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유튜브 설문조사를 시도했나

 

‘가짜뉴스 잡는’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가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관련 연구 조직인 ‘새로운 소통연구소’를 통해 20~40대 청년층의 정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벌인 것. 유튜브 헬마우스의 구독자(5월 말 현재 11만8000여 명)와 일반 응답자를 분리, 비교하는 방법으로 시행된 이 조사에서 청년층들은 이전 세대와 정치 성향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드러냈다. 〈시사IN〉은 1980년대생 6명으로 구성된 헬마우스 제작진에게 직접 설문조사 내용을 풀이해달라고 요청했다.

ⓒ시사IN 신선영유튜브 채널 ‘헬마우스’ 진행자 임경빈씨(왼쪽)와 하헌기씨.

당초 ‘새로운소통연구소, 헬마우스 팀’에게 유튜브 채널의 개설 및 운영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다. 수익성으로 보면 헬마우스 채널로는 전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팀원 여섯 명이 뭉치면서 세 사람이 생업을 그만두었다. 그런데도 외주 편집자까지 한 명 뽑아야 할 정도로 일손이 모자랐다. 반면 우리가 타격하는 ‘가짜뉴스’ 채널들은 자료든 논리든 인터넷에 부유하는 것들을 곧바로 가져다 바꿔 쓴다. 그들은 큰 비용과 긴 시간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장사와 가성비의 관점에서 본다면 가짜뉴스 유튜버들에게 훨씬 더 쉽고 유리한 싸움이었다.

새로운소통연구소는 유튜브라는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 ‘진보파’들이 실패하고 헤매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인터넷 게시판, 블로그, SNS, 팟캐스트 등 뉴미디어의 물결에서 줄곧 우위를 점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던 진보파가 유독 유튜브에선 적응에 실패한 까닭이 무엇일까? 우익 가짜뉴스 채널들이 중·노년층의 현 정부에 대한 반감과, 청년세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에 기대고 있다면,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 수 있을지도 생각해봐야 했다. 물론 우리는 가짜뉴스 채널들이 유튜브에서의 흥행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어낼 것이라곤 보지 않았다. 최근 화제가 된 김무성 의원의 〈한국일보〉 유튜브 영상 발언처럼, 가짜뉴스 유튜브는 ‘보수정당에게 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통해 수많은 시민들이 ‘실제 현실과 상관없는 본인들이 원하는 현실’에서 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 요구하게 될 사회적 비용은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골이 너무 깊어지기 전에 넘어설 방도를 찾아야 했다.

헬마우스 채널의 기획자인 ‘하 CP’ 혹은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은, 다수의 구독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유튜브를 매개로 사람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면 정치적 양극화로 쪼개진 한국 사회를 접합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한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유튜브 채널은 단순히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매개를 넘어서는 ‘새로운 관계 맺음’의 장이었다. 텔레비전 시청자와 달리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그 유튜버의 ‘성장 이야기’를 공유한다. 유튜버와 구독자의 관계는 그만큼 끈끈하다. 이런 구독자들로부터 설문의 응답을 끌어낸다면, 보통 1000여 개 샘플에 그치는 일반적 여론조사와 달리 수만 개 샘플로 이뤄지는 주관식 응답을 분석해서 한국 사회의 실상에 더욱 구체적으로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채널 구독자(비슷한 성향의 시민들이 모인)만 대상으로 설문하면, 편향된 표본만 수집될 가능성이 크다. 보완책으로 헬마우스 구독자 외에 일반 온라인을 기반으로 20대, 30대, 40대를 대상으로 1000샘플의 일반 설문조사를 먼저 실시하기로 했다. 그 결과를 헬마우스 채널 구독자 설문조사와 비교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터였다.

헬마우스 채널 구독자를 민주당 열혈 지지층으로 봐야 할지, 가짜뉴스에 염증을 내는 중도파로 볼 수 있을지도 토의해볼 여지가 있다. 헬마우스 구독자들은 뉴미디어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계층이다. 이 채널을 구독하는 행위 자체가 적극성의 증거다. 까다로운 주관식 문항까지 포함된 설문조사를 끝까지 마쳤다는 것도 적극성 없이는 감행할 수 없는 행위다. 그래서 구독자들의 의견과 일반적 청년세대의 의견을 비교해봤을 때 나오는 분석의 함의가 있을 것으로 봤다. 경남대 사회학과 양승훈 교수가 설문조사 및 텍스트 마이닝을 진행했다.

설문조사 진행 및 분석을 위해 자료조사를 하다가 여기에 새로운 시도를 하나 더 섞게 됐다. 현업 데이터 분석 전문가 파래김(필명)의 제안으로, 정치심리학에서 흔히 정치 성향의 보수성을 규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심리적 기질 두 개, 즉 ‘사회지배 성향’(SDO:Social Dominant Orientation)과 ‘우파 권위주의 성향’(RWA: Right-Wing Authoritarian) 지표를 분석에 추가한 것이다. 이는 ‘당신은 보수입니까, 진보입니까’라면서 자기 진단을 묻는 통상적인 문항과 비교했을 때, 한국 사회 시민들의 심리적 기질이 어떤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특히 정치심리학에서 보수로 분류되는 사람이 스스로를 진보로 표현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면, 기성 정당들이 유권자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지 그 전략의 적절성 여부까지 밝힐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터였다.

 

어떻게 조사했나
일반인 조사
모집단:전국 만 20~49세 남녀
조사 일시:2020년 2월20일
조사 방법:층화 표집에 따른 표본을 통한
인터넷 설문조사
표본 크기:1000명(중복 문항 삭제 후 971명)
표본 오차:95% 신뢰수준에서 ±3.1%
조사 기관:새로운 소통연구소
헬마우스 채널 구독자 설문조사
모집단:유튜브 이용자
조사 일시:2020년 3월24~29일
조사 방법:유튜브 채널 내 홍보를 통해 참여한
자발적 인터넷 응답
표본 크기:4544명(중복 문항 삭제 후 3966명)
조사 기관:새로운 소통연구소
※ 표본조사가 아니므로 응답률과 표본오차를
측정할 수 없음.

 

 

 

ⓒ시사IN 신선영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월10일 서울역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유튜브 채널의 쌍방향성은 설문조사 과정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인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미끈하게 정리된 결과 보고서가 나왔다. ‘헬마우스’ 채널 구독자 설문조사 과정에선 구독자들의 댓글 반응을 볼 수 있었다. 구독자들은 특히 정치심리학에서 흔히 정치 성향의 보수성을 규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심리적 기질 두 개를 지표화하는 문항, ‘우파 권위주의 성향(RWA: Right-Wing Authoritarianism)’과 ‘사회지배 성향(SDO:Social Dominance Orientation)’을 측정하는 문항에서 모호함이 발견된다고 당혹감을 보였다(기사 맨 끝 ‘정치심리학의 대표적 요인들’ 기사 참조).

이를테면 ‘능력이 다른 집단에게도 평등한 조건이 주어져야 한다’라거나 ‘세상에는 모든 면에서 남보다 더 열등한 사람들이 있다’ 같은 문항들이 있다.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우, ‘능력’이나 ‘평등’ 같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답변이 가능하다. 그러나 응답자가 ‘모호한 문항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답변하는지’부터가, 그(녀)의 심리적 기질을 판별할 수 있는 요소다.

헬마우스 구독자 설문조사는 4544명의 응답을 이끌어냈다. 20대, 30대, 40대 남녀를 대상으로 한 ‘일반 설문조사’는 971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했다.

■ 권위주의 및 사회지배 성향이 낮을수록 진보적

먼저 우파 권위주의 성향(RWA)과 사회지배 성향(SDO)이 클수록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가질 확률이 높다는 추정은 한국 사회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두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는 경향성으로 나타났다. ‘일반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우파 권위주의 성향의 평균 수치는 3.35, 사회지배 성향의 평균 수치는 3.54였다. 반면 헬마우스 구독자 설문조사에서는 우파 권위주의 성향의 평균 수치가 2.34, 사회지배 성향의 평균 수치는 2.20에 불과했다(〈그림 1〉 참조). 수치가 높을수록 보수적 정치 성향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헬마우스 구독자층이 일반 조사 대상자들보다 상당히 더 진보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실제로도 본인의 정치 성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은 1번 문항에 대해 일반 온라인 설문조사 응답자 중 54%가 자신을 중도 성향이라고 답변한 반면 헬마우스 측 응답자들은 61%가 스스로를 진보적 성향(50% 진보적, 11% 매우 진보적)이라고 언급했다(〈그림 2〉 참조).

정당 및 정치인 선호 기준을 물은 2번 문항에서 일반 온라인 설문조사 응답자들과 헬마우스 측 응답자들은 똑같이 ‘이념 및 정책 성향’을 수위로 꼽았다. 다만 헬마우스 측 응답자들이 그렇게 답변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헬마우스 51.2%, 일반 30.1%).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은 ‘유능함’이었다(헬마우스 27.2%, 일반 23.1%). 일반 온라인 설문조사의 응답자들은 ‘청렴함’(일반 22.1%, 헬마우스 5.1%)과 ‘소통’(일반 15.1%, 헬마우스 1.6%)을 택한 이들이 헬마우스 측 응답자들보다 많았다. 헬마우스 측 응답자들이 일반 응답자들보다 특히 더 많이 택한 선택지로는 ‘민주주의 동의 여부’(헬마우스 13.9%, 일반 4.2%)가 있었다(〈그림 3〉 참조). 자신의 정치 성향을 진보라고 답변한 집단이 이념 및 정책 성향,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신념 등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띤다고 볼 수 있다.

1, 2번 문항에 대한 답변을 보면, 한국 사회 시민들의 정치 성향을 설명하는 데 우파 권위주의 성향과 사회지배 성향이라는 심리적 기질을 활용하는 작업이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추적조사할 경우, 시민들이 정당 및 정치인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더 풍부한 추정적 설명을 가능하게 하리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연합뉴스5월19일 서울 약수시장의 한 마트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안내문이 붙어 있다.

■ 20·30·40 세대는 ‘시장경제+복지국가’를 압도적으로 선호

3번 문항에서 7번 문항까지 5개의 선다형 문항들은 한국의 사회문제들에 대한 시선 및 평가를 알아보기 위해 보통의 여론조사 문항이나 언론보도보다 더 세밀하게 나눠 질문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3번 문항은 ‘경제정책 선호 방향’, 4번 문항은 ‘대북정책 선호 방향’, 5번 문항은 ‘외교정책 선호 방향’, 6번 문항은 ‘필수해결 사회이슈’, 7번 문항은 ‘한국 사회 주요 갈등’ 등이다. ‘기타’를 고르면 주관식 답안을 기입할 수 있도록 했다.

3번 문항인 ‘경제정책 선호 방향’의 경우 흔히 ‘보수는 성장, 진보는 분배’라는 식의 단순 이분법으로 재단되곤 한다. 가령 현 정부의 성장 정책인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보수우파 진영은 ‘성장 정책이 아니라 분배 정책인데 성장 정책인 척한다’라는 식으로 비판 내용을 구성한다. 새로운소통연구소는 이런 이분법으로는 경제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관점을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고 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하게라도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선호하지, ‘성장만’ 혹은 ‘분배만’ 바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질문으로는 응답자들의 관점을 충분히 담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소득주도성장 같은 현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찬반을 물어 알 수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호오의 감정’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새로운소통연구소는 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발전국가(경제성장을 관리하는 국가)냐, 시장경제냐’로 구분하고, 분배 정책에 대해선 ‘자유방임이냐, 재분배 복지정책이냐’로 구분해 양자를 조합한 선다형 문항을 만들었다. 한국 사회의 경제성장 경로를 생각할 때, 그리고 그간 다른 여론조사에 담긴 한국 사회의 여론 지형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런 부분까지 고려할 때 사회민주주의적 체제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것보다 발전국가에 대해 찬성하는지 묻는 것이 더 낫다고 보았다. 구성된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1)경제성장과 더불어 복지와 자산, 소득재분배 모두 시장원리에 맡긴다.

2)경제성장은 시장에 맡기되, 복지와 자산, 소득재분배 관련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관리한다.

3)국가의 기획·관리 아래 산업육성 및 경제성장을 추구하되, 복지와 자산, 소득재분배는 시장원리에 맡긴다.

4)국가의 기획·관리 아래 산업육성 및 경제성장을 추구하고, 복지와 자산, 소득재분배 역시 국가와 사회가 관리한다.

5)기타

조금 다르게 설명하면 1)은 자유지상주의, 2)는 시장경제+복지국가, 3)은 발전국가+자유방임, 4)는 발전국가+복지국가의 쌍이다.

많은 이들이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응답자의 대다수가 2)시장경제+복지국가를 선택했다. 일반 온라인 여론조사 응답에서도 절반 가까운 응답이 해당 문항에 집중됐다. 헬마우스 측 응답자들에게선 4분의 3을 넘었다. 일반 응답자들은 3)발전국가+자유방임과 1)자유지상주의에도 일정 부분 지지를 보냈는데, 이는 헬마우스 측 응답자들에게선 그다지 지지받는 대안이 아니었다(〈그림 4〉). 해당 결과를 참조하면, 장기적으로 다수파가 되려는 정치세력이라면 경제정책 기조를 ‘성장은 시장, 분배는 국가’ 쪽으로 잡는 것이 유리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4번 문항 ‘대북정책 선호 방향’에선 북한 문제에 대해 교류협력책과 강경책 중에서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는지, 혹은 상호주의 내지 실용주의 접근을 선호하는지, 그리고 통일을 바라는지, 아니면 북한 문제에 대해 다만 잊고 싶어 하는지를 조합하여 선다형 문항을 구성했다.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1)북한과 교류협력, 장기적으로는 통일 추구.

2)북한과 교류협력하되, 통일은 바라지 않는다.

3)북한 문제에 신경 쓰기 싫다.

4)상황에 따라 교류협력책도, 강경책도 사용할 수 있다.

5)북한은 위험한 적이므로 대북 강경책을 취해야 한다.

6)기타

헬마우스 측 응답자에게선 1)이 절반 넘는 다수파 응답이었다. 일반 응답자에서는 4)의 상호주의 내지 실용주의적 접근이 3분의 1을 조금 넘는 다수파 응답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반 응답자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1)을 지지했다(31.2%). 4)의 27.2%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그림 5〉 참조).

헬마우스 구독자들이 이전 세대의 감성적 민족주의에 근거한 진보 담론에 동조하는 정도가 일반 응답자에 비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정치세력이 헬마우스 측 응답자 가운데 다수파인 1)번을 따라갈 때 청년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하긴 쉽지 않다. 현 정부가 기존의 정책적 신념만 무리하게 고집하지 않고 다소 유연한 모습을 보여야 더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다.

ⓒ사진공동취재단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만났다.

■ 진보적일수록 ‘친중’과 거리를 둔다

5번 문항 ‘외교정책 선호 방향’은 한국 사회에서 흔히 대북정책과 함께 묶인다. 그러나 ‘친미냐 친중이냐’라는 논쟁적 물음이 특히 정치권과 담론 해석 영역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대북정책과 분리해서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 층에서도 미국에 대한 태도와 일본에 대한 태도의 감성적 결이 미묘하게 다를 것이기에 선택지를 구별했다.

1)굳건한 한·미·일 동맹

2)일본과는 거리를 둔 굳건한 한·미 동맹

3)한·미 동맹이지만 대북관계에선 자주성 추구

4)미·중 사이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가며 북한과 교류협력

5)한국은 장기적으로 중국 중심 세계체제에 편입되어야

6)기타

응답 결과를 보니 놀라웠다. 한국의 보수우파들이 상대편을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얼마나 거리가 먼 허수아비를 세우고 타격하고 있는지, 명백하게 드러난다. 한국의 보수우파들은 민주당이 친중 성향이며, 민주당 지지자들도 친중 성향에 가깝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응답 결과에선 한국 사회 청년세대의 친중 성향이란 것이 거의 관측되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결과가 있다. 다른 문항에서는 기존 진보 담론에 상당히 수용적이었던 헬마우스 구독자들 가운데 친중을 의미하는 5)를 선택한 비율이 0.1%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0%이다. 이에 비해 일반 응답자 중 5)의 비율은 3.4%였다(〈그림 6〉 참조). 특히 청년세대에서는 기존 진보 담론의 견해를 강하게 수용하는 이들이 오히려 친중 성향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또한 일관성 있는 보수우파적 입장인 ‘일본까지 포괄하는 한·미·일 동맹’ 역시 헬마우스 구독자는 물론 일반 응답자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는 뉴라이트나 〈반일 종족주의〉 관련 담론, 혹은 앞의 입장들을 대폭 수용한 보수우파 유튜버들의 활동으로 인한 ‘우파 사상 재무장’이란 것이 미래통합당 계열 정당이 청년세대에게서 멀어지고 소수파가 되는 지름길이었다는 점을 추정하게 하는 결과였다.

즉, 미래통합당 계열 정당은 짧게 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몇 년을, 더 길게 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뉴라이트 운동이 강성해진 지난 십수 년 동안을 자당의 지지기반을 오히려 허약하게 만드는 ‘잘못된 길’을 걸어온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7번 문항 ‘필수 해결 사회이슈’의 경우 흔히 언론에서 언급되는 것들을 병렬적으로 제시하는 선다형 문항을 구성했다. 헬마우스 측 응답자는 물론 일반 응답자들 모두에서 ‘사회 양극화 해소’가 다수였다(헬마우스 39.0%, 일반 25.6%). 일반 응답자들은 ‘부동산 문제’를 다음으로 꼽았는데, 이는 헬마우스 측 응답자들에게선 많이 나오지 않은 응답이었다(일반 21.8%, 헬마우스 9.9%).

다만 큰 틀에서 보면 부동산 문제 역시 사회경제적 문제이고, 부동산 문제를 택한 이들은 사적인 수준에서 사회 양극화 문제를 조망한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두 응답에서 나타나는 헬마우스 측과 일반 응답자 간 10%포인트가량의 격차는 견해 차이라기보다는 사회문제를 공적인 것으로 집중해서 바라보는지, 아니면 본인의 개인 문제 차원에서 이해하는지의 영역에서 나타난 차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헬마우스 측에선 두 번째로, 일반 측에선 세 번째로 많았다. 비율 자체는 엇비슷했다(헬마우스 17.0%, 일반 18.5%). 헬마우스 측 응답자들은 상대적으로 ‘공동체 윤리 붕괴’를, 일반 응답자들은 ‘민주주의 위기’를 더 문제시했다(〈그림 7〉 참조). 유튜브 채널에서 보내는 시간이 일반인보다 많을 가능성이 높은 헬마우스 측 응답자들의 그러한 답변은 유튜브 채널에서 일상적으로 드러나는 정치적 양극화가 그 생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3번에서 6번 문항까지의 응답 결과를 분석해보면, 한국 사회의 청년세대에선 친미, 친시장 경제, 복지정책 지향으로 다수파가 쏠리는 경향을 볼 수 있었다. 이는 기존 보수 담론, 기존 진보 담론의 전형 및 갈등구조와는 사뭇 달랐다.

■ ‘부유하는 중도파’는 없다?

한국의 정치와 선거에서는 미국(한국과 비슷한 대통령제이며 양당제)과 달리 중도파 내지 ‘스윙보터’의 영향력이 크게 평가되곤 한다. 미국에서는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가 거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미국의 선거 때 각 당의 핵심적 목표는 중도파 흡수라기보다 ‘자당 지지자를 투표장으로 최대한 동원’하는 것이다.

한국에도 미국 못지않은 정치적 양극화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의 발달이 양극화를 부추기는 모습도 미국과 비슷하다. 그러나 한국 선거를 관전하다 보면, 미국과 달리 마치 ‘부유하는 중도파’가 선거판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거칠게 말하면 한국의 선거는 “지지자의 최대 동원”보다 “누가 중도파에게 ‘어그로’를 덜 끌었는가”로 판가름 나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서도 그런 식의 해석이 많았다.

어떤 이들은 ‘부유하는 중도파’의 존재는 확인된 바 없다는 식으로 반론한다. 그럴 수 있다. 한국에 ‘부유하는 중도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양당의 연성 지지층이 적극적 투표층이 되느냐 아니면 투표를 포기하느냐에 따라 ‘지지자 동원’의 밀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라도 양당의 연성 지지층이 결과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양상의 차이는 크지 않다. 다만 ‘누가 중도파에게 덜 어그로를 끌었는가’를 ‘누가 자당의 연성 지지층을 덜 화나게 했는가’로 바꾸면 되는 일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반드시 ‘한국 사회에만 다른 사회에선 찾아보기 힘든 중도파라는 경향성이 따로 존재한다’고 볼 필요가 있을까? 혹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각각 잠재적 지지자 가운데 일부만 대변하기 때문에 ‘부유하는 중도파’가 존재하는 듯한 착시효과가 발생해온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싶은 해석이다.

지금까지 양당은 이른바 ‘부유하는 중도파’를 잡기 위해 겸손함이나 오만하지 않음을 내세워야 했다. 일종의 ‘싸가지’ 경쟁을 펼친 것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싸가지 없는 진보〉(2014)라는 저서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싸가지’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보수 우파가 편협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싸가지 없는 보수’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최근 있었던 김무성 의원의 보수 유튜버에 대한 일갈 역시 ‘싸가지 재무장’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런 해석을 따른다면 한국의 중도파들이 특별히 ‘싸가지’를 중시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문제의 핵심은 양당이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을 고르게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상당수 유권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지향에도 미래통합당의 정치 지향에도 온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유권자들은 각 당에 대해 ‘정치적 고집’을 꺾고 시민들의 관점에 귀 기울이는 집단을 선호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싸가지가 중요하다’는 관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어떤 정치세력이 한국 사회의 차세대 유권자들이 원하는 방향을 명료하게 ‘대의’하게 된다면, 그러한 방향으로 소신 있게 강한 입장을 피력한다 해도 지지율이 반드시 하락하지는 않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시사IN 신선영2018년 7월7일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3차 시위가 열렸다.

■ 20대 남성이 20대 여성보다 진보적. 단, 젠더 문제 빼고…

일반 온라인 여론조사는 20대, 30대, 40대를 대상으로 남녀를 구분해서 실시했다. 성별·연령별 구분으로는 20대 남성, 30대 남성, 40대 남성, 20대 여성, 30대 여성, 40대 여성의 6개 집단으로 나뉜다.

이렇게 세분한 6개 집단별로 ‘우파 권위주의 성향(RWA) 및 사회지배 성향(SDO) 수치를 산출해서 비교해봤다. 흔히 20대 남성의 보수성을 구성하는 요소로 여겨지는 (징병제 군대 경험에 영향을 받았다고 흔히 추정되기도 하는) 4번 문항 ‘대북정책 선호 방향’도 6개 집단으로 나눠 세부적으로 들여다봤다. 7번 문항 ‘한국 사회 주요 갈등’ 역시, 젊은 세대가 ‘젠더 갈등’을 택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고려하면서 6개 집단으로 나누어 살폈다.

여기서도 통념과는 사뭇 다른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최근 20대 남성은 ‘보수화’라는 틀에서 주로 분석됐다.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이 6개 집단(20대, 30대, 40대 남녀) 중에서 20대 남성이 더불어민주당 지지 성향이 가장 약한 집단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정치 성향에 미치는 심리적 기질로 알려진 우파 권위주의 성향과 사회지배 성향 수치에선 20대 남성이 보수적이라는 근거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사회지배 성향 수치에서 20대 남성은 오히려 6개 집단 중 가장 보수 성향이 덜할 것으로 추정됐다. 사회지배 성향 수치에서 20대 남성 다음으로 보수 성향이 덜할 것으로 추정된 것은 30대 남성이었다(〈그림 9〉).

우파 권위주의 성향 분포에서 20대 남성은 6개 집단 중에서 두 번째로 보수 성향이 강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이 수치에서 보수 성향이 가장 강할 것으로 추정된 집단은 오히려 2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그림 8〉).

지금의 20대 남성은 대북정책 선호 방향으로 봐도 현격한 보수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굳이 해석한다면 다른 5개 집단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신안보 세대’라 불릴 만큼 특이하지는 않았다. 돌이켜보면, ‘신안보 세대’라는 조어 자체가 천안함 사건(2009년)과 연평도 해전(2010년)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에 어쩌면 지금의 20대 남성보다는 30대 남성에게 성립하는 것이기도 하다(〈그림 10〉).

이를 통해 추정해볼 때,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격차는 대체로 젠더 문제의 영향일 거라는 결론이 나온다. 즉, 20대 남성이 일반적으로 보수화되거나, 특별히 ‘일베’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사실 이제는 ‘일간베스트’란 홈페이지의 전성기 역시 거의 6~8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일이다), 젠더 문제가 20대 남성의 일각에게는 지지하는 정당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정도로 (여타 세대 남성들에게 그것이 가지는 가치보다) 큰 문제로 여겨진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또한 정치 성향을 결정하는 심리적 기질 수치로 봤을 때 일반 응답자 집단보다 훨씬 동질적이었던 헬마우스 구독자층에서 젠더 갈등을 심각하게 본 이들의 비율 격차가 6개 집단 간에 훨씬 크게 도드라졌다는 점도 흥미로운 일이다. 40대보다는 30대, 30대보다는 20대가 젠더 갈등을 더 심각한 문제로 봤다. 이러한 연령대별 격차는 여성에게서 더 현격하게 나타났다. 헬마우스 구독자 층에서 격차가 더 컸다는 사실은 아마도 인터넷 활용이나 몰입 여부가 클수록 젠더 갈등 문제를 더 심각하게 여겼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대 남성의 민주당 지지 이탈 문제 때문에 20대 남성의 특수성이 도드라져 보이는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남성보다는 여성이 젠더 갈등 문제를 더 심각하게 여기는(아무래도 공포를 더 크게 느끼는) 경향성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시사IN〉이 지난해 ‘20대 남성’ 관련 심층조사를 통해 지적한바, 20대 남성들은 반페미니즘적 성향을 지니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별도의 문제이며 그 부분만 콕 집어내 20대 남성의 정치 성향 자체가 보수화됐다고 분석하는 것은 섣부를 수 있다.

새로운소통연구소의 이번 여론조사는 아직까지 한 번의 조사 결과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스냅샷에 해당할 수 있다. 좀 더 설득력 있는 분석을 위해서는 분기 혹은 반기마다 패널조사가 필요하다. 본 연구소는 여력이 된다면 정기적인 패널조사를 통해 이 글에서 제시된 가설들을 검증해보려 한다. 유튜브 헬마우스 채널을 통해 발표할 ‘보고서 원문’에는 구독자들에게 시행한 주관식 설문 답안에 대한 분석까지 담았으니 참조하시기 바란다.

 

 

 

정치심리학의 대표적 요인들

 

이번 조사에서 새로운소통연구소가 측정한 우파 권위주의 성향(RWA:Right-Wing Authoritarianism)과 사회지배 성향(SDO: Social Dominance Orientation)은 정치심리학(Political Sychology)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여러 심리적 요인들 중 대표적인 것이다.

우파 권위주의 성향(RWA)은 보통 사회변화를 기피하고 현상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성향을 의미하고, 사회지배 성향(SDO)은 강자와 약자 혹은 능력이 출중한 사람과 무능력한 사람 간의 위계질서를 깨고 평등한 사회를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믿는 경향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하상응 서강대 부교수와 이보미씨(석사과정)가 2016년 총선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두 지표를 측정하여 2017년에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RWA와 SDO, 두 개의 심리적 기질은 성격의 구성에 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인 외향성, 원만성, 성실성, 정서적 안정성, 개방성의 5요인 모델(Big 5)의 요소들처럼 선천적인 것은 아니며 환경의 영향도 어느 정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5개의 성격 요인 중에서 개방성이 낮고 성실성이 높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강한 우파 권위주의 성향을 띤다고 알려져 있으며, 친화성이 낮은 사람들이 사회지배 성향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기자명 새로운소통연구소·유튜브팀 헬마우스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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