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그림

원격교육이 이처럼 화두가 된 적이 있을까. 처음에는 모든 게 쉽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이라는 학교 현장에 갑자기 찾아온 과제. 잘 적응하는 교사도 있었지만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해야 하는 일이기에, 교사들은 원격수업을 위한 각종 연수 내용을 빠르게 흡수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영상을 녹화하고 편집하는 기술을 익혔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영상 업로드가 잘 안 되어 업로드하기 쉬운 유튜브를 시작한 이들도 많다. 학교에서는 보안상 제약이 많던 와이파이를 다시 구축했으며, 정보화 기기에 대한 지원도 확대했다. 가정 부담 증가, 저작권, 초상권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온라인 개학 초기보다 안정화된 상황이다.

학교 풍경은 예년과 많이 달랐다.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종이 치면 쉬는 시간을 갖는 모습은 두 달 동안 볼 수 없었다. 과제가 잘 업로드되지 않는다는 아이들의 민원 전화를 해결하고 담임교사가 온라인 학급방이나 전화로 아이들의 출석을 독려하는 모습은 마치 온라인 수업을 운영하는 교육기관의 고객센터 같았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코로나 이후 시대에는 충분히 있을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부 교육과정을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하면 학교에 5일간 등교하는 모습은 이제 과거가 될지 모른다. 100%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진행하는 학생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사실 온라인 수업은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한국교육개발원 디지털교육연구센터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수업이 그것이다. 온라인 수업은 전·편입학으로 인한 미이수 교과의 보충학습 과정이 필요한 학생, 소속 학교에 없는 교과의 이수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주 대상이었다. 학생이 일정 기간 수업을 들으며 과제를 제출하고, 담당 교사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평가 후 이수가 완료되면 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 이 밖에도 디지털교육연구센터에서는 미취학, 학업중단 학생, 학생선수 등의 온라인 수업도 운영하고 있었다.

고등교육에서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주도로 한국형 대규모 온라인 교육(K-MOOC)이 2015년에 출범하여 운영되고 있다. 초·중·고교에서도 이 같은 온라인 수업과 EBS, 에듀랑, 구글 클래스룸 등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활용한 학교 단위의 원격교육 시스템을 보완 개선한다면 미래 교육을 더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고교학점제와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농어촌이나 도서벽지 학교의 경우 인원이 적고 학교 간 거리가 멀어서 여전히 과목별 인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 처지에서는 선택권이 사실상 제한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여러 학교가 연합해 온라인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한다면 지역 편차도 줄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타 지역 학생과 동시 화상 토론하는 날

혹자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원격수업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기술개발이 코로나19 종식 이후 급격히 사그라들어 두어 달간 반짝 이뤘던 원격교육 성과가 흐지부지될까 우려한다.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원격수업의 장점이 급부상한 만큼 그 성과 역시 이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전보다 온라인 수업 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에 온라인 교육은 선택 혹은 필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원격수업 전반에 대한 교사의 역량은 이전보다 더 요구될 것이고, 교사 임용 시에도 원격수업을 위한 기술 활용 능력이 특히 강조될 것이다. 몇 년 전, 다른 지역 학생들과 우리 학생들이 동시에 화상으로 토론하는 모습을 꿈꾼 적이 있다. 이제 그 모습이 자연스러울 때까지 머지않았다.

기자명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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