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

“심각한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 귀를 의심했다. 2020년 공당의 대표가 ‘부정선거’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 총선 당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가림막 없는 기표대를 두고 공개투표라며 이렇게 말했다. 알고 보니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2014년 여야 합의로 도입해 시행해왔다.

내 첫 선거 경험이 부정선거 감시 활동이었다. 1992년 제14대 3·24 총선 때 공정선거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선거 전날 밤에 돈봉투가 뿌려질 수 있어서 밤새 담당 지역을 돌아다녔다. 그땐 그랬다. 군사정권 때나 들었던 그 단어를 2020년에 다시 들을 줄 몰랐다. 이 말에는 미래통합당 참패의 원인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황 대표의 말은 소통과 공감 부재를 드러낸다. 미래통합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유권자와 전혀 통하지 못했다. 태극기 부대, 아스팔트 개신교, 극우 유튜버들과 소통하며 ‘문재인 독재 타도’라는 공감대 좁은 세계관에 매몰됐다.

이번 선거는 야당에게 ‘정권심판론’의 기회였다. 코로나19가 야기한 먹고사는 문제나 실업 문제 등에 집중해 어젠다를 만들었다면 정부 중간평가로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우한 폐렴’을 고집하며 중국 봉쇄론만 주장했다. 일부 지역과 계층에선 효과를 봤을 수 있다. 선거 결과가 보여주듯 유권자들은 ‘회초리’가 아니라 ‘몽둥이’를 들었다.

대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의 ‘동지’가 있다. 바로 언론이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서 유권자의 파워를 느꼈다. 두려움도 들었다. 언론 역시 코로나19 국면에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정확한 정보를 바라는데, 언론은 생산자 입장에서만 보도한다. 언론 소비자들은 스스로 외신을 찾아 읽는다. 불만은 언젠가 심판으로 이어질 것이다. ‘주간 코로나19’에서 언론을 다룬 이유다. “기자들이 ‘답정너’로 많이 물어본다(김명희)” “생활밀착형 정보 욕구를 충족해줄 만한 게 없었다(이소은)” “공중보건 의사들 팀을 만들어 가장 먼저 한 일이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어보게 한 것이다(임승관)” “〈뉴욕타임스〉 기사처럼 ‘랜드마크 보도’를 못 만들어냈다(김준일)”. 전문가들의 지적은 ‘죽비’였다. 우리를 되돌아보았다.

21대 총선 결과를 이번 호 커버스토리로 올렸다. 천관율 기자가 총선 성적표에 담긴 ‘질문’을 포착했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총선 결과를 차근차근 분석할 예정이다. 이번 기사는 총선 결과 분석 시리즈의 총론 격이다. 지역의 벽을 넘지 못한 김부겸 후보(대구 수성갑)를 이상원 기자가 지난 8일간 동행 취재했다. 낙선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비중 있게 담았다. ‘밭을 탓하지 않는’ 그에게서 어떤 정치인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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