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 시사IN 편집국
  • 호수 648
  • 승인 2020.02.2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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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맛의 세계에서 매일을 보내는 사람
매거진 B 편집부 지음, 레퍼런스 바이 비 펴냄

“번뇌도 행복도 결국엔 음식에 담기는 결과일 뿐입니다.”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B〉의 단행본 시리즈 ‘잡스(JOBS)’는 특정 직업과 그에 담긴 삶에 대해 다룬다. 두 번째 단행본의 주제는 셰프다. 셰프는 ‘감성과 이성이 완벽히 조화를 이룬 사람’이다. 불과 물을 동시에 다루고 자연 그대로의 성질을 살리면서 죽이기도 한다. 매거진 〈B〉 편집부는 셰프 여섯 명에 주목했다. 코펜하겐에서 개성 있는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프레데리크 빌레 브라헤, 일주일에 사흘만 문을 여는 ‘목금토 식탁’의 이선용, 미국의 식문화 활동가 댄 바버, 셰프이자 에세이스트 박찬일, 전국을 다니며 제철 식재료를 탐구하는 하미현 음식연구가, 사찰음식을 세계에 알린 정관 스님을 인터뷰했다. 요리에 대한 이야기지만 삶에 대한 철학으로도 읽힌다.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
A. J. P. 테일러 지음, 유영수 옮김, 페이퍼로드 펴냄

“히틀러는 결코 전쟁을 원하지 않았고, 더욱이 전면전은 가장 원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은 그 무엇보다 ‘히틀러의 전쟁’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인물로도 자주 꼽히는 아돌프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의 시작이자 끝이었고, 이 한 인물을 이해하면 인류사 최대의 전쟁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이 책 이전까지는.
이 책은 2차 대전이 특별한 악마의 기획물이 아니라 당대 국제질서와 엇갈리는 인간 행동의 산물이었으며, 그 히틀러조차도 전쟁으로 가는 길의 작은 일부분에 불과했다고 치열하게 논증한다. 이 책은 폭풍 같은 논란을 일으켰고, 2차 대전을 해석하는 관점을 크게 뒤흔들었다. 60년 만에 한국어판이 나왔지만, 이 책이 깨트리려는 통념은 아직도 2차 대전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유력한 이미지다.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지음, 어크로스 펴냄

“그 무렵 나는 D의 질문을 바꿔 읽었다. ‘글이 무슨 소용일까요’가 아닌 ‘슬픔은 어떤 의미일까요’로.”

누군가 ‘요즘 뭐 하고 살아?’라고 물으면 망설였다. 가끔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모임을 진행하고, 책을 읽으며 지내는 일상에서 자신을 무어라 소개하면 좋을지 의심했다. 글 쓰는 일이 ‘노동’인지 헷갈렸다. 저자가 스스로를 ‘집필 노동자’라고 적을 수 있었던 건 함께 글쓰기를 공부하는 타인들 덕분이었다. 빛보다 그림자를 보고, 매끄러운 세계에서 미끄러진 존재를 보고야 마는 사람들과 함께 저자가 글을 길어 올리는 우물도 깊어졌다. 저자는 글을 쓰고, 읽고, 다시 쓰며 자신에게 입혀진 말들을 벗고, 나를 나로 살게 하는 법을 익혔다. 이 책은 자신이 삐뚤빼뚤 걸어온 시간을 나누며 당신의 이야기도 쓰라고 가만히 마주 잡는 따뜻한 손이다. 세상에 침묵해야 할 이야기는 없다고, ‘나’를 지우지 말라고.

 

 

 

 

 

멀티팩터-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
김영준 지음, 스마트북스 펴냄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선택 그 자체만으로 성공을 분석해서는 안 된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고급화 전략을 취해서? 부동산 분석에 뛰어나서? 직영점으로만 운영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전략들이 모두에게 최적의 전략이었을까? 다른 브랜드였어도 결과가 같았을까?
한국 사회의 모순이 응축된 전장인 ‘자영업’을 정면으로 다룬 〈골목의 전쟁〉 저자의 후속작이다. 저자는 “성공에 대한 기존의 모든 통념에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신선식품 배송의 스타 ‘마켓컬리’, 막걸리 파는 한식주점 ‘월향’, 국내 최대 규모의 패션 커머스 기업 ‘무신사’와 같은 기업의 사례를 분석해 승자들의 선택과 결정에 어떠한 ‘맥락’이 있었는지 살펴본다. 우리가 알던 성공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통찰을 준다.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
고영 지음, 포도밭출판사 펴냄

“계란찜은 서비스고 수플레는 만원이냐?”

저자는 말한다. ‘음식은 거저 오지 않는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음식 글’도 거저 오지 않는다. 먹방과 스타 셰프와 음식평론가가 넘쳐나는 시대에, 저자는 서민 대중의 일상 끼니를 말한다. 맛있게, 즐겁게, 아무 생각 없이 한 끼 먹어치우면 그만일 것 같은데 그는 밥상에 놓인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도착했는지 궁리하고 또 궁리해서 글을 쓴다.
저자는 음식문헌 연구자다. 말하자면 국내 유일이다.
옛 문헌을 살펴 오늘날 음식 지식이 얼마나 얄팍한지 드러낸다. 예컨대 이미 100년 전에 냉면을 둘러싼 ‘면스플레인’이 활발했다는 사실은 꽤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다. 그동안 고전문학과 관련해 많은 책을 썼는데, 음식 저서는 이번이 첫 번째다.

 

 

 

 

 

 

장제우의 세금수업
장제우 지음, 사이드웨이 펴냄

“국민의 살림살이를 걱정하기에 세금을 올릴 수 없다는 위선의 정치.”

정치인들은 복지국가를 건설하자면서도 재원 조달에 필수적인 증세는 거부한다. 복지국가는 ‘이룰 수 없는 꿈’으로 남지만, 그들의 권력은 유지되고 심지어 강력해진다. 이런 사기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의 간접세율은 너무 높고 법인세율은 지나치게 낮으니, 오로지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증세로만 복지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세금 신화’를 유포한다. 저자는 다양한 국내외 공식 자료를 통해 강고한 세금 신화를 철저히 공박한다. 용감하고 뜻이 높다. 중산층과 서민들의 세금을 늘려야 그들에게 이롭다며 ‘부자증세’가 아니라 ‘보편증세’를 감히 요구하기 때문이다. 복지국가가 진보 정치인들의 개인적 권력 강화를 위한 슬로건으로 그치길 원하지 않는 독자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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