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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40)에게는 늘 스포트라이트가 따라다닌다. 등장부터 드라마틱했다. 전임자의 사퇴로 2017년 총선을 7주 앞두고 노동당 대표를 맡게 된 그는 이른바 ‘저신다마니아(Jacindamania)’ 현상을 일으키며, 보수 성향 국민당이 무난하게 집권을 연장할 거라 예상되던 선거의 판세를 뒤흔들었다. 총선 결과 노동당은 2위였지만 아던의 선전으로 국민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다. 노동당은 소수 정당과 연정해 2008년 이후 9년 만에 정권을 잡았다.

아던 총리는 재임 기간 출산을 하고, 태어난 지 3개월 된 딸과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간 젊은 여성이라는 점과 ‘정치적으로 올바르다(political correctness)’는 이미지가 주로 부각되었던 그는 코로나19 비상사태에서 비상한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3월에서야 뒤늦게 코로나19 대응에 뛰어들었다. 그럼에도, 방역 골든타임을 놓쳐 전염병 확산 저지에 애를 먹는 여러 국가들과 달리 코로나19 불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 결단력 있게 추진된 정책들이 주효했다. 3월19일 뉴질랜드 정부는 국경을 닫아 외국인들의 입국을 막았다. 전국적으로는 강도 높은 봉쇄 조치가 단행됐다. 의료진 등 필수 인력 외에는 4주간 집 밖 출입이 제한됐다. 4주는 코로나19 잠복기(14일)가 두 번 반복되는 기간이다.

아던 내각은 단호하면서도 친근한 메시지로 국민을 설득했다. 봉쇄령이 시작되기 전날 정부는 이런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당신이 코로나19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세요. 이는 생명을 살릴 것입니다. 코로나19에 맞서 단결하기 위해 모두 자신의 몫을 다합시다.’ 아던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노련한 소통능력을 보여주었다. 봉쇄 초기 그는 집에서 편안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페이스북 라이브를 진행했다. “자가격리를 위해 쏟는 노력의 효과가 (···) 최소한 열흘 동안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낙담하지 마세요.”

방역 성과를 바탕으로 뉴질랜드 정부는 5월 들어 4단계였던 위기경보를 2단계로 대폭 완화했다. 5월28일 기준 뉴질랜드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504명, 사망자는 22명이다. 레스토랑과 커피숍이 문을 열고 국내 여행도 가능해졌다. 5월19일 뉴질랜드의 관광거점 중 한 곳인 로토루아를 방문한 아던 총리는 “우리는 코로나19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라며 주 4일 근무제 구상에 대해 언급했다. 아던은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짧은 페이스북 라이브를 진행하며 이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가볍게 던졌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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