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비’를 실천하는 ‘진’
  • 랜디 서(대중음악 평론가)
  • 호수 645
  • 승인 2020.02.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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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양한모

방탄소년단의 지난 앨범 주제는 ‘Love Yourself’였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탐구하는 건전한 메시지를 담았다. 그들도 나이를 먹은 탓일까. 데뷔 초 ‘No More Dream’같이 어리고 거친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졌다. 현재처럼 자기 자비(Self-compassion)를 말하는 그룹이 되기까지 여러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쳤겠지만, 팀 내부에서 시작됐을 만한 영향으로는 이 그룹의 최연장자인 멤버 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진은 팀의 맏이지만 리더는 아니다(두 살 아래인 RM이 리더다). 진은 형 같지 않은 형으로 유명하다. 나이 차가 가장 많이 나는 막내 멤버 정국은 진을 “초딩 같다”며 놀리곤 한다. 어이없는 농담을 하거나 몸 장난을 거는 등, 방탄소년단의 대기실 일상을 담은 유튜브 ‘방탄밤’ 속의 진은 언제나 손아래 멤버들과 허물없이 어울리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분야마다 리더십이 나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리더인 RM은 회사와 팀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나 대외 인터뷰 등을 맡고, ‘안무팀장’ 제이홉은 안무 연습과 무대 퍼포먼스 준비를 주도한다. 진의 리더십은 주로 생활이나 정서적인 영역에서 발휘된다. 중학생부터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에 연습 생활을 시작한 다른 멤버들과 달리, 진은 대학에 입학한 이후 캐스팅되었다. 10대인 타 멤버들과 처음 만났을 때는 자아가 적잖이 형성된 상태였을 것이다. 그는 중고등학생인 멤버들을 학교까지 태워주기도 하고, 생일이나 명절에는 밥상을, 수능시험 날에는 도시락을 차려주기도 하며 막 가족과 떨어져서 숙소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 사이에 돌봄이라는 개념을 심었다.

그의 돌봄은 생활에만 그치지 않았다. 아이돌이란 무한경쟁을 피할 수 없는 직업이고, 따라서 그 직군에 소속된 사람들은 끊임없이 초조해하거나 자기 자신을 몰아세우게 된다.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처럼 인기를 얻게 되기까지 지난한 시간을 보냈고,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 극복해왔다고 증언한다.

팬들에게도 유명한, 진의 일명 ‘명언’이 있다. 그가 자신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에서 전한 ‘너의 수고는 너 자신만 알면 돼’라는 말이다. 일견 겸양의 표현 같지만, 속을 보면 자기의 노력을 헛수고 취급하지 않고 존중하는 자기 자비, 나아가 자기 돌봄(Self-care)의 실천임을 알 수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 심리학과 세레나 첸 교수에 따르면, 자신을 따뜻하게 이해하며 평가하지 않는 ‘자기 자비’ 태도는 남에게도 자비롭게 대하는 연습이 된다. 성장형 마인드(Growth Mindset)를 키워주고 관계에 진정성(Authenticity)을 더해준다.

방탄소년단의 인터뷰를 보면 심리적 안정을 얻기까지 도움받은 멤버로 언제나 진의 이름을 빼놓지 않는다. 진은 노력파이지만 동시에 느긋하고 긍정적이기도 해서, 자신에게 엄격한 멤버들에게는 많은 귀감이 되었다고 한다. RM은 그를 ‘치열하게 살지 않는 것 같아도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연습벌레 지민은 “(처음에는 그런 진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결국에는 형 말이 다 맞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가사에 본인들이 그 당시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 내용을 담는다고 한다. ‘Love Yourself’라는 주제는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방탄소년단 안에서 진을 필두로 만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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