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2일 힌두교 최대 축제인 쿰브멜라에 참가한 인도인들. ⓒREUTERS

지난 2월만 해도 인도의 코로나 방역은 ‘신비로운 인도 시즌 2’의 느낌이었다. 2020년 3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월에 하루 9만7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하향 추세를 보였고, 2021년 들어 하루 1만명대로 안정화한 듯했다.

하루 1만명이 뭐가 적으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인도는 한국보다 인구가 26배나 많은 나라다. 즉 한국의 인구수로 셈해보면 하루 400명가량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야기다. 외신들까지 앞다퉈 ‘인도의 신비로운 코로나 극복’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인도는 알다시피 코로나 초기부터 적극적인 대외 봉쇄정책을 폈다. 당시만 해도 여름이 오면 바이러스가 비활성화될 것이라고 보던 시각이 많았기 때문에 인도는 초반에 바짝 대응의 고삐를 쥐면 상황이 개선되리라 생각했다. 2020년 초 인도의 성급한 록다운 정책은 이런 관점에서 나왔다. 하지만 정책이 섬세하지 못했다. 곳곳에서 빈틈이 등장했다. 종교로 인한 집단감염이 한국의 신천지 사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규모였다. 전국 확산이 시작됐다.

인도가 1차 유행을 극복한 명확한 이유는 지금도 알지 못한다. 뭄바이를 비롯한 인구 밀집지역이 집단면역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몇 가지 조사 결과가 나왔고, 인구의 다수가 청년이라 가볍게 앓고 지나갔다는 추측이 이어졌다. 모두 결과론적 분석이었을 뿐이다. 뒤이은 정밀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성질 급한 인도 정치인들은 이를 그저 ‘방역의 힘’이라 주장했고 정치지도자의 업적을 찬양하는 데만 급급했다. 그들은 하루 9만명의 확진자가 나오던 2020년 9월에도 미국에 비해 인도가 이 정도로 막아내는 게 어디냐며 적반하장식 자화자찬을 했다. 여기에 백신 생산국이라는, 그래서 곧 모두가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희망도 방역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3월7일 보건장관 하르시 바르단은 “인도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엔드게임’에 있다”라고 선언했고, 이는 모두 모디 총리의 업적으로 치환됐다.

극장에서는 거리두기가 완화됐고, 인기 있는 스포츠인 크리켓 경기의 관중 제한도 풀렸다. 3월 말부터 벌어진 5개 주의회 선거(유권자만 1억8000만명에 달한다)에 대규모 대중 동원이 이루어졌다.

그러자 감염자가 무섭게 치솟았다. 3월10일 확진자가 2만명을 넘자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했는데, 일주일 뒤 3만명, 그로부터 사흘 뒤에는 4만3000명을 찍었다. 4월20일에는 하루 31만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물론 이 와중에 하루 백신접종도 매일 300만명 이상 이뤄지고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인도는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는 물론 치료제로 쓰이는 렘데시비르의 수출까지 막은 채 국내 상황 수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풀어진 사람들은 비교적 낮은 사망률 통계를 거론하며 더 이상 방역 전선에 동참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많이들 알겠지만 이 와중에 세계 최대의 종교축제 쿰브멜라까지 열렸다.

인도의 성공과 두 번의 실패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제든 이 병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며, 정치인이 나선 과한 ‘방역 자화자찬’ 혹은 ‘조기 종식 선언’ 같은 건 그저 시민들의 긴장감만 떨어뜨릴 뿐이라는 것. 해법이 분명하지 않을 때는 가장 나았던 방법을 고수하며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 말이다. 방역을 느슨하게 해서라도 살려보려던 경제는 그로 인해 언제든 더 큰 심연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힘내라! 인도.

기자명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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