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그림

‘어서 개학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출근했다. 너무 오래 쉬다 보니 잊었다. 학교는 역시 힘든 곳이었다. 학교는 달라진 게 없었다.

개인 사정으로 병가를 쓰느라 3월에 한 번도 학교에 나가지 못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된 후 학교에서 전체 교사가 모여 교사회의를 한다기에 어떤 얘기가 오갈지, 교육청에서 특별한 전언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다친 데가 낫지 않았지만 출근했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2019학년도를 정리하고 2020학년도의 변화에 대해 각 부서에서 전달 연수를 했다. 그 가운데 생활지도부장의 발표가 가장 놀라웠다. 올해 교복 착용 단속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신체의 자유 속박하는 구시대 규칙

내가 다니는 학교는 2019년 서울시교육청의 요청에 따라 ‘편안한 교복 공론화’를 거쳤다. 교복이 조금 편한 디자인으로 바뀐 것 말고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아침에 ‘등교 맞이’도 계속되었다. 교복 착용과 화장, 염색 등을 선도부가 단속했다. 올해는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되었다. 교복을 입고 온 다음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생활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매 수업시간 학급별로 교복을 입지 않은 학생의 수를 세어 통계를 낸다고 한다. 그 통계를 바탕으로 ‘엘리트 학급’이라며 학급 시상도 한단다.

이 지침에 왜 우리는 시대 흐름을 역행하려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미 서울의 70% 가까운 학교가 체육복을 포함한 생활복을 교복으로 인정하고 등하교도 가능하도록 교칙을 개정했다. 지난해에 ‘편안한 교복 공론화’를 거친 학교 중 90%가 교칙을 개정해 체육복을 교복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생활지도부장 교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 자신도 학생들의 반발이 많을 것 같다며 걱정이 된다고 했다. 대체 누구의 지시와 결정이었을까. 교장의 지시에 반발하지 못하는 교사들은 학생의 반발은 무시한다.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이렇게 결정했으니 따르라고 하면 개학한 후 한동안 학생과 교사 사이에 불필요한 감정싸움이 일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왜 교복을 안 입었느냐” “빨리 갈아입어라” “다음 시간이 체육이에요” “그러면 다음 시간에 입었어야지” “교복이 불편해요” “네가 교복을 줄였겠지” “처음부터 작았어요” 같은 대화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교사는 학생을 탓하고 학생은 교사를 탓하고. 대체 무엇을 위해, 어떤 교육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체육복을 입지 못하게 하는 걸까. 학교 측의 설명은 이렇다. “우리 학교는 특성화고여서 나중에 회사 면접을 볼 텐데 평소 단정하게 교복을 입지 않으면 면접에서 피해를 본다.” 이 설명대로라면 학생들은 1학년 시작부터 언제일지 모를 회사의 면접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이다.

감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괴로운 시절이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극복해가고 있으며 언젠가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면 학교를 멈추게 한 바이러스도 이겨낼 것이다.

하지만 수십 년간 학교를 감염시켰던 황국신민 교육과 군사독재 시절의 바이러스는 아직도 남아 있다. 이 구시대의 바이러스는 대체 언제 사라질까. 코로나19에서 벗어난 학생들이 새롭게 맞이할 학교라면 더 자유로운 곳이었으면 좋겠다. 감염병의 위험과 공포에서 벗어난 것처럼 신체의 자유를 속박하던 구시대의 규칙에서 벗어난 학교이길 바란다.

기자명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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