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시민의 삶을 포토스토리로 보여주는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원 인 에잇밀리언’ 섹션.

퍼블리싱(Publishing)의 사전적 의미는 출판이다. 사진과 퍼블리싱은 언뜻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사진이 대중에게 소개되는 방법으로 전시를 많이 떠올린다. 더 많은 대중에게 사진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인쇄 매체를 통한 출판이다. 대중적 사진 퍼블리싱은 1930년대 〈루크〉 〈라이프〉 등 잡지로부터 시작된 포토저널리즘과 거의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포토저널리즘이 전성기를 누리던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인쇄 매체를 통한 사진 퍼블리싱은 사진가의 사회적 위상을 높여주고 경제적 부를 보장해주었다. 하지만 포토저널리즘의 젖줄이던 잡지 시장이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급격히 축소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발달한 현재는 거의 존폐 위기에 처했다. 포토스토리의 고전이 된 유진 스미스의 〈자비의 인간(Man of Mercy)〉과 같은 작품이 정기간행물로 출판되는 것은 이제 전설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더 이상 심층 취재가 어렵게 된 포토저널리즘 시장은 피상적인 접근과 인기에 영합하는 연예저널리즘을 근간으로 삼게 된다.

문고판 사진집 시장에 눈 돌려야

인쇄물이 사진가의 작품을 위한 공간으로 제구실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사진 퍼블리싱은 새로운 옷을 입는다. 바로 개인 작품집 퍼블리싱이다. 제임스 나크웨이, 래리 토웰, 유진 리처드 같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은 포토저널리즘 시장이 위축되자, 개인 작품집으로 눈을 돌렸다. 〈라이프〉의 포토스토리가 20장 정도의 사진으로 구성되는 데 비해, 개인 사진집은 200장 이상의 사진을 게재할 수 있다. 사진가가 자신이 만들어낸 작업의 총체적 결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대중 인쇄 매체보다는 개인 사진 퍼블리싱이 더 이상적인 셈이다.

최근 사진 퍼블리싱은 새로운 국면, 즉 다변화의 길에 접어들었다. 아트북 시장이 확대되면서 많은 사진가들이 한정판 핸드메이드(오리지널 프린트로 제작)와 같은 고급 사진집 출판에 뛰어들었다. 필자와 뉴욕국제사진센터(ICP) 동기인 매그넘의 앙투안 다가타, 모튼 앤더슨 같은 작가들의 사진집은 권당 100달러 정도에 출간된다. 그런데 1년만 지나면 아마존 등에서 1000달러 이상을 호가한다. 사진집은 이제 작품과 마찬가지로 컬렉션의 의미로 변화되었다. 물론 이런 고급형 사진집 출간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눈을 돌려야 하는 또 다른 곳이 문고판 사진집 시장이다.

사진 퍼블리싱을 단순히 인쇄 매체로만 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매체 환경이 변화를 겪고 있다. 사진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다양한 SNS로 알릴 수 있게 되었다. 기존 인쇄 매체도 인터넷판에서 변하고 있다. 지면의 한계를 벗어나 사진가들의 사진 섹션을 따로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원 인 에잇밀리언(One in Eight Million)’이라는 섹션을 통해 뉴욕 시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포토스토리로 보여준다. 인터넷판은 소리와 함께 사진을 역동적인 멀티미디어 슬라이드로 소개한다. 기존 인쇄 매체의 인터넷 버전에서 이루어진 사진 퍼블리싱은 평균적인 독자들의 수를 감안할 때 개인 출판보다 훨씬 더 큰 가능성을 보여준다. 많은 사진가들이 자신의 사진 퍼블리싱을 위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자명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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