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은 2월26일 서울 지하철로 출근하는 시민들.

한동안 안정세에 접어들던 코로나19 상황이 급반전하여 많은 이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청도대남병원에 장기 입원해 있던 정신질환자들의 집단감염 상황은 충격적이면서도 너무 비극적이라 섣불리 말을 꺼내기조차 조심스럽다. 증세가 위중한 환자들을 빨리 적절한 치료시설로 옮겨야 하는데, 이게 여의치 않다. 임상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극도로 취약한 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볼 수 있는 공공의료자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격리병상 부족 문제만이 아니다. 서둘러 격리병상을 마련한 국립정신건강센터는 감염병을 치료할 내과의사가 부족해서 환자를 들이지 못하고 있다. 언론과 시민단체는 물론 대한신경정신의학회까지 나서서 ‘국가적 결단’을 촉구하지만,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공공부문 전문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단적으로 부산의료원은 메르스 유행 이후 사직한 감염내과 의사 자리를 아직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어디에서 공공인력을 데려온다는 말인가.

사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집단 유행으로 ‘폭발’하기 전에도 가난한 결핵환자들은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 정신질환과 결핵을 동시에 앓고 있다거나, 다른 중증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데 결핵에 걸린 ‘복잡한 케이스’는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물론 여유가 있는 이들은 대학병원에서 각 분야 최고의 의료진들이 제공하는 ‘협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한 문제를 가진 이들은 대개 돌볼 가족이 없거나 가난하다. 현재로서는 전국에 아홉 곳밖에 안 되는 ‘결핵안심벨트’ 병원이 유일한 안전망이다. 그나마 최근 늘어난 것이다.

의사협회도 공공의료 확충 주장

또 다른 사례도 있다. 2010년 복지부의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던 민간 요양병원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세상에 알려졌다. 효과적인 치료약제 덕분에 이제 에이즈는 지속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 되었지만, 다른 만성질환들처럼 장기 요양이 필요한 단계에 이르면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에이즈라는 무시무시한 이름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 HIV/AIDS 인권 옹호 단체들은 전국 70여 개 공공요양병원 중 23개, 그리고 무작위로 추출한 서울의 5개 민간 요양병원에 에이즈 환자 입원이 가능한지 직접 문의하는 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환자는 혼자서 움직이거나 의사소통할 수 없는 상태이고, 에이즈 치료제는 종합병원에서 처방받으며 별다른 특별한 처치 없이 장기 요양이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공공, 민간을 가리지 않고 28개 병원 모두에서 입원을 거부당했다. 격리시설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실 에이즈는 밀접한 신체 접촉에 의해서만 감염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홍역이나 코로나19처럼 굳이 격리해서 치료할 필요가 없다. 복잡한 건강 문제와 사회적 문제로 그 누구보다도 돌봄이 절실한 이들이 갈 곳이 없다.

ⓒ서울의료원 제공서울의료원은 코로나19 특화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즘처럼 모든 사람이 공공보건의료, 국가 책임을 이야기한 적이 일찍이 없었다. 시민단체나 연구자들만의 목소리가 아니다. 예를 들면 민간 병원들이 회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대한병원협회는 정부와의 간담회에서 선별진료소 정상 운영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인력과 ‘공공의료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평소 그렇게 문재인 정부, 공공보건의료에 적대적이던 대한의사협회(의협)까지 나섰다. 의협은 “공공의료기관이나 보건소를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감염병을 치료하고 민간 의료기관은 일반진료”를 하는 이원화 전략을 제안했다. 현재의 선별진료소만으로는 많은 환자들을 다 감당하기 어려우니 “보건소와 지방의료원 같은 국공립 의료기관을 한시적으로 코로나19 의심 증상 전담 진료기관으로 지정하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확보하고 있는 모든 진료 역량을 코로나19 대응에 100%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공보건의료 확충을 주장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인기’가 반가우면서도 불편하다. 램프의 요정이 나타나 하룻밤 사이에 공공병원과 인력을 뚝딱 만들어주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갑자기 어디에서 공공병원과 인력을 ‘짠’ 하고 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2016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병원 중에서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5.8%로 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자료를 제출한 26개국 평균 52.6%의 10분의 1 수준이며, 미국(24.8%)은 물론 꼴찌에서 두 번째인 일본의 18.2%와도 세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병원 개수가 아니라 병상수로 비교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전체 병상 중 공공병원 병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10.3%로 역시 ‘압도적’ 꼴찌다. 자료를 제출한 28개국 평균 71.6%에 비하면 7분의 1 수준이다(〈시사IN〉 제621호 ‘의료의 질 높은 공공병원 확 늘려라’ 기사 참조).

코로나19 유행에서 잘 드러난 것처럼, 지역사회에서 환자를 발견하고 접촉자 조사와 오염지역 방역 작업을 시행하고, 무엇보다 방역 ‘체계’를 수립해서 인력과 물자를 배분하고 조율하는 일은 모두 병원 바깥에서 이루어진다. 공공병원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공중보건 역량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2017년 ‘사회경제적 취약지역 및 계층 결핵관리 시범사업 모델 개발’이라는 연구에 참여하면서, 결핵 관리와 관련된 여러 전문가 및 실무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중에는 PPM 간호사도 있다. PPM이란 ‘공공·민간 협력(public private mixed)’의 약자로, 공공이나 민간 병원에 결핵 관리 전담 간호사를 배치하여 결핵과 관련된 전반적 관리를 지원하는 복지부 사업이다. 결핵은 최소 6개월 이상 꾸준한 투약과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 해도 혼자서는 환자를 다 감당할 수 없다. 혹시 가족 내 접촉자가 없는지 확인하고, 왜 정해진 방문일에 환자가 나타나지 않았는지 연락하며, 가져간 약들을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도움이 될 만한 지원사업을 환자에게 연결해주고, 행정자료를 챙겨서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보고하는 일들을 어떻게 의사 혼자 감당할 수 있겠나. 이 사업은 2013년 시작되어, 환자들이 성공적으로 치료를 마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점차 확대되었다.

문제는 PPM 간호사가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한 기관에서 최대 2년까지만 근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핵은 환자와 의료진의 라포(rapport·친밀감, 신뢰 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어려운 처지의 환자일수록 신뢰를 구축하고 상황에 맞는 상담을 제공하며 적합한 지원 프로그램을 연계해주어야 한다. 환자와의 관계뿐 아니라 소속 병원의 시스템을 익히고, 다른 부서와의 협력을 다지며, 환자 등록이나 행정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데에도 숙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제공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내부의 모습.

노무현 정부 때 종합대책 마련했지만···

현실에서는 “뭘 좀 알 것 같고, 환자들하고도 이렇게 좀 되고” 할 것 같으면 계약이 만료된다. 감염병 업무를 책임지는 한 관리자는 “전문가가 절대 될 수 없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라고 이야기했다. 질본에서는 매년 ‘고용 안정’을 보장하라는 공문을 보내는 것으로 그 임무를 다하고 있다.

계약직 인력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충분한 인력과 지원은 없는데 업무는 복잡하고 까다로우니 보건소 결핵 담당자는 모두가 꺼리는 자리다. 한 전문가는 지방자체단체 의뢰를 받아 신규 담당자 교육을 하고 6개월 만에 다시 가보니 70%가 새로운 얼굴이어서 황당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교육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이다. 이렇게 현장 실무 인력이 계속 바뀌면서 자율적 역량을 쌓아갈 수 없으니, 정부의 지침은 시시콜콜 더욱 세밀해질 수밖에 없다. 단계마다 지침서가 한 권씩이다. 이게 또 문제다. 가뜩이나 아는 것도 없는데 지침마저 방대하니까, 신규 담당자들은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마다 바로 질본에 문의한다. 질본은 매번 똑같은 내용을 가르쳐주거나 현장 문제를 직접 해결해줘야 한다. 서로 못할 노릇이다.

그나마 지금은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감염병 관리지원단’이라는 조직이 만들어져서 전문적 기술 지원이 조금 나아졌다. 문제는 이 지원단도 정부의 공식 감염병 관리조직이 아니라 ‘민간 위탁조직’이라는 점이다. 말하자면 지역 소방, 재난 구호의 기획과 실무를 민간업체에 외주를 준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시는 2012년부터 서울특별시 감염병관리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3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데, 첫 6년 동안은 서울대학교가 운영을 맡았고, 2019년 5월부터 서울의료원이 맡아 3기 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유행처럼 급격한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 발생하거나 결핵, A형간염 같은 지역적 유행이 일어나면, 기술 역량에 기초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정치적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방역 실무를 조율할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아무런 권한과 책임도 주어지지 않는, 민간 위탁기관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들은 실제로 독자적인 역학조사를 할 권한조차 없다.

감염병 관리만 이런 형태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공공보건의료 체계 안에는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비롯하여 복지부가 지정한 다수의 전문 질환 센터들이 민간 위탁 구조로 운영된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은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운영을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정해두었고, 전국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들이 이에 따라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설치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조금씩 사정은 다르다. 서울시처럼 공공보건의료‘재단’으로 격상시켜 구조를 안정화시킨 곳이 있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지원단 인력의 고용 안정 문제를 우회하기 위해 지원단장을 맡은 대학교수를 ‘사장’으로 내세워 별도 조직을 만들어 수탁하도록 했다. 공무원 인력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수탁을 받은 국립대학이 정규직화의 부담도 지기 싫으니 이런 고육지책을 쓰는 것이다.

한국에서 ‘공공보건의료’ 논의가 제도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노무현 정부는 공공보건의료 공급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출범했고, 2005년에는 범정부 차원에서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구체적 세부 계획을 들여다보면 공공보건의료기관 평가체계 구축이나 지방의료원 원장 공개채용처럼 그동안 실행에 옮겨진 내용도 있지만, 바로 어제 발표한 자료라고 해도 믿을 만큼 시의성 있는 내용들이 여럿 있다.

예컨대 ‘원활한 공공보건의료인력 공급체계 마련’ ‘전염병 대응체계 구축’ ‘비시장성 필수공공재 공급기반 확충’ 등이 그것이다. 15년 전의 노무현 정부가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박수를 쳐야 할 일이 아니다. 그때 이야기한 것들이 왜 아직도 실현이 안 되어서 여전히 똑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 이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한참이 흐른 2012년에야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고, 2016년에야 비로소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이 마련되었다.

15년 이상 지지부진하던 공공보건의료 개혁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더불어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문재인 정부는 ‘의료 공공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확정하고 ‘공공보건의료발전위원회’를 발족하여 2018년 10월 ‘필수의료의 지역격차 없는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지역격차 해소, 필수 의료의 보장,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과 역량 강화, 거버넌스 체계 같은 개혁 전략들이 폭넓게 담겨 있다.

하지만 1년4개월이 지나도록 좀처럼 진전이 없다. 예컨대 공공보건의료 핵심 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공공의대 설립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본회의 상정이나 해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하겠다고 대통령이 ‘선언’을 해도, 이를 실행에 옮기는 매 단계에 암초가 가득하다. 예를 들면 의료자원의 지역적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광역지자체들이 공공병원 확충을 계획하는 경우가 늘어났지만, 매번 ‘산 넘어 산’이다. 부산시의 경우, 현재의 부산의료원 이외에 300병상 규모의 서부산의료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부산시는 2018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건립 타당성을 검토하는 용역을 발주했다. 다행히 비용 대비 편익 값이 1.01이 도출되어 1단계 시험은 통과했다. 이를 토대로 기획재정부(기재부)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 대상 사업에 신청하여 선정되었다. 하지만 부산 시민사회의 근심이 커졌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맡은 예타 조사에서 서부산의료원의 편익 계산에 포함된 항목들이 너무 협소하게 정의되었다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교통비와 이용시간, 감염병 관리(결핵 방지자 수×평균 치료비 및 사망 비용), 응급환자 사망 감소만이 편익 요소로 포함되었다. 시민들의 건강상태 개선,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 공공병원의 진료비 수익이나 각종 공공사업비와 보조금 등은 하나도 편익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면 비용 대비 편익 계산에서 부정적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서부산의료원에만 해당되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대전시는 2016년부터 복지부와 협의하여 기재부에 예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2017년에는 아예 예타 조사 대상에도 들지 못했다. 대전시는 2018년 다시 신청하여 예타 대상에 선정되었다. 2019년 7월 열린 중간보고회에서 역시 비용-편익 문제가 제기되어 최근까지도 재검토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시는 폐업한 침례병원도 공공병원으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역시 예타를 통과해야 공공 인수가 가능하다.

복잡한 제도적 장벽과 시간의 싸움 속에서 의료 공백을 견뎌내는 것은 시민들의 몫이다. 시민사회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의료시설 부문 사업 예타 표준지침 자체를 문제 삼는다. 공적 보건사업에 의한 건강 편익이나 사회적 가치가 고려될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사실 예타의 계산 방식이 문제라기보다, 공공보건의료를 비용-편익의 평가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연합뉴스‘2019 공공·응급의료 포럼’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쟁 없는데 왜 군대 유지하느냐고?

기재부의 예타 조사 운용지침에 따르면, 재정지출이 500억원 이상인 사회복지, 보건, 교육, 노동, 문화 및 관광, 환경보호, 농림해양수산, 산업·중소기업 분야의 사업 등은 예타 조사를 거쳐야 한다. 반면 예타 조사가 면제되는 사업도 있다. 대표적으로 공공청사, 교정시설, 초중등학교의 신설과 증축, 문화재 복원사업, 국가 안보에 관계되거나 보안을 요하는 국방 관련 사업 등이다. 말하자면 화려한 도청·시청을 지을 때에는 예타 조사를 안 거쳐도 되지만, 시민들에게 필요한 공공병원은 반드시 예타 조사를 거치고, 비용 대비 편익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해 부산의료원을 방문했을 때, 메르스 유행 이후 마련된 최신식 음압 격리병상 시설을 둘러본 적이 있다. 담당 간호사는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나는 맞장구를 치면서도 속으로는 ‘아이고 큰일이네. 이렇게 비어 있어서 어떡하지?’ 걱정을 했다. 사실 평소에 이런 손해를 감수하고 마련해놓은 시설과 인력들이 요즘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비용 대비 편익으로 산출할 수 있겠나. 70년 가까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왜 대규모 군대를 유지하고 무기에 돈을 쓰느냐고,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정치인은 없다. 유독 공공보건의료는 시민의 건강, 심지어 사회적 안녕을 보호하는 중요한 일인데도 깐깐한 제약조건의 장벽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아무리 정부에서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해도, 법적 기반과 제도적 세부 장치들 하나하나가 바뀌지 않으면 이는 불가능하다. 물론 이를 바꾸는 것이 바로 정치가 할 일이고, 그렇게 하라고 국민의 대표를 뽑은 것이다. 집권 정당은 열심히 노력했는데 기재부가 협조하지 않아서, 야당이 반대해서 못한다고 핑계를 댄다. 보수 야당과 그 지지 세력은 일편단심, 공무원 증원과 공공보건의료 강화에 반대하고 있다.

씨도 뿌리지 않고 열매를 거둘 수는 없다. 정부를 압박하고 국회를 압박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더욱 강력해져야 할 시점이다. 지금 같은 위기를 겪고 나서도 공공보건의료가 개혁의 궤도에 오르지 못한다면, 또 언제 가능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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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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