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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특히,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들이 많다. 우리 언론과 NGO는 트럼프의 미국에 대해 어쩌면 이토록 겸손하고 얌전한가? 2~3년에 걸쳐 10여%씩 올려오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느닷없이 다섯 배로 올리라고 얼러대고 있는데도 말이다. 너무 조용하다. 사자후의 논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거리를 메우던 시민단체와 그 회원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주한미군 감축하라, 철수하라 구호가 안 나오는 게 참 이상하다. 분명 미국은 우리에게 고마운 나라다. 그러나 고마운 나라와 고마워하는 나라 사이에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 그게 깨지면 파경이고 곧 파탄이다. 트럼프의 미국이 조선시대의 명(明)나라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점점 더 들지 않는가?

브라질의 열대우림 파괴, 수개월째 타들어가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산불, 필리핀의 화산 폭발, 녹아서 내리는 극지의 빙하. 이런 것들은 단순 개별 사안에 불과한 것일까? 직간접적으로 서로 얽혀서 병든 지구의 급박한 종말을 예고하는 것은 아닐까? 세계의 원시림 파괴는 1분마다 38㏊가 사라져갈 정도라는 추계가 있다. 하루에 축구장 7만2000개 면적만큼 없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식처를 잃은 북극 백곰들의 참담한 생활상은 군 미사일로 무고한 민간 여객기를 격추한 인류의 심상과 무관한 것일까?

“우리가 끌고 나올 필요도 없다. 하나님이 아마 심장마비로 데려갈 것이다.” 누가 누구에 대해서 한 말인지는 굳이 밝히지 않겠다. 만약 개신교 목사가 이런 말을 했다면, 신의 얼굴에 침을 뱉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엄혹한 1970~1980년대에 언론 자유를 위해 싸웠던 사람은 누구이고, 지금 끊임없는 망언으로 그 소중한 자유를 만끽하는 자는 누구인가. 최근의 20대 국회를 바라보면서 많은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싸움에 몰두하는 저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나라의 장래일까, 자신의 사익(私益)일까? 아니면 자신의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일까?

지금 세계는 동네 망나니들의 놀이터 비슷한 꼴이 돼가는 느낌이다. 혹자는 경제적 먹이사슬로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구조 덕분에 그나마 파국의 임계점이 늦춰지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정말이지 이러고도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는 게 신기하다. 2017년 한국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대통령 탄핵이 올해 미국에서는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하지만, 그 과정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 하버드 대학 골드스미스상을 받은 뉴스 앵커 호르헤 라모스가 수상 소감 모두에서 트럼프에 대해 한 말을 인용한다. “나는 당신의 적이 아니다. 하지만 당신의 친구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기자명 표완수 (〈시사IN〉 발행인) 다른기사 보기 wspy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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