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4월22일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을 마스크를 쓴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중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언론과 학계에서 ‘코로나 신냉전’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신냉전까지는 아니어도 기존 관계의 ‘디커플링(결별)’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코로나 이후 미·중 관계를 ‘대결별(The Great Decoupling)’로 규정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과의 결별을 이미 결심한 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사회의 처참한 피해는 결별을 앞당기고 새로운 냉전을 준비하는 전환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양국의 결별은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기 이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1월15일, 장장 1년6개월 동안 지속된 미·중 무역협상에서 1단계 합의가 성사되었다. 세계 증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연말 대선을 치러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유권자들에게 성과를 자랑하기 바빴다. 중국으로부터 ‘2년에 걸쳐 미국산 농산물과 공산물 2000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냈으니 유권자들에게 자랑할 만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실무자들이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약속 이행에 회의적이었다. 시진핑 주석 본인이 아닌 류허 부총리로 하여금 합의문에 대신 사인하게 한 것부터 무성의하게 느껴졌다. 2월18일, 미국 국무부는 당시까지 미·중 관계에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를 건드렸다. 바로 언론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5대 관영 매체-신화통신, 중국글로벌TV네트워크(CGTN), 국제라디오, 중국일보, 하이티안 발전일보(인민일보 영문판)-를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해 중국 정부기관으로 간주한 것이다. 뭔가 달라질까? 이 매체들은 외국 대사관들과 마찬가지로 소속 직원의 명단과 채용 및 해직 상황, 미국 내 자산 등을 국무부에 보고해야 한다. 시진핑 체제 이후 중국 정부의 언론 통제가 강화되면서 관영 매체들이 ‘중국 정부의 정책과 공산당 사상을 홍보하고 해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3월18일 미국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그들(매체)은 중국공산당의 시각을 대변한다”라면서 “언론인은 사실에 제약을 받지만 외국 사절단은 그들이 속한 정부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라고 지적했다. 3월4일, 미국 국무부는 주요 관영 매체의 중국인 직원 수를 40% 줄이라고 통보했다. 중국 언론에 대한 조치가 일시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준 셈이다. 중국 역시 베이징에 주재하는 미국 5대 언론사에 대해 새롭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기자증 갱신을 빌미로 사실상의 추방 조치를 취했다. 언론만 놓고 보면 냉전시대 미·중 관계로 회귀하기 시작한 셈이다.

ⓒAFP PHOTO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앞 왼쪽)가 1월15일 1단계 무역합의안에 서명하고 악수했다.

충격적인 ‘제3국 거래금지 조치’

언론에 대한 규제는 곧 사상전쟁을 의미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진핑 주석이나 중국공산당의 사상을 홍보하고 그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집단이나 국제기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 이래 미국에서 활동해온 중국계 학자들에 대한 단속이 지속되었다. 그 연장선으로 최근에는 중국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온 미국인 학자에 대한 통제로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언론과 학계 등 지식 정보 분야의 미·중 디커플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제기구에 대한 최근 미국의 딴죽걸기 역시 크게 보면 같은 범주에 속한다. 미국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중국 편에 서서 중국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행태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보건기구(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보여준 행태는 균형을 잃어도 한참 잃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WHO를 비롯한 국제기구에 자금 지원을 줄여왔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미국은 WHO에 매년 4억 달러 이상을 건네는 최대 지원국이다. 전체 회원국 공여금 가운데 미국의 몫이 20%에 달한다. 반면 중국은 연간 4000만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세계적인 전염병 사태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WHO 지원금을 줄이겠다는 행태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러나 이 또한 국제기구의 선택을 압박하는 일종의 사상전이라는 측면을 봐야 한다. 바로 타이완 문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미국은 5월18일 열린 세계보건총회(WHA, WHO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타이완을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시키려 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배제돼온 타이완의 국제적 지위를 예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전초전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하나의 중국 원칙은 이미 깨졌다. 남은 것은 타이완의 국가 승인과 수교 그리고 국제기구 복귀를 통한 타이완 독립의 순서다. 5월20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중국과의 일국양제 원칙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타이완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첨단기술 부문에서도 미·중 사이에서 기술 패권전쟁과 디커플링이 전개되고 있다. 5월15일 미국 상무부는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한 전 세계 반도체 회사들이 화웨이와 거래하려면 사전에 미국 상무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제3국 거래금지 조치). 이 같은 충격적인 발표가 있기 전인 지난 2월14일 이미 화웨이에 대한 한 차례의 조치가 있었다. 미국 검찰이 화웨이 본사와 미국 지사 및 멍완저우 부회장을 기업부패처벌법인 리코법 위반과 대북제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미국 상무부의 제3국 거래금지 조치는 지난해 5월 단행한 ‘정보통신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에 관한 행정명령’의 업데이트 판이다. 당시 조치로 화웨이는 미국 내에서의 사업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도 없게 됐다. 화웨이가 퀄컴 같은 미국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등 첨단 부품을 구입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다. 화웨이 휴대전화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것도 금지됐다. 미국 기업과 거래가 차단된 지난 1년간 화웨이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회사인 타이완의 TSMC로부터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와 5G 통신시설용 모뎀을 공급받는 우회로를 이용했다. 지난 5월15일의 조치는 그 우회로마저 이번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매출의 12% 정도를 화웨이와의 거래에서 올리는 TSMC는 트럼프 대통령 요구대로 미국에 투자하면 화웨이와 거래하는 데 숨통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투자는 투자대로 하고 거래는 중단해야 할 처지다. 삼성전자 역시 예외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왜 그토록 화웨이에 집착할까? 화웨이를 단순한 정보통신업체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을 쉽게 본 시진핑 주석의 업보이기도 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을 얕잡아보기 시작한 중국은 오바마 정부의 반대를 무시한 채 남중국해에 인공섬 건설을 강행하고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일대일로를 밀어붙였다. 아시아의 맹주를 넘어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을 쥐겠다는 야심을 내비친 것이다. 2015년 3월 리커창 총리가 발표한 ‘중국 제조 2025’는 2049년까지 첨단기술 부문에서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노골적으로 제시했다.

패권국가 미국의 처지에서 2인자가 1인자의 자리를 넘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중국의 경제발전 시스템은 미국이나 다른 서방국가들에게는 불공정 경쟁의 산실이나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국유은행)가 국유기업 및 국유 연구소에 무제한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중국 내 외국계 회사에 기술이전을 사실상 강요해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화웨이는 중국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온 ‘중국 제조 2025’의 상징이자 미국으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회사다. 중국 제조 2025에는 ‘4차 산업혁명을 중국이 선도하겠다’는 야심이 걸려 있다. 그 관건은 결국 화웨이의 주력 상품인 5G 통신이다. 4G 시대에 비해 20배 이상의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을 특징으로 하는 5G 통신이 없다면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의 주요 부문들을 육성할 수 없다. 더욱이 5G 통신이 기본 인프라인 상황에서는 보안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 중국이 미국의 5G 인프라를 장악하는 경우 통신망에 몰래 설치한 백도어로 미국 정부와 주요 기업의 정보를 빼돌릴 수 있다고 미국 측은 우려해왔다. 심지어 유사시에는 중국이 5G 통신망으로 미국의 전력, 상수도, 도로 등 사회 인프라는 물론이고 전략무기 시스템에 일대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공산당 및 인민해방군과 한 몸이나 다름없는 화웨이 같은 회사가 4차산업 시대를 선도하는 전 세계 5G 통신망을 깔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이 과연 이를 용납할 수 있을까.

그동안 화웨이를 배척하려 했던 미국의 노력이 반드시 성공적이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화웨이가 제공하는 5G 통신설비가 경쟁사들보다 저렴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화웨이 측이 싼 가격으로 파고든 뒤 유지·보수 비용을 엄청나게 뜯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지만 착수금이 워낙 저렴했기 때문에 미국의 동맹국인 유럽 국가들조차 선뜻 미국 편에 서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는 바로 이 점에서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 중국의 관리 실패 및 정보 통제와 은폐, 이로 인한 세계 각국의 재앙적인 피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소송전 등이 중국을 국제사회로부터 디커플링시키는 강력한 요인이 될 수 있다.

ⓒAFP PHOTO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위치한 중국과학원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코로나19 기원, 누구 탓인가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미국이 그 책임의 일부를 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2014년 7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실험실 사고로 이곳에서 진행해온 ‘기능획득 바이러스 변종 연구(자연계의 병원균을 변형시켜 더욱 치명적이고 감염력이 높아지도록 만드는 연구)’가 중단되고 실험실이 폐쇄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2015년 에코헬스 얼라이언스라는 회사를 통해 우한바이러스연구소(우한 연구소)에 연구를 아웃소싱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라이선스까지 부여했다고 한다. 미심쩍은 정황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장관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정보를 봤다”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극구 부인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해온 에코헬스 얼라이언스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와 ‘박쥐 바이러스 감염’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해왔다. 2015년부터 지원된 액수가 370만 달러(45억)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NIH는 지난 4월28일, 에코헬스 얼라이언스에 대한 지원을 갑자기 중단한다.

미국 측은 중국이 바이러스 유출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고 은폐해 전 세계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한 점을 문제 삼는다. 더욱이 전 세계가 머뭇거리는 시기에 중국 측이 마스크와 방호장비를 미리 싹쓸이했다는 정황도 있다.

우한 연구소에서 관리 소홀이든 사고든 바이러스가 최초 누출된 시점은 지난해 10월 초로 추정된다. 영국의 유력 매체인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영국과 프랑스 대학 연구진이 지난 1월 초부터 수집한 7000건 이상의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최초의 숙주에서 인간에게 감염된 시점이 지난해 10월6일부터 12월11일 사이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5월11일 미국 NBC 방송은 미국 정보 당국이 지난해 10월7일부터 24일 사이 우한 연구소 내 고도의 보안시설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중단됐다는 민간 보고서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0월6일에서 11일 사이 우한 연구소에서 위험한 사건이 발생해 시설이 일시적으로 폐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거의 비슷한 기간인 지난해 10월18일에서 27일 사이 우한 연구소와 그리 멀지 않은 경기장에서 세계 109개국 9308명의 군인이 참가한 제7회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 참가했던 프랑스 선수 엘로디 클루벨과 동료들이 정체불명의 열병으로 고생한 사실이 있다. 즉 10월6일에서 24일 사이 우한 연구소에서 사고로 바이러스가 유출돼 그 주변에서 열린 세계군인대회 참석자 엘로디 클루벨 등에게 전파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중국인 최초 발병자의 발병 시점은 지난해 11월17일쯤이다. WHO에는 같은 해 12월31일에 보고되었다. 발병 시점으로부터 한참 뒤인 12월31일에 늦장 보고된 것은 명백한 중국 정부 측의 과오라는 것이다.

5월7일자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독일 연방정보국(BND) 정보 문건을 인용해 “1월21일 시진핑 주석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과 통화하면서 ‘사람 간 전염 정보를 통제하고 팬데믹 같은 전 세계 차원의 경고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보도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당시에는 74개국에서 3만명이 감염됐을 때 팬데믹 선언이 이뤄졌다. 이번에는 110여 개국 12만명이 감염된 3월11일에야 비로소 WHO가 팬데믹을 선언했다. 전 세계가 4~6주 정도 대응할 시간을 날려버린 셈이다. 5월3일자 AP 통신은 중국이 팬데믹 선언을 늦춘 이유와 관련해 “1월 초부터 중국은 해외로의 의료기 수출을 통제하면서, 해외로부터 의료용 마스크와 수술복, 장갑 등을 대대적으로 수입했다”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용품 사재기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팬데믹 선언을 의도적으로 늦췄다는 의미다. 미국이나 서방은 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방심했다가 뒤늦은 팬데믹 선언으로 허둥지둥 대책을 서둘렀으나 이미 마스크 등 의료용품을 중국이 싹 쓸어간 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19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를 그동안의 ‘외국 바이러스’라는 명칭 대신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중국에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3월16일 미국 하원의 짐 뱅크스 의원은 코로나19가 미국에 끼친 피해와 관련해 중국에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다음 날부터 트위터에서 ‘Make China Pay(중국이 배상금을 지불하게 하라)’ 운동을 시작했다. 이어서 인도 변호사협회가 아시아·태평양 국가로는 처음으로 배상 요구에 가세했다. 미국 미주리 주정부는 최초로 정부 차원의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세계 각국의 시민들과 변호사협회 등이 우후죽순으로 중국에 제시한 소송 가액만 26조 달러(약 3경200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승소 여부를 떠나서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소송전은 중국의 명확한 해명과 입장 표명이 없다면 중국을 국제사회로부터 ‘디커플링’하는 단층선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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