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 심리적 문턱은 여전히 높다. 정신과에서는 우울증 치료가 어떻게 이뤄질까. 기간은 얼마나 걸리고 비용은 얼마나 들까. 안주연 마인드맨션 원장에게 물었다.


우울증 수기나 정신과 치료 경험을 담은 개인적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우울증이나 정신과에 대한 분위기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 ‘우울증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다’ 정도는 대다수가 알고 있어도 ‘우울증으로 병원에 가야 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고, 재발될 수 있고, 약을 먹어야 한다’라는 이야기가 적극적으로 들리기 시작한 건 길게 잡아서 5~6년 전후인 거 같다. 한국 보건의료 정책의 발전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정신보건센터(현 정신건강증진센터)가 각 지자체에 생기면서 충분치는 못하더라도 일반 시민에게 ‘관문’ 구실을 해줬다.

정신건강증진센터의 도움이 충분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정신보건 정책의 혜택을 어렸을 때부터 받은 친구들은 그만큼 편견도 덜하고, 우울증 등의 문제로 상담을 받는 일에도 어려움이 덜하다. 그에 비해 노년층은 일단 보건소 이용률이 청년층에 비해 높고, 정신건강증진센터를 통해 처음으로 정신질환을 인지하는 경우도 많아 만족도가 더 높을 수 있다. 예전에는 ‘문고리 잡고 5년’이라고 했다. 우울 증상을 경험해도 정신과에 꼭 가야 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그만큼 걸렸다는 의미인데, 그 점에서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문턱을 낮춘 측면이 분명 있다.

ⓒ시사IN 윤무영
실제 우울증 진료 비용이 높은 편인가?

단적으로 내과랑 비교하면 높다. 내과는 진찰료와 사흘치 약값 정도를 다 합쳐도 1만원 안팎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정신과는 정신요법료가 있다. 가장 싸고 간단하게 한다고 해도 한 번 올 때마다 1만5000원 정도 든다. 좀 비싼 약을 쓰거나 추가 검사하면 10만원 이상이 들기도 하니까 아주 싸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부담스러운 말이다. 감기처럼 툭툭 털고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감기와 우울증은 일단 치료 기간 자체가 다르다. 감기는 진짜 오래 가봐야 한 달인데 우울증은 그렇게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병이 아니다.

항우울제 복용에 대한 오해도 많다.

자살 위험이 없거나 내담자가 약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경우는 미리 논의하고 확인한 후 약 없이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상담센터를 연계하기도 하고. 증상이 비슷해도 항우울제의 효과가 다 똑같지 않아서 쉽지 않다. 이야기를 아무리 많이 나눠도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나오기도 한다. 정신과 치료는 ‘타임래그(time lag)’가 존재한다. 의사와 환자가 함께 고생하는 기간이다. 정확한 진단에 2주일 정도, 항우울제 복용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4~8주일 정도 걸린다. 환자는 이미 견딜 수 없을 때 내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항우울제 부작용이 있거나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으면 치료를 중단하기 쉽다. 치료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환자가 인지하는 만큼 회복에 도움이 된다.

여성 환자가 남성에 비해 두 배 이상 많다.

남자는 강해야 하고, 태어나서 세 번 울어야 한다는 식의 ‘맨박스’가 사회 안에서 유무언의 압박으로 작동하는 것 같다. 어디든 비슷할 텐데 우리 병원에 오는 2030 여성들의 내원 경로를 보면 친구 추천이 많다. 상대적으로 많이 우울증을 경험하는 집단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직접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거나, 친구가 치료를 받고 효과를 본 경우가 많다. 이들이 일종의 ‘얼리어답터’처럼 주변에 정신과 치료를 추천하는 경향이 있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