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 우연이 만든 치명적 바이러스, 코로나19
  • 김연희 기자
  • 호수 650
  • 승인 2020.02.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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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해 무엇을 알며 무엇을 더 알아내야 할까. 온순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돌변한 까닭은 무엇일까. 코로나19는 독감처럼 계절마다 돌아올까. 국내 바이러스 연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사IN 신선영코로나19 29번째 환자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센터가 폐쇄되었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있는 지역 병원들에 지시가 전달된다. 우한시 보건위원회가 내려보낸 이 지시는, 이상 폐렴 환자가 발생할 경우 보고하라는 것. 12월30일 현지 언론에 이 지시가 보도되자 12월31일 우한시 보건위원회는 홈페이지에 공지문을 올린다. 인구 1100만 규모의 도시 우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 27명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이 질환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감염 국가와 감염자 수가 늘면서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과학자들은 연구 성과를 국제적으로 공유하며 이 바이러스의 실체를 밝히는 데 힘을 모았다. 이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유래한 코로나바이러스이며 그동안 발견된 적 없었던 새로운 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월11일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COVID-19(코로나19)’라는 공식 명칭을 부여했다. 그사이 각국 연구진은 환자의 검체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해 실험용 세포에 배양시키는 작업을 완료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질본)도 바이러스 배양에 성공해 2월17일부터 국내 연구기관에 분양하고 있다.

물론 이제 첫발을 떼었을 뿐이다. 남재환 교수(가톨릭대 생명공학전공)는 “바이러스 배양 소식이 나오자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코앞에 있는 것처럼 얘기되는데 전혀 아니다. 이제 기초연구의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은 두 달 전과 같을 수 없다.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해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또 무엇을 더 알아내야 할까. 국내 바이러스 연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코로나19 ‘열쇠’가 몸속 ‘자물쇠’를 만났을 때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온다고 해서 바로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코로나19는 왕관 모양의 돌기를 가지고 있다. 이 돌기를 스파이크 단백질이라고 부른다(24쪽 〈사진 1〉 참조). 우리 몸속 세포 역시 표면에 다양한 기능을 하는 많은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속 세포에 감염될 때 세포 표면의 많은 단백질 중 하나를 리셉터(receptor, 세포 수용체)로 활용한다.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와 세포 표면의 단백질 중 하나가 결합해야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 세포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세포 내의 복제 도구를 활용해 스스로를 복제한 뒤 세포 밖으로 튀어나온다.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과정이다(24쪽 〈사진 2〉 참조).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은 매우 다양한데, 바이러스마다 리셉터로 삼는 단백질의 종류가 다르다. 정용석 교수(경희대 생물학과)는 그 원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접촉할 수 있는 세포 수용체(리셉터)와 만나는 것이다. 각각 열쇠와 자물쇠 역할이다.” 연구자들은 코로나19가 인체의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많은 종류의 단백질 가운데 ‘ACE2’라는 단백질을 만나면서 세포의 문을 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사IN 조남진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

사스와 메르스도 인간을 감염시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류이다. 사스바이러스도 ACE2를 리셉터로 이용하지만 결합력에 차이가 있다. 미국 텍사스 대학 분자생명과학부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사스보다 최대 20배 정도 리셉터에 잘 달라붙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ACE2와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모양이 잘 들어맞는다. 다른 변수를 배제하고 본다면, 사스보다 코로나19가 감염력도 강하고 증식도 쉽게 된다는 뜻이다.

리셉터 찾기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리셉터가 감염 기관을 알려주는 중요 단서이기 때문이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이지만 메르스는 리셉터가 다르다. 메르스의 리셉터는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 가운데 DPP4라는 단백질이다. DPP4는 상기도보다는 하기도, 즉 폐 세포에 주로 분포한다. 전파력은 비교적 낮지만 치사율이 높은 메르스의 특성이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리셉터인 ACE2는 몸의 다양한 조직에서 많이 발현하지만 주로 폐와 소장의 상피세포에 분포한다. 눈으로도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건, 안구 점막 세포에 아마도 ACE2가 있으며 바이러스가 이를 통해 감염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남재환 교수는 “코로나19는 상기도(입, 코 등)에서 감염돼 아래로 내려가는 경향을 보인다고들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임상 결과일 뿐 더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한다”라고 말했다.

ⓒ김흥구남재환 가톨릭대 생명공학부 교수

■ ‘필연적 우연’이 만든 코로나19의 탄생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사람의 세포를 해치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건 왜 그럴까? 코로나19의 경우 이 부분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보통 죽기 마련이지만, 세포를 죽이지 않고 계속 활용하는 바이러스도 있다. 연구자들의 표현에 따르면 “영리한 바이러스”이다. B형 간염처럼 오랜 기간 사람과 교류해온 바이러스가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 에볼라나 사스처럼 최근에서야 인간을 감염시켜 발견된 바이러스는 급격히 증식해 감염된 세포를 다 죽이고 해당 신체기관이 제 기능을 못할 지경에 이르게 한다. “인간과 대화를 거의 해본 적 없는” 코로나19는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바이러스로 보인다. 여기에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나면서 폐에 염증이 생기고 급성폐렴으로 이어진다는 게 지금까지의 임상 결과이다.

사실 (코로나19가 아닌) 코로나바이러스는 예상 외로 친숙한 바이러스다. 2002년 사스가 유행하기 전까지 인간에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들은 겨울철이면 가벼운 감기 증상을 일으키며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었다. 일반적인 감기 가운데 5~30%는 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 서식하는 박쥐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 박쥐에서도 다양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됐다. 그렇다면 2002년 사스, 2012년 메르스(중동 발생 기준), 그리고 2019년 코로나19까지 온순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돌변한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의 설명은 ‘우연’이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박쥐가 가지고 있던 서로 다른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 사이에서 우연히 재조합(섞임)이 일어나서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게 되고, 우연히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킨 것이다. 대신 이 우연한 현상이 반복되리라는 건 4~5년 전부터 이미 예측됐다. RNA 바이러스인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자 재조합 능력이 탁월한 데다, 개발 행위로 박쥐 서식지와 인간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고, 물류 이동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 코로나19 ‘엔데믹’ 올까

사스는 다행히도 종식되었고, 메르스는 중동 이외의 지역으로 대확산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는 어떨까? 조심스럽지만 엔데믹(endemic)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엔데믹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독감처럼 그 지역에 자리 잡고 계절마다 돌아오는 상황을 뜻한다. 엔데믹이 현실화된다면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백신과 항바이러스제(치료제) 개발은 더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를 일반적으로 사용 가능한 수준까지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10년 이상이 걸린다. 후보 물질을 개발한다고 해도, 동물실험을 거친 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3차까지 완료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백신 개발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는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잠재적인 전염병에 대비해 백신을 사전에 만들어, 2차 임상시험까지 끝내놓자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안정성이 검증된 백신 플랫폼을 이용해 그때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만 넣어 백신을 완성하는 방식의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백신 개발을 위한 국제연합인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에서는 이러한 플랫폼 테크놀로지인 핵산(DNA와 RNA) 백신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 미지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기본적인 수준에서도 코로나19에 대해 알지 못하는 영역은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 호흡기 바이러스는 감염자가 튀긴 침(비말)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가 다른 사람이 그걸 만지는 식의 매개물 감염을 통해 대부분 확산된다. 이렇게 밖으로 튀어나온 바이러스의 감염력은 바이러스마다 다르다. 외부 환경에서 오래 살아남는 바이러스도 있는 반면 햇볕의 자외선에 노출되면 짧은 시간 안에 파괴되는 것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빨리 파괴되는 쪽에 속한다. 코로나19도 숙주 바깥에서 며칠을 넘기는 수준으로 살아남지는 못할 거라고 예상하지만 정확한 연구 가 없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WHO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예방이 필수가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아직 출현하지 않은 전염병에 대비하는 사업들, 그러니까 백신을 준비하고 바이러스에 대한 기초 지식을 탄탄하게 쌓아놓는 일에는 공통점이 있다. 투자비용은 많이 들지만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1세기의 인류는 이런 사업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미지의 바이러스였던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진 또 하나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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