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학가의 풍경도 바꾸어놓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개강을 맞아 북적여야 할 대학 캠퍼스가 썰렁하기만 하다. ‘비대면 강의’로 강좌를 대체하는 대학이 많기 때문이다.
동영상 강의 제작은 온라인 강의에 익숙하지 않은 교강사(교수·강사)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대학 측에서 동영상 강의 제작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고 담당 직원이나 조교를 배치하는 등 대처를 하고 있지만, 모든 강좌를 비대면으로 전환하여 매끄럽게 운영하기란 불가능하다. 일단 각 대학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강의 시스템의 데이터 수용량부터 턱없이 부족해서 서버 관련 문제가 빈발한다. 이에 일부 교강사들은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 상업 플랫폼을 이용해서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교강사가 긴 시간을 투자해 겨우 동영상 강의 파일을 만들었는데, 조작 미숙으로 음성 녹음이 누락되었다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실시간으로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 상호 간의 리액션을 조절하고 외부 잡음을 차단하는 것도 큰일이다. ‘마이크를 켜놓은 채 엄마와 싸우는 모 수강생 때문에 강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는 후기도 보인다. 이는 강의자 쪽도 마찬가지라서, ‘교수님 집에서 고양이 키우더라’와 같은 귀여운 에피소드부터, ‘사모님이 교수님께 당신 그거 언제 끝나냐고 묻더라’는 방송 사고에 가까운 사건까지 다양한 사건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그야말로 ‘사이버 강의 대참사’다.
비대면 강의를 확대하는 대학 측의 대응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아쉬운 점은 대면 강의에서 비대면 강의로의 형식 전환을 너무나 간단한 일로 규정하고 실행했다는 것이다. 상당한 훈련을 받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카메라 앞에서는 으레 긴장하고 어눌해지기 마련이다. 수강생의 실시간 반응 또한 확인하기 어려우며, ‘질문과 답변’ 같은 기초적인 교수법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휘발되지 않는’ 온라인 강의의 특성상 강의자의 발언이 발화의 맥락에서 분리된 채 유통되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다. 어떤 교강사는 대학원생 몇 명을 수강생 대신 앉혀놓고 동영상 강의를 촬영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린다. 사이버 강의에 능숙한 강의자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교강사에게 상당한 시간과 재원을 투여하여 교육과 시행착오의 기회를 부여해야만 비로소 강의자가 카메라 앞에서 더듬거나 긴장하지 않는 ‘평범한 강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온라인 강의 품질과 형식에 까다로운 학생들
수강생 처지에서 보면 웃기면서도 동시에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대학생들이 어떤 세대인가? 정보 전달 매체로서 동영상을 이용하는 것에 역사상 가장 익숙한 세대가 바로 그들이다. 전문가 중의 전문가들이 제작하는 ‘인강(인터넷 강의)’을 보며 대학 입시를 준비했고, 그만큼 온라인 강의의 품질과 형식에 대해서 까다로운 수용자이다. 한 학기에 수백만원씩 등록금을 받아가는, 이른바 고등교육기관이라는 대학에서 제공하는 비대면 강의 콘텐츠의 품질에 대해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 상황에선 교강사와 수강생, 모두가 피해자다. 교강사는 익숙하지 않은 강의 환경으로 갑작스럽게 내몰렸고, 수강생들은 ‘대참사’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엉망인 교육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 와중에도 양질의 비대면 강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교강사들이 있다. 그들의 개인적 능력과 노력에는 찬사를 보내되, 극히 일부의 사례를 부각시켜 부재하는 시스템을 은폐하지는 말자. ‘별풍선이라도 쏘고 싶을 정도로’ 고품질의 비대면 강의를 제공해야 하는 책임은 결국 대학 측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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