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0일 모디 총리가 선거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AFP PHOTO

코로나 2차 대유행을 몰고 온 원인 중 하나인 2021년 인도 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는 28개 주 가운데 5개 주에서 열린 입법부 선출 선거다. 동부의 끄트머리인 웨스트벵갈주와 아삼주, 남서부 끄트머리에 있는 케랄라주와 남동부의 타밀나두주, 그리고 한때 프랑스령이었던 아주 작은 정부 직할 구역 푸두체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인도는 북부와 남부의 전통이 확연히 다른 나라다. 인종적으로 아리안계와 드라비디언계로 나뉜다. 정치적으로도 인도의 주요 정당들은 웨스트벵갈, 케랄라, 타밀나두 세 지역에서 기를 펴지 못한다. 중앙정치에 대한 반감으로 오랜 기간 공산당과 지역 정당이 집권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앙정부 여당인 인도국민당은 힌두교로 하나 되는 인도를 꿈꾼다. 인도는 최근 들어 눈부신 경제개발 성과를 이루어내고는 있지만 도농 간 격차와 젊은 층의 실업률 등 심각한 내부 문제가 쌓여 있다. 인도국민당은 이런 갈등을 힌두교 중심의 정치로 풀어내려 한다. 가장 큰 마이너 집단인 이슬람, 그리고 소수인종과의 관계가 좋을 리 없다.

인도국민당은 올해 초만 해도 ‘모디 총리의 영도하에 코로나19를 극복한 유능한 정당’이 사실상 선거의 캐치프레이즈였다. 코로나19 극복의 성과를 기반으로 야당의 철옹성인 웨스트벵갈과 타밀나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였다.

인도국민당은 대규모 군중을 동원한 선거유세를 강행하기도 했다. 인도 제1야당 지도자 라훌 간디는 트위터를 통해 ‘대규모 군중 동원으로 인한 방역의 붕괴’를 질타했다. 그러자 SNS 중독자인 모디 총리가 ‘인도는 늘 잘해왔다’고 맞받아치며 공개적인 트위터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1~2월 하루 1만명 이하를 유지하던 인도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3월 들어 가파르게 치솟아 6만명에 달하게 되었을 때도 모디는 웨스트벵갈 선거유세에서 대규모 군중을 동원했다.

선거의 뚜껑이 열리자 국내 주요 언론은 모디 총리의 인도국민당이 주요 지역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음을 근거로 국민당 패배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거리에 불타는 시신들, 모디의 패배는 예정돼 있었다’ ‘코로나에 등 돌린 민심, 인도국민당 선거서 완패’ 같은 제목의 기사가 쏟아진다.

글쎄 과연 그럴까?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는 인구 9000만인 웨스트벵갈이다. 선거 전문가들도 이곳에서 승패가 갈린다고 봤다. 케랄라는 인도공산당의 아성이고, 타밀나두는 아리안족에 맞서는 드라비디언 문화의 본거지이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 통치 유지와 민주주의의 위기

선거 결과 지역당인 트리나물당이 213석, 여당이지만 웨스트벵갈에서 약세인 인도국민당은 77석을 얻었다. 트리나물당이 무려 3배 가까이 압승했으니 모디의 패배가 맞다. 하지만 직전 선거인 2016년 선거에서 트리나물당은 211석을 얻었고, 인도국민당은 3석에 불과했다. 웨스트벵갈의 강자였던 공산당과 제1야당 국민의회는 이번 선거에서 참패했다. 즉 2021년 선거 결과는 좌파 블록의 궤멸과 인도국민당의 약진이다. 2016년에 비해 트리나물당은 겨우 3석을 늘리는 데 그쳤지만 인도국민당은 무려 73석을 더 얻었다. 인도국민당의 득표율도 40%로, 2016년(10%)보다 크게 증가했다. 세계적인 모디 총리 혐오에도 불구하고 모디와 인도국민당은 약진했다. 그것이 이번 선거의 정확한 분석에 가깝다.

‘코로나 생지옥’으로 묘사되는 인도 코로나 2차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모디의 통치력은 유지되리라 보인다. 인도 민주주의의 위기도 여전할 것이라는 뜻이다.

기자명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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