 대법원이 이 판결을 뒤집은 바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다소 밀리는 형국이다. ABC 뉴스가 3월8~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36%)는 바이든(33%)을 앞섰다. 앞서 〈뉴욕타임스〉가 2월25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48%)가 바이든(43%)보다 높게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폭스뉴스, NBC 뉴스의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에머슨 대학이 유권자 1350명을 대상으로 3월5~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이 트럼프를 2%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대체로 트럼프 우세, 하지만 속단은 이르다’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진보적 유권자층 등 핵심 지지층의 표심이 모아지지 않는 게 바이든의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친이스라엘 일변도 정책이 감표 요인이다. 바이든은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해왔다. 친이스라엘 행보가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 경합주인 미시간의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친민주당 유권자 가운데 13%에 달하는 10만명이 투표용지에 바이든 대신 ‘지지 후보 없음(Uncommitted)’을 선택한 게 단적인 예다.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이 미시간주에서 15만4000표 차이로 트럼프를 꺾었다.

바이든은 지난 대선 때처럼 핵심 지지층인 흑인·히스패닉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를 기대할 수도 없는 처지다. 지난 대선에서 흑인의 92%, 히스패닉의 59%가 바이든을 지지했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2월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흑인·히스패닉 유권자의 바이든 지지가 지난 대선 때보다 약 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지표가 호전되었는데도 자신들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경제적 불만이 표심 변동의 주요한 이유로 분석된다.

불리한 구도, 이슈로 돌파할 수 있을까

연방제인 미국은 주별 최다 득표자가 해당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 표 전체를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한다. 전체 선거인단 535명 가운데 270명을 얻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50개 주의 대다수는 민주당이 우세한 ‘청색주(Blue State)’와 공화당이 우세한 ‘적색주(Red State)’로 나뉜다. 예컨대 캘리포니아는 청색주, 텍사스는 적색주다. 그래서 부동층 유권자들이 밀집한 경합주의 투표 향방이 대선 승리를 결정해왔다. 대표적인 경합주로는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19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 조지아(16명),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 등 6개 주가 꼽힌다. 공영방송 NPR은 “바이든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 비해 약 700만 표를 더 얻었고, 선거인단 수도 74명을 더 얻어 승리했다. 특히 경합주에서 신승한 게 결정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6개 경합주 선거인단 총수는 78명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 3개 주를 트럼프에게 내줘도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하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현재 이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바이든의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미시간의 여론 지형이 틀어졌다. 에머슨 대학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위스콘신에서 트럼프에게 9%포인트 밀린 상태다. 그나마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에게 약 1%포인트 앞섰지만 언제 뒤바뀔지 모르는 근소한 차이다. 멕시코와 약 600㎞의 국경을 접한 애리조나에선 이민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트럼프가 바이든을 7%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과 달리 바이든이 경합주에서 밀리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월29일 텍사스주 이글패스 국경 지역을 찾아 현장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AP Photo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월29일 텍사스주 이글패스 국경 지역을 찾아 현장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AP Photo

여기에 제3지대 후보들의 난립도 바이든에게 불리한 구도다. 환경전문 변호사 로버트 케네디 2세, 무당파 좌파 철학자 코넬 웨스트, 녹색당 후보 질 스타인이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중도정치를 표방하는 정치 그룹 노레이블스(No Labels)가 심상치 않다. 이 단체는 선거자금 7000만 달러를 무기로 대선후보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들 후보는 트럼프보다는 바이든 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더 크다. 〈뉴욕타임스〉는 “제3지대 후보가 바이든에게 진짜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불리한 구도에서 바이든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정치분석가들은 바이든 측이 임신중지(낙태) 문제를 적극적으로 쟁점화하리라고 예상한다. 지난해 연방 대법원이 합법적 임신중지권을 파기한 뒤 여성 유권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특히 경합주의 여성 유권자들은 경제 문제와 함께 이 문제를 최대의 대선 이슈로 보고 있다. 임신중지권을 옹호한 바이든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로이터의 여론조사에서도 유권자 70%가 임신중지권 문제를 대선의 중요 이슈로 꼽았다.

트럼프에게 패배해 낙마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지지한 온건파 공화당 유권자들의 마음을 바이든이 어떻게 얻을 것인가가 대선의 또 다른 변수다. 슈퍼 화요일 당일 CNN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헤일리 지지자 가운데 80%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온건파 공화당 유권자와, 민주·공화 양당 사이에서 부유하는 무당파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대선 승패가 갈린다. 이들이 트럼프·바이든 모두 차기 대통령감으로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향후 선거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월까지 바이든이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하면 젊은 후보로 대체해야 한다는 압력이 민주당 내에 가중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기자명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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