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날갯짓〉 파라드 핫산자드 지음, 가잘레 빅델리 그림, 윤지원 옮김, 지양사 펴냄

〈나비의 날갯짓〉은 20세기 이란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시절,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우리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쩌면 이란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설날은 그리 대단한 날이 아닐지 모릅니다.

새해를 맞는 마음은 누구나 두근두근합니다. 새로 태어나는 일은 여전히 경이롭고 아름다우며, 새로 태어난 이들에게 하루하루는 새로운 모험입니다. 간절히 소망하고 기다리고 도전하며 꿈을 이루어갑니다. 지금도 어린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절한 소망과 기다림, 소박한 행복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속표지에서 시작됩니다. 속표지 제목 아래 작은 그림이 있습니다. 어느 집 현관입니다. 여자아이 신발 하나, 남자아이 신발 하나 그리고 노란 우산이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노란 우산에는 하얀 나비 무늬가 있고 우산 손잡이에는 노란 나비가 앉아 있습니다. 마치 우산에서 막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나비는 도시 위를 날아갑니다. 이제 두어 시간 뒤면 설날입니다. 나비는 어느 이발소에 도착합니다. 이발소 의자에는 꼬마 아르달란이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발소 아저씨는 어른들 머리카락을 먼저 깎고 아르달란의 차례를 자꾸 뒤로 미룹니다. 다른 어른 손님이 들어오자 아르달란은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봅니다.

새 생명이 싹트는 봄의 축제

 

같은 시각 또 다른 나비가 주택가로 접어듭니다. 옷을 수선하는 쉬린 아줌마의 집 앞에서 빨간 두건을 두른 아르투사가 한 시간째 초인종을 누르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전이 되어서 초인종은 울리지 않고 문을 두드려도 아줌마는 듣지를 못합니다. 설날을 앞두고 원피스를 찾으러 온 아르투사는 속이 탑니다.

또 한 마리 나비가 도로 위를 날아갑니다. 설을 앞두고 도로는 차와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차들 사이로 꽃을 파는 남매, 마리암과 알리가 보입니다. 두 남매는 아르달란과 아르투사와 어떤 관계일까요? 그리고 또 나비들과는 어떤 인연이 있을까요?

〈나비의 날갯짓〉은 이란의 가장 큰 명절인 노루즈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이란은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은 춘분인 3월21일을 새해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희망과 새 생명이 싹트는 봄을 맞아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며 대대적인 축제를 벌이지요. 설 축제인 노루즈는 이란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행해지는데, 2009년 유네스코는 페르시아의 오랜 역사에 뿌리를 둔 노루즈 축제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책이 아름다운 까닭은 무엇보다 어린이의 간절한 마음을 비춰주기 때문입니다. 꼬마 아르달란은 빨리 머리카락을 깎고서 엄마에게 가고 싶습니다. 아르투사 역사 얼른 드레스를 찾아 가족들 앞에서 입어보고 싶습니다. 마리암과 알리 또한 어서 꽃을 팔고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나비의 날갯짓〉은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어린이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가난하거나 부유한 것은 진짜 문제가 아닙니다. 어린이는 그 존재만으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생로병사라는 순환의 고리가 끊어진 세상에 미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 빈손으로 이 세상에 왔고 우리 모두 어린이였습니다.

기자명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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