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Photo2019년 2월 프랑스 펜싱연맹이 주관한 광선검 경기 모습.

프랑스에서는 ‘광선검 펜싱’이 정식 종목이다. 프랑스 펜싱연맹(FFE)은 2017년 광선검 수련회(ASL:Académie de Sabre Laser)를 정식으로 인정했다. 아마 전 세계 펜싱연맹 중 광선검 펜싱을 정식 종목으로 받아준 나라는 프랑스가 유일할 것이다. 프랑스 전역에서 1200여 명이, 펜싱 학원 100여 곳에서 정식으로 이 광선검 펜싱을 연습하고 있다. 전국 대회도 두 차례 열렸다.

광선검(라이트 세이버)은 영화 〈스타워즈〉에서 유래됐다. 물론 영화처럼 광선검에서 멋진 소리가 나오지는 않지만 매우 그럴듯한 장면이 연출된다. ‘펜싱 종주국’인 프랑스 펜싱연맹으로서는 광선검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있었다. 펜싱 단증 소지자가 점차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6만7000명이던 펜싱 단증 소지자는 2018년 6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그전까지 펜싱연맹은 새로운 학원생을 모집할 때 ‘조로(Zorro)’ 혹은 ‘삼총사’를 거론했다. 그런데 요즘 세대는 조로도, 삼총사도 모른다. 하지만 〈스타워즈〉는 대부분이 알고 있다. 꼭 그 영화의 팬이어야만 광선검 펜싱에 빠져드는 것도 아니었다. 일종의 스포츠로서도 상당한 운동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광선검을 가지고 연습하지는 않는다. 일단 목도로 먼저 한다.

펜싱연맹은 광선검 펜싱을 세 가지 범주로 나눴다. 겨루기(combat), 품새(kata), 예술(artistique) 부문이다. 겨루기의 경우 찌를 수 있는 상대방의 범위가 전통적인 펜싱(플뢰레 및 사브르)보다 넓다. 3분 동안 대결해서 머리와 몸통을 공격하면 5점, 팔다리와 손은 각각 3점과 1점을 받는다. 펜싱과 마찬가지로 15점을 먼저 따는 쪽이 이긴다. 품새나 예술 부문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어두운 조명에서 〈스타워즈〉 배경음악과 함께 광선검을 휘두른다. 때로 영화 속 장면을 재현하기도 한다. 의상까지 적절히 갖춰 입어 무예 혹은 군무(群舞)도 가능하다.

영화 속 광선검은 두꺼운 금속판도 자를 수 있는 레이저 광선검이다. 똑같이 만들기란 쉽지 않다. 재현할 경우 그 출력이 원자력발전소급 (1GW)이기 때문에 현재 기술로는 제작할 수도 없다. 그래서 LED를 집어 넣은 광선검을 사용하는데, 펜싱을 위한 광선검을 특별히 제작하는 업체도 있다.

LED 광선검 가격은 650유로까지 다양

이 업체는 광선검을 프랑스 전경(CRS)이 사용하는 방패 재질(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기 때문에 가벼우면서 견고하다고 광고 중이다. 색상을 선택할 수도 있다. 특히 제다이 마스터 윈두(새뮤얼 잭슨이 연기했다)만이 소유한 보라색 광선검도 나와 있다. 광선검은 주로 온라인으로 판매하며 가격대는 135유로(약 18만원)에서 650유로까지 다양하다. LED용 배터리는 LG 제품을 쓰기도 한다.

프랑스 펜싱연맹은 올해 펜싱 단증 소지자가 약 2000명으로 늘어나리라 기대하고 있다. 광선검 펜싱 수강생 대다수는 젊은데, 특히 10~20대가 많다. 한 20대 광선검 펜싱 수강생은 “카포에이라, 합기도, 일본식 검도 다 해봤지만 섬유근육통이 낫지 않았는데, 광선검 펜싱을 연습한 이후 나았다”라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혹시 ‘포스의 힘’으로 나은 건 아닐까?

기자명 위민복 (외교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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