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
박선민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정치를 하며 정치를 배웠다.”

2004년부터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말하는 ‘국회 사용 설명서’. 처음엔 정치를 사회운동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입법권을 쥔 당사자가 되었으니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금세 벽에 부딪혔다.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고 약자들의 삶은 점점 어려워졌다. 완전하지 않은 인간들이 마지못해 합의한 ‘불완전한 정치체제’가 민주주의라는 걸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다. 입법부는 행정부와 달리 복수의 정당이 경쟁하며 공존하는 공간이다. 정치의 역할과 국회가 하는 일, 입법과 재정에 관한 국회의 권한, 국회에 대한 오해 등을 담았다. 의회정치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덜 겪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출발했다. 국회는 싸움과 갈등의 공간이 아니라 가능성의 공간이다.

 

 

 

 

 

 

 

 

 

 

김일성과 박정희의 경제전쟁
정광민 지음, 산지니 펴냄

“경제전에 대한 인식은 양 체제의 긍정과 부정을 통합적·역사적으로 보게 한다.”

전후 복구 시기인 1953년 김일성의 ‘지상낙원’ 연설은 ‘대남 경제전’ 선언이었다. 북과 남의 경제적 차이를 천당과 지옥만큼 벌어지게 하자고 주장했던 것이다. 독주하던 김일성 앞에 박정희가 등장하면서 남북 경제전 시대가 열렸다.
경제전의 제1시기에 김일성은 지상낙원론, 박정희는 실력배양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두 번째 시기에 접어들자 김일성은 경제국방 병진 노선, 박정희는 국방건설 병진 노선을 들고 나왔다. 그 결과는 남북 모두의 국방국가화였다. 1970년대 들어 남북의 국방국가는 북의 유일체제와 남의 유신체제로 절정에 도달했다. 경제전의 명분은 지상낙원과 복지국가 건설이었으나, 김일성과 박정희가 최대 수혜자였을 뿐이다.

 

 

 

 

 

 

 

 

 

 

나는, 나와 산다
김민아 지음, 끌레마 펴냄

“혼자인 지금, 안전한가요?”

1인 가구의 진짜 걱정은 밥을 혼자 먹는 게 아니다. 사회제도가 3~4인 가구에 부합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제도권의 보호와 승인 바깥에 머무르기 쉽다는 게 문제다. 혼자 사는 저자가 각기 다른 조건을 가진 혼자 사는 사람 스무 명을 만나 ‘안녕’을 물었다.
국가가 외로움을 다루는 방식을 비롯해 혼자인 사람들이 하는 걱정을 살폈다. 혼자라서 불안한 게 아니라 사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겁주는 사람들 때문에 불안한 이들. 1인 가구가 처하기 쉬운 ‘불안한 거처’와 혈연·혼인 관계가 아닌 ‘보호자’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다룬다. 저자의 말대로 한 존재가 고립에 처하는 건 관련 정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누더기 정책’ 때문일 수도 있다.

 

 

 

 

 

 

 

 

 

 

나의 작은 화판
권윤덕 지음, 돌베개 펴냄

“나에게 그림 그리는 일은 농사짓는 일과 비슷하다.”

일본 측의 제안으로 한·중·일 작가들이 ‘평화 그림책’ 시리즈를 공동 출판하기로 했다. 그림책 작가 권윤덕씨는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꽃할머니〉를 발표했다. 처음 약속과 달리 일본어판 출간은 13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나의 작은 화판〉은 권윤덕씨의 첫 에세이다. 그는 국내 창작 그림책 1세대의 대표 작가로 척박한 그림책 시장을 열어젖혔다. 첫 작품인 〈만희네 집〉 이후로 그동안 내놓은 그림책은 모두 열 권. 옷과 도구 같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부터 제주 4·3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사건까지 주제를 확장해왔다. 미술운동에서 시작해 30여 년 동안 그림과 함께한 여정을 담담하게 일러준다.

 

 

 

 

 

 

 

 

 

내 자리는 내가 정할게요
김지경 지음, 마음산책 펴냄

“하의는 77, 상의는 66 반이시네요.”

국회에서 정치인의 말을 받아쓰고 있었다. 갑자기 뉴스 진행을 맡으라는 소식을 들었다. 40대 아줌마가 앵커라니, 이례적 인사였다. 옷 사이즈 77의 벽에 먼저 부딪혔다. 77 사이즈 앵커가 전무후무했다. 황당함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앵커 배치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다. 경험이 많은 중장년 남성 기자와 젊고 예쁜 아나운서의 조합이 대표적이다. 남자 앵커는 왼쪽, 여자 앵커는 오른쪽이었다. 저자가 진행하는 주말 뉴스에서 그날의 중요한 뉴스를 전하는 자리도 왼쪽이었다. 남자 후배의 몫이었다. 고심하다가 그냥 얘기했다. 며칠 뒤 왼쪽에 설 수 있었다. ‘다른 40대 여성 앵커의 등장을 막는 일만은 없도록 하자!’라는 부담감이 컸다. 취재 현장만큼 치열한 스튜디오의 세상을 담았다.

 

 

 

 

 

 

 

 

 

그들만의 채용 리그
로런 A. 리베라 지음, 이희령 옮김, 지식의날개 펴냄

“맞아요. 사실상 당신의 이력서를 고려조차 않는 거죠.”

저자와 인터뷰를 한 대부분의 고소득 엘리트들은 저자가 어디 출신인지, 구체적인 동네 이름까지 묻곤 했다. “당신은 디트로이트의 공립학교에서 스쿼시 선수를 결코 발견할 수 없을 겁니다. 코트가 없기 때문이죠(투자은행가 샌딥).” “나는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을 만한 사람들을 찾습니다. 공정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죠(투자은행가 브랜든).” “만약 회사에 소수집단 출신의 임원들이 거의 없다면, 소수집단 출신의 임원들의 자녀도 없을 겁니다(투자은행가 라이언).” “저는 법은 가르칠 수 있지만 지능은 가르칠 수 없다는 명제를 믿는 사람입니다(로펌 파트너 로런).” 사회학자인 저자가 고연봉을 주는 회사의 인사팀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그들만의 채용 현장’을 파헤쳤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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