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유튜브 채널 ‘헬마우스’ 진행자 임경빈씨(왼쪽)와 하헌기씨.

‘가짜뉴스 잡는’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가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관련 연구 조직인 ‘새로운 소통연구소’를 통해 20~40대 청년층의 정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벌인 것. 유튜브 헬마우스의 구독자(5월 말 현재 11만8000여 명)와 일반 응답자를 분리, 비교하는 방법으로 시행된 이 조사에서 청년층들은 이전 세대와 정치 성향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드러냈다. 〈시사IN〉은 1980년대생 6명으로 구성된 헬마우스 제작진에게 직접 설문조사 내용을 풀이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초 ‘새로운소통연구소, 헬마우스 팀’에게 유튜브 채널의 개설 및 운영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다. 수익성으로 보면 헬마우스 채널로는 전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팀원 여섯 명이 뭉치면서 세 사람이 생업을 그만두었다. 그런데도 외주 편집자까지 한 명 뽑아야 할 정도로 일손이 모자랐다. 반면 우리가 타격하는 ‘가짜뉴스’ 채널들은 자료든 논리든 인터넷에 부유하는 것들을 곧바로 가져다 바꿔 쓴다. 그들은 큰 비용과 긴 시간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장사와 가성비의 관점에서 본다면 가짜뉴스 유튜버들에게 훨씬 더 쉽고 유리한 싸움이었다.

새로운소통연구소는 유튜브라는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 ‘진보파’들이 실패하고 헤매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인터넷 게시판, 블로그, SNS, 팟캐스트 등 뉴미디어의 물결에서 줄곧 우위를 점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던 진보파가 유독 유튜브에선 적응에 실패한 까닭이 무엇일까? 우익 가짜뉴스 채널들이 중·노년층의 현 정부에 대한 반감과, 청년세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에 기대고 있다면,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 수 있을지도 생각해봐야 했다. 물론 우리는 가짜뉴스 채널들이 유튜브에서의 흥행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어낼 것이라곤 보지 않았다. 최근 화제가 된 김무성 의원의 〈한국일보〉 유튜브 영상 발언처럼, 가짜뉴스 유튜브는 ‘보수정당에게 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통해 수많은 시민들이 ‘실제 현실과 상관없는 본인들이 원하는 현실’에서 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 요구하게 될 사회적 비용은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골이 너무 깊어지기 전에 넘어설 방도를 찾아야 했다.

헬마우스 채널의 기획자인 ‘하 CP’ 혹은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은, 다수의 구독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유튜브를 매개로 사람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면 정치적 양극화로 쪼개진 한국 사회를 접합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한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유튜브 채널은 단순히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매개를 넘어서는 ‘새로운 관계 맺음’의 장이었다. 텔레비전 시청자와 달리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그 유튜버의 ‘성장 이야기’를 공유한다. 유튜버와 구독자의 관계는 그만큼 끈끈하다. 이런 구독자들로부터 설문의 응답을 끌어낸다면, 보통 1000여 개 샘플에 그치는 일반적 여론조사와 달리 수만 개 샘플로 이뤄지는 주관식 응답을 분석해서 한국 사회의 실상에 더욱 구체적으로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채널 구독자(비슷한 성향의 시민들이 모인)만 대상으로 설문하면, 편향된 표본만 수집될 가능성이 크다. 보완책으로 헬마우스 구독자 외에 일반 온라인을 기반으로 20대, 30대, 40대를 대상으로 1000샘플의 일반 설문조사를 먼저 실시하기로 했다. 그 결과를 헬마우스 채널 구독자 설문조사와 비교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터였다.

헬마우스 채널 구독자를 민주당 열혈 지지층으로 봐야 할지, 가짜뉴스에 염증을 내는 중도파로 볼 수 있을지도 토의해볼 여지가 있다. 헬마우스 구독자들은 뉴미디어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계층이다. 이 채널을 구독하는 행위 자체가 적극성의 증거다. 까다로운 주관식 문항까지 포함된 설문조사를 끝까지 마쳤다는 것도 적극성 없이는 감행할 수 없는 행위다. 그래서 구독자들의 의견과 일반적 청년세대의 의견을 비교해봤을 때 나오는 분석의 함의가 있을 것으로 봤다. 경남대 사회학과 양승훈 교수가 설문조사 및 텍스트 마이닝을 진행했다.

설문조사 진행 및 분석을 위해 자료조사를 하다가 여기에 새로운 시도를 하나 더 섞게 됐다. 현업 데이터 분석 전문가 파래김(필명)의 제안으로, 정치심리학에서 흔히 정치 성향의 보수성을 규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심리적 기질 두 개, 즉 ‘사회지배 성향’(SDO:Social Dominant Orientation)과 ‘우파 권위주의 성향’(RWA: Right-Wing Authoritarian) 지표를 분석에 추가한 것이다. 이는 ‘당신은 보수입니까, 진보입니까’라면서 자기 진단을 묻는 통상적인 문항과 비교했을 때, 한국 사회 시민들의 심리적 기질이 어떤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특히 정치심리학에서 보수로 분류되는 사람이 스스로를 진보로 표현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면, 기성 정당들이 유권자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지 그 전략의 적절성 여부까지 밝힐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터였다.

기자명 새로운소통연구소·유튜브팀 헬마우스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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