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 세베헬뤼 스톡홀름 대학 명예교수

세베헬뤼 교수는 “사망자 숫자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시사IN 김연희

2020년 코로나19 유행 초 스웨덴의 노인요양시설에서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전체 코로나19 사망자 중 45%가 시설 입소자였다. 이러한 초기 데이터는 독자적인 방식을 택한 ‘스웨덴 모델’을 도마 위에 오르게 했다. 마르타 세베헬뤼 스톡홀름 대학 명예교수는 1980년부터 고령자 시설과 노인 돌봄, 이와 연관된 사회정책을 연구해온 사회복지 분야의 석학이다. 코로나 위원회는 2020년 12월 ‘팬데믹 기간 노인 돌봄 전략’을 평가한 1차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세베헬뤼 교수는 이 보고서의 참고 자료가 된 ‘배경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는 노인요양시설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9월20일 스톡홀름에서 팬데믹 시기 노인의 삶을 바라보는 꽤 ‘낯선 시각’을 마주했다.

어느 나라든 노인요양시설은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곳이지만 2020년 유행 초 스웨덴의 시설에서는 특히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무엇이 문제였나?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스웨덴의 고령층이 유별나게 큰 피해를 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차 유행(2020년 봄) 때 사망자의 46%가 노인요양시설에서 발생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스웨덴에서는 사망자 가운데 40~45%가 그런 시설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스웨덴의 문제는 사회에 너무 많은 바이러스가 퍼져 있었다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노인요양시설은 집 같은 개념이다. 매우 개방적이다. 사회 내에 전반적인 확산이 심하면 요양시설에서도 퍼지는 것을 막기 어려운 구조이다. 노르웨이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요양시설 사망자가 나왔지만, 사망자 수는 스웨덴보다 적었다.

코로나 위원회는 ‘오랫동안 잘 알려졌던 구조적 결함들로 인해’ 노인요양시설이 팬데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중 하나가 직원들의 전문성과 근무조건이었다.

코로나19 초기에 노인요양시설 직원들에게 개인보호장구와 진단키트가 충분히 지급되지 못했다. 직원들은 아주 힘든 상황에 놓였다. 코로나19가 퍼진 노인요양시설에 직원들은 혼자 남겨졌고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에 앞서 스웨덴 노인요양시설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 최소한 직원 4명 중 한 명이 ‘0시간 계약노동(Zero-hour contract)’ 상태였다는 것이다(정해진 노동시간 없이 일한 만큼 시급을 받는 임시직). 코로나 위원회가 이 문제를 지적해줘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코로나 위원회는 팬데믹 같은 위기에서 양질의 돌봄을 제공하려면 직원들의 숙련과 전문성·의욕을 키워야 하며, 이를 위해 직원들의 고용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거의 바뀐 게 없다.

어떤 직원들이 근무하나?

대략 7%가 간호사이다. 60%는 2년제 교육을 받은 간호조무사이다. 그리고 나머지 30%는 단기 교육을 받거나,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돌봄 보조인력이다.

스웨덴의 노인요양시설은 보통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나? 1인실을 쓰나?

모두 1인실이다. 각 방에는 화장실과 작은 부엌이 딸려 있다. 오직 부부만이 함께 방을 쓴다. 스웨덴에서는 요양시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사생활과 안전 그리고 단란함이 모두 보장되기 때문이다. 요양시설은 그곳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집이기 때문에 그들을 가두거나 일방적으로 문을 잠가둘 수 없다. 코로나19 유행세가 거셀 때는 감염되지 않은 입소자들의 안전을 위해 방에 머무르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시설에 있는 노인 65%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그들은 계속해서 돌아다닌다. 1차 유행 때 좋은 요양시설들의 감염률이 더 높았는데, 그런 곳들은 서로 차를 마시고 악기를 연주하는 등 같이 어울리는 활동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망자 숫자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9월21일 스톡홀름의 한 골목에서 지팡이를 짚고 가는 노인의 모습. ⓒ시사IN 김연희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이 문제는 아니다? 무슨 뜻인가?

내 말을 정확히 이해해주길 바란다. 진짜 문제는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가’이다. 팬데믹 초기가 아니라 코로나19 유행 기간을 통틀어서 보면 스웨덴의 초과 사망률은 높지 않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요양시설 거주자들은 매우 연로하고 쇠약해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하지 않더라도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팬데믹 기간 심각한 감염으로 카오스에 빠진 요양시설에서 노인들이 생을 마감했다는 점이다. 직원 대부분이 코로나19에 걸려 출근하지 못하는 시설이 속출했고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입소자들이 사망했다. 나는 그 시점에서 더 많은 의료 지식을 가진 직원과 그들을 지원할 수 있는 간호사를 요양시설에 보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은 2020년 4월1일부터 요양시설 방문이 금지되었으며 10월1일까지 지속되었다고 나온다. 그러면 2020년 10월 이후에는 가족들이 시설을 방문할 수 있었던 건가?

그렇다. 개별 시설에서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전면적인 면회 금지는 사라졌다.

스웨덴에는 1차 유행이 지나간 뒤에도 몇 차례 유행 파도가 있었다. 그럼에도 방문 금지를 다시 도입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

가족과의 만남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적인 존재이다. 사회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시설 방문이 금지되었던) 2020년 여름에 투명 플라스틱을 설치해서 가족들이 시설 밖에서 입소자와 노트북이나 전화로 소통할 수 있도록 장소를 마련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 증상이 있는 노인들에게는 별 소용이 없었다. 물론 팬데믹 이전처럼 자주 자유롭게 요양시설을 찾기는 어려웠지만 방문이 완전히 막히지는 않았다.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외출을 막는 것은 어느 때고 허용되지 않았다. 입소자들은 항상 밖에 나갈 수 있었고, 때때로 바이러스를 시설 내부로 가져왔다. 우리는 가능한 한 감염을 막으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우리가 삶을 살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이다.

방문 금지가 재도입되지 않은 배경에는 입소 노인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들었다.

부분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노인들의 의견이 직접 정부에 전달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적극적으로 방문 금지에 반대하는 움직임은 일부 법률가들로부터 나왔다. 그들은 요양시설이 입소자들의 집이며, 누군가의 집에 방문을 금지하는 것은 스웨덴 법률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나처럼 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자들도 ‘방문 금지’ 반대에 목소리를 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스웨덴에서 노인요양시설과 관련해 달라진 점이 있나?

중앙정부는 아니고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진된 것인데, 여러 지자체가 ‘0시간 계약’ 직원들의 근무 기간을 3개월 혹은 그보다 더 길게 연장했다. 그들이 여러 시설을 돌아다니며 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중앙정부에서 요양시설 직원 훈련에 재정적 투자에 나섰다. 교육받는 인원은 2000~3000명가량으로 꽤 많다. 새로운 노인요양법에 관한 검토도 시작되었다. 이 법에 노인요양시설의 의료 역량을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가기를 바라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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