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고든 올포트 지음, 석기용 옮김, 교양인 펴냄

“대중은 미리 전향자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정사실이 그들을 바꾼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5월13일 브리핑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학원강사가 직업을 속인 점을 언급했다. “그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확진자에 대한 비난과 차별과 혐오를 멈출 때 더 빨리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1954년 쓰인 〈편견〉은 팬데믹을 숙주 삼아 활개 치는 차별과 혐오를 파헤친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유효한 책이다. 이 ‘벽돌책’은 8부 31장으로 구성돼 있다. 목차를 일별하고 바로 8부로 달려갔다. 입법이 편견에 영향을 끼칠까? 그렇다. 입법은 편견 자체가 아니라 편견을 공공연히 표현하는 행위를 통제하려 할 뿐이지만, 표현이 바뀌면 생각도 따라서 바뀌기 쉽다. 그러니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바울 평전
톰 라이트 지음, 박규태 옮김, 비아토르 펴냄

“바울의 계획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무엇인가?”

사도 바울은 오늘날의 기독교, 나아가 서구 문명을 정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유대인인 예수의 이야기를 당대 최고 지식인이었던 자신의 논리로 해석해서 이스라엘 외부로 전파시킨 코스모폴리탄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언어와 개념을 창안해 엄청난 성공을 이뤄냈다. 〈바울 평전〉은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유명하지만 가장 오해된 인물’인 바울이 기독교가 로마 세계를 정복하는 데 이르는 길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새로운 이해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기독교 박해자에서 사도로 변신한 뒤 수차례 옥고와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인간 바울’의 다면적 모습을 따라가며 역사적·종교적 논쟁의 대상이었던 ‘바울 신학’을 해석해낸다.

 

 

 

 

 

 

 

 

 

사랑도 발명이 되나요?
김형민 지음, 어마마마 펴냄

“대식가였던 그녀는 남자를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일에서도 무한한 에너지를 자랑했습니다.”

〈시사IN〉에서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 시리즈를 연재하는 저자가 새 책을 냈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이야기를 길어내는 저자의 능력을 익히 알고 있지만 이번에 고른 소재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그의 글을 즐겨 읽는 독자들도 비슷한 의문을 떠올릴 것이다. 사랑이라니. ‘그들만의 사랑법을 발명한 연인들의 역사’(이 책의 부제)라니.
달달하고 애틋한 연인들도 있지만 서로를 할퀴다 못해 회복할 수 없는 상처로 남는 인연도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어쩐지 백년해로한 부부보다는 모순덩어리인 인간의 내면을 바닥까지 보여준 커플들에게 마음이 간다. 당신과 나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역사서의 미덕이라면, 그래 사랑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기억의 과학
찰스 퍼니휴 지음, 장호연 옮김, 에이도스 펴냄

“맨 처음 잡았던 물고기 기억나요?”

우리의 지각은 과거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의 사고 역시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저장된 정보에 의지한다. 그렇게 우리 마음이 행하는 모든 걸 형성하는 게 기억이다. 기억력 감퇴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자기계발 서적들은 기억력 향상을 도울 수 있다고 약속한다. 이는 알츠하이머에 대한 불안과 연결된다. 문제는 기억이 왜곡되기 쉽다는 점이다. 결코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목격자의 사례를 흔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영국의 심리학자이자 환각과 환청을 과학적으로 다룬 〈내 머릿속에 누군가 있다〉의 저자가 이번엔 뇌과학이 말하는 기억의 비밀에 천착했다. 기억의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기억에 관여하는 해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핀다.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
라즈 파텔·제이슨 W. 무어 지음, 백우진·이경숙 옮김, 북돋움 펴냄

“따라서 1400년대 이후의 역사는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로 명명되어야 한다.”

인류 문명이 개발되면서 불평등 문제는 심화되고 기후는 ‘비상사태’를 맞았다. 이런 문제들은 금융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역기능이나 부산물쯤으로 이해된다. 반세계화 활동가(라즈 파텔)와 사회학과 교수(제이슨 W. 무어)인 저자들은 “자본주의가 감춰온 비용”을 현 세대의 우리가 지불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류 문명은 값진 것들을 저렴하게 만듦으로써 진보해왔다. 자연, 돈, 노동, 돌봄, 식량, 에너지, 생명 이 일곱 가지 자원이 싸구려로 취급받게 된 역사적인 맥락을 파고든다. 값진 것이 저렴해질 수 있었던 건 군대와 성직자, 회계사, 인쇄물 덕분이었다. 저자는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로 명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600년을 지나온 자본주의 역사를 낯설게 보는 관점을 제공한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김승진 옮김, 생각의힘 펴냄

“좋은 경제학은 무언가 의문을 제기하는 현상에서 출발한다.”

배너지와 뒤플로는 한집에 노벨상 메달 두 개를 갖고 있는 흔치 않은 가족이다. 부부인 두 사람은 2019년에 나란히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빈곤국가에서 개발경제학을 주로 연구했는데, “부유한 나라들이 오늘날 당면한 문제가 가난한 나라에서 보던 것과 희한하게 닮았다”라고 느꼈다. 두 사람은 경제학이 사람의 삶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신념으로 개발경제학에 투신했고, 거기서 배운 방법을 선진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써보기로 했다.
불평등부터 이민까지,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시대다. 문제를 정확히 어떻게 정의하는가, 그리고 제대로 된 도구를 이용해서 문제를 다룬다는 게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에 경제학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써먹는지 이야기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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