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Photo2019년 2월 제61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공연하는트래비스 스콧.

SM엔터테인먼트가 콘서트를 기획했다. 타이틀은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 지난 4월26일 슈퍼엠이 스타트를 끊었고, 5월10일에는 NCT 드림이 뒤를 이었다. 이 시리즈는 아예 처음부터 디지털 환경에 포커스를 맞춰서 제작한 콘서트다. 그러니까, 컨택트가 아닌 언택트를 지향한다. 비용은 3만3000원 정도. (온라인이지만, 아니 온라인이라는 이유에서) 공연장에 직접 가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콘서트는 다양한 첨단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꾸며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인 지점은 증강현실을 본격 활용한 무대였다. NCT 드림의 경우, 해저도시처럼 전체 무대를 디자인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시간 화상채팅 역시 기존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이었다. 뭐랄까. 오프라인에서는 차마 시도하지 못했을 팬과의 일대일 소통을 온라인에서 이뤄낸 역설적인 순간이었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오프라인의 10배에 달하는 팬이 몰렸다. 하긴, 로컬의 한계를 뛰어넘어 글로벌 단위의 팬이 ‘하나의 공간에 기거’할 수 있는 게 온라인의 최대 장점 아니던가. 이런 장점을 SM 이상으로 극대화해 성공을 거둔 뮤지션이 있다. 미국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이다.

현 시대 힙합의 아이콘 트래비스 스콧이 공연을 열었다. 공연이 펼쳐진 장소는 포트나이트 내부. 여기까지 듣고 포트나이트가 공연장 이름인 줄 알았다면 당신은 이 글을 꼼꼼히 읽어볼 자격이 있다. 포트나이트는 공연장이 아니다. 게임이다. 그것도 2019년 전 세계 매출 18억 달러를 달성하면서 당당히 1위에 오른 최고 인기 게임이다.

어떤 게임인지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당신이 챙겨야 할 팩트는 다음이 전부다. 스콧이 포트나이트 세계 내부에서 콘서트를 열었고, 무려 1230만명이 그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접속했다는 거다. 심지어 그는 이 공연에서 신곡도 발표했다. ‘더 스코츠(The Scotts)’라는 제목의 이 곡은 모두의 예상대로 발매한 바로 그 주에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가볍게 찍었다.

미래에는 재해석될 공연의 의미

싱어송라이터 비요크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공연’이 지닌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이 온라인에 집착한다는 건 곧 그들이 공연에 가고 싶어 한다는 뜻이에요. 인간인 이상 육체적인 접촉이나 물성을 느끼길 원할 테니까요.”

이런 명언도 있다. 미국의 인디 뮤지션 네코 케이스의 언급이다. “라이브 쇼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끼게 해주는 최후의 카드 중 하나예요. 공연장에 가면 혹시 알아요? 미래의 배우자나 연인을 만날 수 있을지. 아니면 사랑하는 동생을 공연장에 처음 데리고 갈 수도 있겠죠. 인생 후반에 남는 건 결국 이런 추억들이에요.”

그런데 (가까운) 미래에도 과연 그럴까. 모든 게 너무 빨리 변해 역사로 남을 겨를조차 없는 세상, 섣불리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지금 세대에 대해 알아두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적어둔다. 이 글을 쓴 가장 큰 이유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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