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4월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후보가 경복궁역 주변에서 유권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 종로는 21대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격전지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맞붙는다. 유력한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이들에게 이 선거는 ‘금배지 하나’ 이상의 의미가 있다. 패자는 2년 뒤를 기약하기 어렵다. 사실상 대선 전초전이다.

두 후보 모두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앞두고 구설에 휩싸였다. 이낙연 후보는 영광군청에서 부모님 묘소를 불법 조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동생 소유 농지에 부모 묘를 조성한 것이 농지법·장사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이낙연 후보는 4월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에 정해진 대로 과태료를 물겠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이장하겠습니다. (…) 세밀하게 따져보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라고 썼다.

황교안 후보는 3월28일 코로나19와 관련해 개신교계를 대변하는 듯한 글을 페이스북에 썼다. “교회에 집단감염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신천지 여론을 악용해 종교를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입니다. (…) 신천지와 교회는 다릅니다. 교회 내에서 감염이 발생된 사실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논란이 일자 황 후보는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가 4시간 뒤 다시 넣었다. 4월1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에서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처벌에 대해 입을 열었다가 비판받았다. 황교안 후보는 “호기심에 의해 방에 들어왔는데 막상 보니 썩 좋지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 등에 대해선 판단이 좀 다를 수 있다. (…)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이낙연 후보가 황교안 후보에게 앞선다. 3월30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낙연 후보는 55.1%, 황교안 후보는 34.5% 지지 응답을 얻었다. 20.6%포인트 차이다(〈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3월27~28일 서울 종로구에 사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 조사). 〈중앙일보〉의 3월16일 보도에서도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20.3%포인트였다(〈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3월10~11일 서울 종로구에 사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 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www.nesdc.go.kr) 참조). 양쪽 캠프 반응은 다르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보수 통합 컨벤션 효과가 변수였는데 그리 오래가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황교안 캠프 관계자는 “15~20%포인트 차이는 말도 안 된다. 당내 자체 조사에서는 3%포인트 차이까지 좁혀진 적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황교안 후보 블로그에는 ‘네 번의 총선, 여론조사 다 틀렸다’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기사가 올라와 있다.

황 후보와 지역 방문에 동행한 캠프 관계자는 종로 안에서도 방문 지역에 따라 온도차가 컸다고 말했다. “종로는 빈부 격차가 큰 곳이다. 빈촌 주민들은 대개 후보를 외면하고, 눈앞에서 명함을 찢어버리는 일도 있다. 부촌 주민들은 다른 이들의 눈을 의식해서인지 명함은 안 받고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그런데 같은 현장이라도 황 후보에 대한 반응은 차이가 났다. 4월2일 오전, 종로 한 시장에서 황 후보와 마주친 몇몇 주민들은 “열심히 하세요” “일찍 나오셨네”라며 웃어 보였다. 주로 나이가 많은 이들이었다. 반면 애써 말을 붙이려는 황 후보에게 “수고하세요”라고만 응답한 뒤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이 서 있는 길목을 사람들이 피해 가자 황 후보는 취재진에게 “시민들이 카메라를 어려워하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잠시 후 황 후보는 주민들을 향해 “그냥 가시던 데(황교안 후보 근처)로 가세요!”라고 외쳤다.

ⓒ시사IN 이명익황교안 미래통합당 종로구 후보가 4월2일 평창동에서 유권자들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악재일까 호재일까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복에 겨운 선거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뜨겁다”라고 말했다. “선거유세를 다녀보면 대개 중도층은 반응이 냉랭하다. 그런데 (이낙연) 후보님은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선다. 호감도가 높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코로나19는 여당 후보에게 악재 아닐까? 특히 호감도에 강점이 있는 상황이라면, 대민 접촉에 제약이 있는 상황은 아쉽지 않을까?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생각이 달랐다. “다행히도 감염병에 대한 정부 대응을 주민들이 나쁘게만 보지는 않는 것 같다. 또한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고 앞서가는 입장에서는 무리해서 사람들을 만날 필요가 없다.” 현장 접촉이 더 아쉬운 쪽은 쫓아가는 후보라는 것이다.

황교안 캠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선거에 ‘악재’라고 말했다. 이유는 이낙연 캠프 설명과 좀 달랐다. “이번 선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비롯한 문재인 정권의 실정이 주된 이슈가 돼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부가 ‘돈을 주겠다’고 하니까 좋아하는 것 같다.” 코로나19가 다른 이슈를 모두 집어삼킨 와중에,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자 도리어 여당 지지율이 반등했다는 것이다.

두 후보의 지역 공약은 겹치는 게 여럿 있다. 대신중·고 유지,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확대, 지하철 신분당선 연장 따위다. 그런데 정치 성향을 넘어, 두 후보의 철학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도 있다. 가령 광화문광장 관련 공약이 그렇다. 황교안 후보는 ‘광화문광장 확대 계획 전면 백지화’로 내걸었다. 3월17일 그는 “박원순 시장은 광화문광장을 민주주의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확대 구상을 발표했다. 박 시장 계획대로 확장할 경우 주변 지역은 교통지옥으로 전락한다”라고 말했다. 황 후보는 박원순 시장안을 대신할 자신의 3가지 광화문광장 공약을 밝혔는데, 그중 하나는 이런 내용이었다. “광화문광장은 국가 상징이자 미래 후대들에게 물려줄 역사적 유물이다. 따라서 안보와 통일의 광장이 되도록 하겠다. 안보·통일과 관련한 이미지를 조각으로 세우겠다.”

이낙연 후보 생각은 달랐다. 3월31일 종로의 한 아파트 주민간담회에서 이 후보는 “파리의 개선문처럼 광화문을 멋지게, 가보고 싶은 광장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후보는 이렇게 답했다. “런던에 킹스로드와 퀸스로드가 있는데 각각 정치와 문화의 공간이다. 정치는 광화문이고, 문화는 돈화문로여야 한다. 돈화문의 문화 기능은 부족하다. 광화문의 (정치) 기능은 과잉이다.” 이날 그는 광화문 확대 대신 낙원상가와 탑골공원, 궁중문화갤러리 신설 등 종로의 문화시설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했다. 다른 주민이 “종로는 교육 인프라가 낡았다”라고 말하자 “맹자 어머니가 학교 시설을 보고 이사 간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학교 주변의 환경은 종로가 제일 아닌가? 일주일에 한 번 고궁이나 박물관에 가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낫겠다”라고 답했다.

각 당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두 후보는 이번 선거를 달리 규정했다. 3월31일, 집회로 인한 불편을 호소한 주민들에게 이낙연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행정부와 사법부는 모두 재구성됐는데 입법부는 그대로였다. 이번 선거에서 이게 정리되면 정치 과잉에 따른 극단적 갈등도 해소될 것이다.” 이번 총선이 적폐 청산을 완수하는 이벤트라는 것이다. 반면 황교안 후보는 총선 승리를 구국이라고 본다. 4월1일 황 대표와 선대위 관계자들은 밤 11시40분께 광화문에서 ‘나라 살리기 경제 살리기 출정 선언’을 했다. 황 대표는 “저와 미래통합당은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하나로 뭉쳤다. 정치 1번지인 종로를 정권 심판 1번지로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는 “나라가 어려울 때 일어선 이순신 장군을 본받기 위해 일부러 이순신 동상 앞을 골랐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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