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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쿨섹좌’라고 있다. 일본 환경부 장관 고이즈미 신지로(39)가 한국 누리꾼들로부터 얻은 별명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장관은 일본 총리를 지낸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이다. 그는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28세에 중의원이 된다. 지금은 4선이다. 2019년에 환경부 장관이 된 후 차기 총리 후보로 급부상했다. 심지어 잘생겼다. 그러니까 이 남자는 온몸에 금수저를 휘감고 태어난 정치가다.

하지만 2020년 현재 고이즈미 신지로는 한·일 양국 누리꾼들의 웃음거리다. 그는 2019년 환경부 장관 취임 직후인 9월22일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 가서 “기후변화와 같은 큰 문제를 다루는 것은 ‘펀’하고(재미있고), ‘쿨’하고, ‘섹’시해야 한다”라고 연설했다. 이 야심차 보이지만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 고이즈미 신지로의 웃음 포인트다. ‘펀쿨섹좌’라는 별명도 여기서 나왔다. 그는 절대 틀릴 수 없는 말을, 아무런 정보 없이 한다. 희망차고 그럴듯하지만 결국은 무용한 이야기. 탁월한 배경과 이력과 외모에 극적으로 대비되는 ‘내용 없음’. 이 남자를 한·일 양국의 인터넷 스타로 만든 패턴이다.

‘펀쿨섹좌’ 발언 다음 날 한 기자가 그게 무슨 말인지 묻자 “그걸 설명하는 게 섹시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어떻게 줄일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가 지난주에 취임을 해서”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책에 대해서는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각료회의에 빠졌다가 의회에서 비판을 받자 “반성을 하고 있는데 좀처럼 반성이 전해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명언도 남겼다.

고이즈미 신지로는 증오의 대상이 아니라 명백히 개그 소재다. 여론분석 전문가인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한국의) 젊은 세대에서는 일본에 대한 도전의식이나 열등감이 안 잡힌다. 우리가 우위라는 인식이 분명하다. 한국인의 일본관이 달라지는 중요한 변화로 보고 주목하고 있다”라고 기자에게 말한 적이 있다. 인터넷 유머에 반응하는 젊은 세대들이 ‘펀쿨섹좌’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한·일 관계의 문법이 기성세대와는 달라질 징후가 보인다. 일본 정치에 만연한 세습 문화, 정권교체가 거의 없는 활력 없는 민주주의, 아래로부터의 힘으로 지배층을 끌어내린 경험이 없는 일본 근대사. 일본 정치의 이 모든 특징을 ‘뒤처짐’으로 받아들이는 자신감이 ‘펀쿨섹좌’ 개그의 바탕색이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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