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지 그림

코로나19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수시장 침체로 부진을 겪고 있는 서비스업, 특히 음식숙박·관광·항공 등 해당 산업의 노동자들과 영세 자영인들, 나아가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깊은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 ‘불안정 노동’은 극한의 한계상황에 내몰리는 반면, 근로계약상 사용자 외에 노무를 실제로 사용하는 자(원청, 특수고용 사업주 등)는 고용유지 책임에서도 손쉽게 벗어나고 있다.

현재 정부 대책은 피해를 본 노동자들보다 기업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각종 지원금 등의 1차적 수혜자는 기업일 뿐만 아니라 이 대책을 선택할지 여부도 사업주에게 맡겨져 있다. 노동자들이 정부 대책 지원을 원하더라도, 사업주가 신청하지 않으면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사업주들은 무급휴직과 임금 삭감을 종용하고, 더 나아가 권고사직과 정리해고라는 손쉬운 대책을 우선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해외 국가들이 경제적 사유에 의한 해고 제한조치를 직접적으로 도입한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정부 대책의 핵심인 고용유지지원금은 350만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2018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고용노동부는 여행, 관광숙박, 관광운송, 공연 등 4개 업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해 지원 수준을 상향한다고 발표하고 3월25일 이를 전 업종으로 확대했지만, 간접고용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하청업체들은 원청과의 도급계약 기간에 맞추어 채용과 계약해지를 반복하는 형식으로 인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유지 기간 신규채용 금지’라는 지원 조건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계속고용 정규직을 전제로 만들어진 고용유지지원금이 기간제 노동자에게 적용되기 어려움은 당연하다.

220만명에 달하는 특수고용 및 플랫폼 노동자들(2019년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은 고용유지는 물론이고 실업대책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현재 고용보험법은 하나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기준으로 이중 가입을 금지하고, 부분실업을 인정하지 않는다. 복수의 사업주에게 속해 일하고, 일감의 양이 줄면 보수가 줄어드는 식으로 사실상 실업 상태가 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현행 실업급여 요건상 실업으로 인정받기조차 어렵다. 정부도 특수고용 등 사각지대 지원 대책을 발표했으나, 전체 규모에 비해 지원 대상이 지나치게 작고, 그마저도 사업주가 협조하지 않으면 신청하기가 어렵다. 이들을 포함해 1000만명이 넘는 고용보험 미가입자 역시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다.

고용 유지해 기본적 삶 보장해야

노동자들은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이다. 1930년대 대공황,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각 나라들은 적절한 개입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기본적 삶을 보장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아왔다. 문제는 오늘날 고용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러 단계로 조각조각 나뉜 고용을 다시 돌아보고, 실제로 그 노동을 사용하여 이익을 누려온 주체들이 고용대책을 책임지고 강구할 수 있게 하려면, 형식상 노동자뿐만 아니라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노무 제공자까지 모든 노동자의 안전망으로서 고용정책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두의 지혜를 짜 모아야 할 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물리적 거리두기’로 바꾸고 있는 세계보건기구의 제안처럼, “우리는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서로 계속 연결돼 있을 수 있”고, 지금보다 안전할 수 있도록 서로 더 많이 연결되어야 한다.

기자명 우지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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