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미래’에 관심이 없는 걸까? R&D 예산 삭감을 보면, 그렇다. 집요한 김연희 기자가 R&D 예산 삭감 사건을 추적했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정부의 주요 R&D 사업계획은 6개월 동안 단계를 밟아 수립된다.

주요 R&D 예산은 다른 정부 예산과는 달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에 혁신본부라는 곳에서 편성을 주관한다. 과학기술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해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1월부터 분야별로 R&D 예산 계획을 세워나가는데, 올해는 6월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제로베이스 검토’ 지시가 떨어진 이후 8월까지 두 달 사이에 예산안이 다시 짜였다.

R&D 예산이 16% 넘게 삭감됐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뭐가 어떻게 삭감됐는지도 모른다고?

나도 깜짝 놀랐다. 취재를 나간 게 10월인데 그때까지도 현장 연구자 대다수가 자기가 참여하는 과제의 예산이 줄어드는지, 깎인다면 얼마나 깎이는지 알지 못해 불안해하는 상황이었다. 예산 계획이 차근차근 세워진 게 아니라 총액에서 일정 비율을 삭감하는 식으로 단행되다 보니 벌어진 혼선이다.

취재 과정에서 현장의 혼란 중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이번 예산 삭감은 과학자를 꿈꾸는 미래세대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 한 정부출연연구기관 취재를 갔을 때 한 선임연구원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면서 아들 얘기를 들려줬다. 아들이 과학고에 다니는데 “한국에서는 외국에 나가거나 의대 아니면 답이 없다”라는 소리를 고등학생들끼리 한다더라.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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