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가짜뉴스 바로잡고 핵심역량 점검해야”
  • 변진경 기자
  • 호수 649
  • 승인 2020.02.1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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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탁상우 박사는 공중보건 감시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15가지 핵심역량을 설정하고 위기 시 대응력을 점검한다.
ⓒ시사IN 신선영탁상우 박사는 “마스크 착용은 개인 선택이지만 나는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신종 바이러스가 일으킨 판데믹(Pandemic) 사태를 다뤄 최근 다시 화제가 된 영화 〈컨테이젼〉(2011)에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학조사관 에린 미어스(케이트 윈즐릿)는 감염병의 기원과 확산을 추적하다가 그 자신도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마지막 보고 전화에서(결국 현지에서 사망한다) 그 역학조사관은 상관에게 말한다. “임무를 완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탁상우 박사는 영화의 그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콧등이 시큰하다. 탁 박사는 2005년부터 CDC와 미국 국방부에서 역학조사관으로 일했다. 이후 고려대 생물방어연구소를 거쳐 지금은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에서 ‘범부처 공중보건 위기 대응을 위한 생물 감시체계 구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 같은 현실이 펼쳐지는(물론 치사율은 영화보다 훨씬 낮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탁 박사는 공중보건 감시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가 임박해 보인다.

초기 대응을 못해서가 아니라 바이러스의 특성 자체가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니 감염자가 지역사회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전파 중인데 알지 못하는 상황, 지역사회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감시체계(surveillance system)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지금과 같은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공중보건 감시체계는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취합되는 정보를 분석·해석해 그 내용을 보건사업과 정책에 환류시키는 과정을 통해 감염병 추가 확산을 예방할 수 있다.

정보수집 단계에서 역학조사가 중요할 것 같다.

역학조사관은 현장에서 건강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질병의 전파를 막는 사람이다. 단순히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자 관리를 하는 역할을 넘어선다. 신종플루 사태 때 미국 CDC에 있었는데 확진자 접촉자 동선을 관리했냐 하면 그렇지 않다. 어떻게 확산됐는지 증상이 어떤지 어떤 연령대가 취약한지 등 많은 정보를 취합했고, CDC의 주간 학술지(〈MMWR〉)에 직접 보고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와 보건의료 전문가는 물론 일반 시민도 이를 통해 가장 빠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역학조사관들도 지금 질병관리본부 보도자료에 나온 것 이상으로 쌓은 경험치와 데이터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 정보들을 분석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코로나19 초기 방역에서 질병관리본부(질본)의 대처는 어땠나?

잘한 일이 많다. (중국이 WHO에 보고하기 전인) 12월 말 언론을 통해 중국의 의심환자 소식이 전해지자 질본은 1월 초부터 검역을 강화했다. 공항 검역을 통해 1번 환자를 찾아냈다. 코로나19가 발열이 없는 경우가 많아 (발열 감지 검역 외) 다른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 됐지만 굉장히 빠르게 검역을 강화한 건 사실이다.

아쉬운 대처는?

5년 전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지만, 공중보건 위기 시 위기 소통 역량이 여전히 아쉽다. 위기 소통을 (위생수칙 안내 같은) 대국민 홍보 정도로만 판단하는데, 그보다 더 들어가야 한다. 특히 SNS의 잘못된 정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질본도 한다고 하지만 너무 늦다. SNS에서 다 돌고 표면으로 드러났을 때야 시야에 잡힌다. 위기상황실 특정 부서가 SNS만 모니터링해서 잘못된 정보를 취합하고 통계 분석해서 심각한 것부터 바로 팩트체크에 나서줘야 한다.

ⓒ시사IN 이명익코로나19 의심환자가 2월5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미국 CDC가 지금 한국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면 무엇부터 할까?

CDC는 공중보건 위기 상황 시 중앙정부와 지역정부의 준비 및 대응력을 파악할 수 있는 15가지 핵심역량(Public Health Emergency Preparedness and Response Capabilities)을 설정해놓았다. 지금 한국과 같은 상황이라면 CDC는 지역사회 전파를 예상하고 15가지 핵심역량을 다시 점검할 것이다. 무엇이 준비되었고 무엇이 아닌지.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하나?

내 개인적으로는 평소보다 더 열심히 손을 씻고 있다. 마스크 착용은 개인 선택이지만 나는 쓰지 않는다. 안경에 김이 서려 시야가 나빠져 넘어지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지금 의료진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N95(KF94) 마스크를 착용하는데, 사실 미국에는 N95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관해 법이 정해져 있다. N95 마스크를 쓰려면 핏(Fit) 테스팅을 거쳐야 한다. 잘 밀착돼서 새는 데가 없는지 검사를 하고, 또 이 사람이 N95를 써도 호흡기 심장 건강상 문제가 없는지 의사가 소견서를 써줘야 한다. 사실 감염 관리는 개인 예방수칙을 넘어서야 한다. 공항 화장실에 손잡이가 없고 세면대 수도꼭지에서 물이 자동으로 나오는 것처럼 사회 곳곳에 기술적으로 감염 관리가 녹아들어야 한다. 또한 노동자가 몸이 좀 아프면 임금 손실 없이 눈치 보지 않고 집에서 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가 줄어든다.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점이 병가를 잘 쓰지 못하는 문화다.

감염병 위기가 다른 공중보건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나?

코로나19로 오는 다른 공중보건 위기가 분명 많을 거다. 파악하려고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며 확인됐을 때 바로 대응해야 한다(2월12일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사태로 헌혈 취소 사례가 많아 혈액 수급이 악화되고 있어, 응급 상황 시 혈액 부족이나 수술 연기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2005년 CDC에서 카트리나 사태를 겪었다. 시작은 자연재해였는데 이후 인재로 번졌다. 전기가 끊기니 집에서 발전기를 돌리다가 일산화탄소가 나와서 죽은 사람이 많았다. 화학물질을 저장한 탱크가 부서져 유해물질이 바닷물에 유출되면서 해산물이 오염되고 식수 문제가 생기면서 수인성 감염병 우려가 커졌다. 당시 격무에 시달렸던 소방관 경찰관들도 몸에 여러 이상이 생기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다.

지금 우리나라 방역·의료 인력의 과부하도 걱정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의료인과 공무원을 보호해야 환자가 더 잘 치료를 받고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비상 상황에서 2~3주씩 집에 못 가고 밤새워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이 쓰러지면 더 큰 위기가 온다. CDC가 강조하는 공중보건 위기 상황 시 15가지 핵심역량 가운데 하나가 대응 인력의 안전과 건강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지나고 뼈아픈 반성이 담긴 메르스 백서가 나왔다. 향후 코로나 백서가 나온다면 어떤 내용이 담길까?

지금 예상하기론 코로나19는 메르스에 비해 더 길게 갈 수는 있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사망률이 높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고위험군은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특징이 다른 것에 따라 한국 사회가 이전과 달리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굉장히 궁금하다. 그 차이에 따라 방역 당국이 어떻게 다르게 대응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으로 도출된 문제점이 무엇인지 담긴다면 백서가 의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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