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좋아서 다시 한번 시사IN 편집국 취향의 세계로 이끄는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와 배순탁 음악평론가가 디스토피아 시대에 다시 보고 들을 만한 영화와 음악을 추천한다. 〈시사IN〉 연재물 가운데 다시 권하는 영화와 음악도 각각 일곱 편씩 추렸다.“여기 소개하는 일곱 개의 디스토피아는 ‘다가올 미래’가 아니다. ‘오래된 미래’다. 누군가에겐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디스토피아의 풍경. 일을 빼앗긴 어른(〈나, 다니엘 블레이크〉 〈내일을 위한 시간〉)부터 꿈을 빼앗긴 아이들(〈플로리다 프로젝트〉 〈가버나움〉)까지. 미래가 불안한 가장(〈테이크 쉘터〉)과 육아에 지친 여성(〈툴 삼위일체가 있다면 바로 ‘이것’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㉓ 예술적 뮤직비디오 세 편 ‘짧아진 호흡’과 ‘영상’ 그리고 ‘모바일’, 세 요소만 고려해봐도 뮤직비디오가 당대의 예술이라는 점은 팩트에 가깝다. 요컨대, 음악을 바탕으로 창조된 3~4분짜리 영화인 셈이다. 여기, 내가 자주 찾는 예술적인 뮤직비디오 세 편을 공개한다.멈퍼드 앤드 선스 ‘델타(Delta)’ (Live From The O2, 2019) (사진)텅 빈 객석, 한 밴드가 노래를 시작한다. 처연하고 구슬픈 멜로디다. 분위기가 변하는 건 보컬이 첫 도입부를 끝낸 뒤부터다. 관객의 환호성이 저 “어? 뭔가 우리 들어맞고 있는데?”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㉒ 푸 파이터스(Foo Fighters) 리더 데이브 그롤의 ‘플레이(Play)’ 영상이 시작되면 한 남자의 독백이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흐른다. “아름다운 스튜디오와 악기는 뮤지션에게 놀이터와 같죠. 나는 마치 캔디 가게에 들어간 아이 같아져요.”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대부분의 뮤지션은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완전하게 만족하지 못하죠. 악기를 완벽하게 마스터할 수도 없고요.” 그렇다면 그에게 음악이란 어떤 존재일까. “음악은 언제나 퍼즐 같아요. 도전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아름다운 미스터리죠 아름다움과 슬픔은 언제나 붙어 있지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㉑ 허클베리핀의 〈오로라 피플〉 내가 아는 한, 허클베리핀의 이기용은 천생 예술가형 인간이다. 그는 그 누구와도 다른 자기만의 민감한 촉수를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그는 주변에서 발생한 사건을 온몸으로 받아낸 뒤에야 무언가를 창조하는 타입의 작곡가다. 1998년의 1집 〈18일의 수요일〉부터 〈오로라 피플〉까지를 아우르는 정서 하나가 있다면 이것일 거라고 생각한다.우리는 지난 시간 이기용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 영역인 까닭이다. 다만, 이기용 같은 예술가는 자신의 음악 없이도 아주 잘 살 수 있지만…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⑲ 레너드 코언의 ‘할렐루야(Hallelujah)’ 신뢰하지 않는 몇 가지 선언이 있다. 그중 하나, 바로 “난 음악 없인 못 살아요”다. 음악뿐만이 아니다. 무엇을 논하든 간에 ‘절대’를 상정하는 문장은 언제나 불편하다. 예외를 허락하지 않고, 여지를 남기지 않아서 그렇다. 예외와 여지는 곧 가능성이다.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절대를 상정하는 선언은 크든 작든 폭력으로서 기능한다.괜히 돌려 표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과 같이 말해보겠다. 음악 없이도 우리는 잘 먹고, 잘 살 수 있 음악은 미래의 무기야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⑳ 콜드플레이(Coldplay)의 〈에브리데이 라이프(Everyday Life)〉 언제나 고민한다. 몇 개월이 지난 뒤에도 이 첫 느낌이 유효할 것인지 속으로 되묻는다. 나는 쉽게 흥분하고 쉽게 잦아드는 성격이다. 음악 듣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음반 앞에서 나는 심장박동이 저절로 빨라진다. 마치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어떻게 하면 이 앨범의 탁월함을 조금이라도 더 널리 알릴 수 있을까 궁리하게 된다.글쎄. 이번만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알아서 주목받고, 알아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⑰ 영화 〈러덜리스〉의 음악 그대, 혹시 〈러덜리스〉라는 영화에 대해 알고 있는가? 얼마 전 블루레이로 출시된 이 영화, 일단 음악이 끝내주니 아직 보지 못했다면 꼭 한번 감상해보기 바란다. 이것은 내가 영혼의 파트너 김세윤 작가의 영역인 영화 쪽을 침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영화가 아니라 ‘영화 속 음악이 갖는 의미’에 대해 논해볼 작정이다.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줄거리는 빼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본다. “당신은 과연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당연히 영화를 보면,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⑱ 빅 시프(Big Thief)의 ‘UFOF’와 ‘Not’ “고통과 트라우마는 세대에 걸쳐 대물림된다고 믿어요. 부모 세대가 겪어야 했던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도리어 축적되죠. 학대당한 사람들을 보세요. 학대당한 순간 경험했던 에너지를 다른 쪽으로 완전히 바꾸지 못하는 한 그들이 바로 학대하는 사람이 되죠. 폭력적인 것들을 부끄러워하거나 애써 무시하려 하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그걸 똑바로 응시하고, 호명하고, 밝은 곳으로 끌어내서 사랑하려 했죠.”거의 확실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런 언어로 속살을 음악은 세상 대신 한 가슴을 구한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⑯ 다시 듣는 음악 (디스토피아 음악) ‘디스토피아’라고 한번 발설해보라. 아무래도 부정적인 뉘앙스가 먼저 풍김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는 멸망했고, 희망은 사라졌다. 인류의 소수만이 살아남아….” 영화나 소설 등의 텍스트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을 수도 있고, 환경 변화로 인해 지구의 절반이 물에 잠겼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희망은 사라졌다. 그 희망, 대체 어디에서 찾아야겠는가 말이다.희망은 역대급으로 간절해진다. 당연하다. 희망이 가장 간절할 때, 그건 나라면 그 돈을 뿌리칠 수 있을까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FM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 〉진행자)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⑮ 다시 볼만한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내일을 위한 시간〉감독: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출연:마리옹 코티야르·파브리지오 롱기온 전화가 걸려왔을 때, 산드라(마리옹 코티야르)는 파이를 굽고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파이였다. 오븐에서 꺼낸 파이를 먹기 좋게 자르려는 찰나,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이야기. 다 듣지도 않고 산드라가 전화를 끊어버린다. “울면 안 돼. 버텨.”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파이는 아직 자르지도 못했다. 회사는 이미 산드라를 자르고 말았다는데.딱 모텔에 아이들이 살고 있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FM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 〉진행자)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⑭ 다시 볼만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플로리다 프로젝트〉감독:션 베이커출연:브루클린 프린스·브리나 비나이트·발레리아 코토·크리스토퍼 리베라 디즈니월드 가는 길에 아이들이 많았다. 이상했다. 디즈니월드 가는 아이들이 많은 건 하나도 이상할 게 없지만 글자 그대로 ‘디즈니월드 가는 길’ 위에 아이들이 많아서 이상했다. 위험천만한 고속도로를 놀이터 삼아 놀던 아이들. 어디서 왔을까? 어디로 돌아갈까?감독 션 베이커에게 자신이 본 풍경을 이야기한 시나리오 작가 크리스 버고흐.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우리의 멱살을 확 잡아채다 〈가버나움〉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FM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 〉진행자)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⑫ 다시 볼만한 영화 〈가버나움〉 〈가버나움〉감독:나딘 라바키출연:자인 알 라피아·요르다노스 시프로우 수갑 찬 아이가 법정에 들어선다. 자인 알 하지(자인 알 라피아). “어떤 나쁜 새끼를 찔렀기 때문에” 복역 중인 소년범인데, 녀석이 오늘 서 있는 곳은 피고석이 아니다. 원고석이다. “제가 부모를 고소했어요.” 판사가 묻는다. “왜 부모를 고소했죠?” 자인의 대답. “저를 낳아줘서요.”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만든 죄를 물어 부모를 고소한 소년. 엄마 아빠가 아이의 생년월일도 기억하지 못해 정확한 나 답은 이미 영화 안에 있었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FM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 〉진행자)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⑪ 다시 볼만한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나, 다니엘 블레이크〉감독:켄 로치출연:데이브 존스·헤일리 스콰이어·딜런 매키어넌·브리아나 샨 대략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중학교 졸업 때까지, 난 ‘가난한 집 아들’이었다. 가세가 기울어 반지하 셋방으로 밀려난 가족의 막내였다. 한번은 구청인지 어딘가에서 쌀을 준다기에 갔다. 기념사진을 찍더니 정부미 한 포대를 내게 안겼다. 그 사진은 뭘 기념하는 것이었을까? 자신의 빈궁을 증명한 대가로 쌀을 얻은 청소년이 수치심으로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른 기념?친 ‘꼭 보아야 할 영화’는 있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FM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 〉진행자)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⑩ 다시 볼만한 영화 〈미안해요 리키〉 〈미안해요 리키〉감독:켄 로치출연:크리스 히친·데비 허니우드 “당신은 ‘우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사람입니다.” 면접 담당자가 여러 번 말했다.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는 조직도 없고, 눈치 주는 상사도 없는 직장. ‘노동자’가 아니라 ‘파트너’가 된다니 괜히 으쓱한 기분도 들었다. 없는 살림에 새 트럭을 구입하고 리키(크리스 히친)는 택배 기사가 되었다. 밤낮으로 일하는 게 고되기도 했지만, 그렇게 마련한 내 집에서 훗날 가족과 당신의 악몽은 무엇인가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FM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 〉진행자)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⑨ 다시 볼만한 영화 〈테이크 쉘터〉〈테이크 쉘터〉감독:제프 니콜스 출연:마이클 섀넌·제시카 차스테인·토바 스튜어트 한 남자가 꿈을 꾼다. 거대한 먹구름이 몰려오는 꿈이다. 하늘을 까맣게 뒤덮은 새떼가 먹구름 반대 방향으로 맹렬하게 도망치는 꿈이다. 이윽고 비가 내리는데 마치 기름처럼 끈적끈적, 황톳빛 빗줄기가 쏟아지는 꿈이다. 너무 생생해서 결국 비명을 지르며 깨고 마는 꿈이다.영화 〈테이크 쉘터〉는 악몽이 현실이 될 때를 대비해서 자기 집 앞마당에 방공호를 만드는 남자 커티스(마이클 섀넌)의 이야 ‘디스토피아’는 지금, 여기에 있었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FM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 〉진행자)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⑧ 영화 (디스토피아 시대 영화) 198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나타난 거대한 우주선. 그저 떠 있기만 할 뿐 며칠째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지구인들이 먼저 우주선 문을 열고 들어간다. 병들고 지친 외계인들이 힘없이 쓰러져 있다. 급히 지상에 집단 수용소를 만들어 그들을 격리하고 ‘디스트릭트 9’라 이름 붙인다.그로부터 28년이 흐른 2010년. 250만 이주 외계인은 세상과 격리된 채 온갖 차별과 박해를 감내하며 살고 있다. 급증하는 외계인 범죄를 줄이겠다면서 정부 당 뒹굴뒹굴 누워서 치르는 ‘온라인 전쟁’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⑦ 게임자녀들이 빠진 게임의 세계에 입문해볼 수 있도록 이경혁 게임평론가가 부모도 해볼 만한 당대의 게임 화제작을 알려준다. 부모도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게임, 동시에 교양과 사회적 메시지가 포함된 게임들을 두루 망라했다. 방구석 격리의 시대에 진가를 빛내는 디지털 게임의 세계에 첫발을 들이기에 어렵지 않은 구성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플레이 투게더’ 캠페인을 제시했다. 온라인 디지털 게임은 같이 놀면서도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데 훌륭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국악 품은 트로트로 귀명창 되는 법 김문성 (국악평론가)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⑥ 국악김문성 국악평론가가 성악 발성이나 록 발성 가수 못지않게 통쾌하게 지르는 속 시원한 국악 창법을 보여주는 송가인 등 국악계 출신 대중가수들의 비결을 소개한다. 그냥 지르는 게 아니라 오장육부를 뒤트는 듯한 처절함과 애연함으로 한을 실어 지르는 그들의 창법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그 연원을 밝힌다. 〈미스트롯〉 진 송가인, 〈나는 트로트 가수다〉 왕중왕 김용임. 송가인과 김용임은 국악을 배운 가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트로트 열풍 속에 국악을 배운 가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소위 ‘국악가요 가 우리에겐 음악과 유튜브가 있다! 권용선 (수유너머104 연구원)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⑤ 음악권용선 수유너머104 연구원은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어렴풋하게만 알았던 베토벤 음악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길을 소개한다. 우리 시대의 기술은 이미 문화와 예술을 독점과 소비의 영역에만 가두는 것이 불가능하며, 여러 실황 공연들도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관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코로나19는 우리의 ‘교양’을 더욱 다채롭게 할 기회인지도 모른다. ‘잠시 멈춤’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충실히 따르는 선량한 시민의 시간, 우연히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읽다가 베토벤의 ‘템 지금은 ‘정지의 힘’을 배우는 시간 고영직 (문학평론가)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④ 문학고영직 문학평론가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가 ‘정지의 힘’(백무산)을, 무엇인가를 ‘함부로’ 하지 않는 미덕을 배울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책 속에는 길이 없다. 다만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정지의 힘(백무산)’을 배우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 한다. 나는, 우리는 정지의 시간에 무엇인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