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교사에게 존댓말을 쓰게 하면 어떨까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대학 홍보팀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좋은 연구 성과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공계 분야 한 교수님의 실험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연구 장비 옆에서 실험하는 모습을 연출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러자 교수님이 한 지도학생을 불러 말을 건넸다. “○○씨, 잠시만 장비 옆에서 같이 자세를 좀 취해볼까요?” “○○씨, 이거 촬영하는 데 수고 좀 해주겠어요?” 그 교수님은 적어도 내가 실험실에 머무는 동안은 모든 제자들에게 경어를 사용했다.낯설었다. 수업시간도 아닌데, 학생에게 교수가, 존댓말을! 그것도 자기 실험실에서 연구 웹캠이 전송하는 내 ‘큰바위 얼굴’은 익숙해졌지만…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며칠 전 평소 볼 수 없던 내용의 내부 공문이 전체 행정부서에 접수됐다. ‘배달음식의 포장 용기와 잔반 처리에 각별히 신경 써달라’는, 담당 부서의 호소 섞인 협조 요청이었다. 남은 음식과 국물의 처리, 일회용 용기 분리배출 방법까지 상세한 안내가 담겼다. 바이러스를 피하려는 캠퍼스 구성원들이 연구실과 사무실, 기숙사 등지에서 음식물 쓰레기와 포장 용기를 다량으로 쏟아내며 민원이 발생하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19 3차 대유행 이후 우리 팀도 일주일에 사나흘은 점심을 배달로 해결하고 있다.바깥출입을 가급적 삼가고 학교 안에서 ‘폴리페서’가 키운 처세의 상아탑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우리 학교 P 교수는 한 정치인의 측근이자 싱크탱크의 핵심이다. 그 주변의 다른 정치인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한다. 평소에는 주요 현안이나 정치 행보에 대해 조언하고, 때가 되면 ‘브레인’으로 선거캠프에 뛰어들기도 한다. 그가 훗날 정치에 뛰어들 생각도 없고 그의 활동을 개인의 순수한 정치참여나 전문성을 살린 사회기여로 본다 하더라도 그를 학교 대표 ‘폴리페서’로 칭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한동안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대학 구성원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그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휴학생은 수능 준비, 유학생은 입국 중지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며칠 전 학생 통계 하나가 눈에 띄었다. 올해 1학기 학사과정의 재적생 대비 휴학생 비율(휴학률)을 월별로 살펴보니 작년 같은 기간보다 5~6% 증가해 있었다. 보통 휴학률은 새 학기인 3월이 되면 겨울방학보다 낮아졌다가 여름방학에 상승하고, 2학기가 시작하는 9월 다시 하락한 뒤 연말까지 재상승 추세를 보이는데, 그 절대 수치가 작년보다 커진 것이다. 사실 군 휴학을 제외하면 개인별 휴학 사유나 배경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1학기 휴학생 증가가 코로나19 탓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문제는 다가오는 2학기다. 늘어난 휴학 기왕 시작한 온라인 수업, 이것저것 실험해보자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여느 때보다 조용했던 캠퍼스의 봄이 끝나가고 있다. 아직 등교 시기를 놓고 고민이 많은 초·중·고교와 달리, 많은 대학이 강의 대부분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고 1학기를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집단감염 재확산 조짐 이후, 대면 강의가 허용됐던 일부 수업이 다시 비대면으로 전환되거나 기지개를 켜던 대면 강의 계획들이 연기되었다. 벌써 5월 말이니 불필요한 계획으로 남길 바랐던 비대면 기말 평가를 실행에 옮길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지난 3월 ‘온라인 개강’이 결정되었을 때, 개인적으로는 적잖은 혼란을 예상했다. 코로나로 멈춘 대학의 풍경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베스트셀러 책 제목처럼, 멈추니 보이기 시작했다. 지식의 최전선인 대학이 감염병 확산 저지의 최전선이 되면서 잊었거나 몰랐거나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다.당위론적인 구호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대학과 지역사회의 상생은 실제 생존의 문제였다. ‘대학도시’라는 말이 있듯이, 대학은 자신을 품고 있는 지역사회에 사회적·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학위수여식과 입학식이 취소되자 인근 꽃가게는 물론 현수막 업체나 인쇄·디자인 업체 같은 지역 소상공인들이 울상이다. 현재로선 학생 축제 같은 봄철 각종 행사의 개최 여부 돈은 없어도 ‘가오’는 있는 대학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내가 다닌 학과는 졸업을 하려면 논문 작성이 필수였다. 논문을 쓰기 위한 수업을 들어야 하고, 12월 학기말까지 논문 한 편을 제출한 뒤 학점을 받았다. 돌이켜보면 4학년 2학기 초에 지도교수와 한 번 면담하고는 학기 내내 별로 신경 쓰지 않다가 기말 즈음 벼락치기로 써냈다. 당연히 논문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잣대를 엄격히 적용했다면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한 F 학점 논문으로 평가받고 원하는 시기에 졸업하지 못했을 것이다.오랜만에 대학 4학년 시절이 떠오른 것은 지금 근무하는 대학에서 만난 한 교수의 푸념 대학 표창장이 부끄러움에 스치운다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여느 기관장이 그렇듯 대학 총장에게도 학내 각종 현안에 대한 보고 서류와 크고 작은 정보가 온종일 쉴 새 없이 전달된다. 그중에서도 부서장이 “그 건은 총장님 결재까지 올리세요”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결재 클릭을 통해 총장이 한번 더 인지하게끔 해야 하는, 책임성이 큰 중요 사안이라는 뜻이다.“표창장을 준 일도, 결재한 적도 없다”라는 한 대학 총장의 말은 그래서 틀림없이 사실일 것이다. 외부의 유명 인사에게 주기로 한 상이거나 그 상을 처음 만들기로 결정하는 내부 결재가 아니라면, 총장 명의의 상장이나 표창장을 준비하는 업무에 총 복지부동 대학 행정에 화가 나십니까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교수나 학생이 주민이라면 단과대 행정실이나 대학본부는 동사무소 또는 구청에 해당한다. 대학에서도 교육·연구에 필요한 물적 기반과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면 주민들의 각종 민원에 직면한다. 비합리적인 제도에 대한 지적부터 캠퍼스 쓰레기 처리나 식당에 대한 불만, 불친절한 직원에 대한 성토 등 갖가지 요구가 연중 접수된다. ‘느림’은 행정의 본능이다. 평소 복지부동, 무사안일 대학 행정이 답답했던 구성원이라면 다음 지침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검토’ ‘논의’ ‘협의’ 같은 말에 속지 마라. 이 단어들은 행정부서가 생산하는 서류에 가장 ‘계급장’ 떼고 토론하고 논쟁으로 시끄러운 대학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간단한 산수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120-(3×5)-(2×15)-10-(6×10)을 계산하면? 정답은 5이다. 대학 캠퍼스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토론회에서 실제 ‘토론’을 위해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했다. 5시간이 아니라 5분이다. 다음은 문제풀이.토론회를 위해 계획된 시간은 통상 120분 정도다. 참석자 등록이 끝나고 예정된 시각에 행사를 시작했다면, 이제 ‘말씀’이 기다리고 있다. 개회사·환영사·축사·격려사 등을 위해 총장이나 부총장, 연구소나 학회 등 행사 주최 측의 장(長), 국회의원, 지자체장, 원로 같은 외부 비전 없는 대학의 비전 선포식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콘서트홀 못지않은 화려한 무대 조명에 눈이 부셨다. 웅장한 느낌의 배경음악을 시작으로 미리 제작된 영상이 대형 스크린에서 상영되었다. 가끔씩 아래에서 위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가 무대 효과를 더했다. 드디어 발표자 등장. 세련된 프레젠테이션 화면이 한 장씩 넘겨졌다. 퓨처, 글로벌, 융합, 혁신 같은 단어들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정말 아주 잠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가 느낌이 날 ‘뻔’했다. 총장을 포함해 멀뚱한 표정의 남성 대여섯이 무대 위에 오르기 전까지는. 준비된 버튼을 동시에 누르자 번쩍번쩍 조명이 행사장을 몇 교수님들의 ‘우리가 남이가’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상습 폭행, 성추행, 공금횡령, 금품 수수. 주어를 감추면 강력범죄자들의 죄명 같지만, 모두 대학교수들의 범죄이거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그들의 비위 행위다. 논문 표절, 연구비 유용, 규정을 위반한 겸직, 제자를 상대로 한 각종 갑질 등 직종 특성이 반영된 일탈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국공립대와 사립대 가릴 것 없이 교수들의 비위와 징계 문제는 많은 대학의 골칫거리다. 한 교수가 제자 성추행, 논문 무임승차, 표절 등 여러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대 인문대에서는 학생들이 파면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제주대에서는 직원에 외국인 유학생을 바라보는 속마음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우리 학교도 제법 글로벌 캠퍼스 느낌이 나는걸!’ 한국 학생들과 어울려 캠퍼스를 거닐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을 볼 때면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한국 학생들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외국인 친구들과 막힘없이 대화하는 모습도 이젠 낯설지 않다. 외국인 학생들이 많아져 학내 다양성이 커진다면 부작용도 일부 있겠지만 장점이 더 많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했다. 한국 학생들이 외국인 친구를 만들기 위해 캠퍼스 밖에서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외국 문화를 간접적이나마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지 싶었다.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학생들 교수님께 여쭤보고 창업해도 될까요?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교내에서 열리는 창업 관련 행사를 준비할 때였다. 참석자 섭외를 위해 한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창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대학원생이었다. “교수님께 여쭤보고 연락드려도 될까요? 시간은 되는데, 교수님 허락을 받아야 해서요.” 대학원생들의 생활이 지도교수 손에 좌지우지된다고는 들었지만, 한 시간 남짓 진행될 간담회에 참석하는 데 교수 허락까지 필요하다니 좀 의아했다.창업 보육(인큐베이팅)이나 산학협력 프로그램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지도교수의 눈치를 보던 학생의 처지가 이해됐다. “학생 창업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뭔지 ‘부모’ 교수와 ‘자녀’ 학생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아버지가 구속됐다. 쌍둥이인 딸들을 위해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다. 셋은 같은 고등학교에 다녔다. 아버지는 교사로, 두 딸은 학생으로. 교무실 금고에 시험지가 보관돼 있는 중간·기말 고사 며칠 전, 아버지가 평소 하지 않던 야근을 하며 교무실에 머물렀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이보다 관심은 못 받았지만,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부모-자녀 관계인 같은 대학 교수와 학생의 사례들이 공개됐다. 아버지가 가르치는 수업 8과목을 수강하면서 모두 A+를 받은 아들, 아버지 밑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아버지의 책임·감독하 “대학 독립 만세” 외치고 싶다가도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최근 한 대학 총장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안에서 신입생의 30% 이상을 정시모집으로 선발하도록 권고했는데, 이 총장이 “우린 그렇게 못하겠다”라며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나섰다. 이행 여부를 재정지원사업과 연동시키며 사실상 정부 방침을 강제한 교육부에 반기를 든 것이다. 발언의 주인공이 과학기술계 명망가인 데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사실을 고려하면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법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대학 총장이 대놓고 교육부와 맞서는 모습이 흔치 않은 건 분명하다 오늘도 ‘대나무숲’으로 간다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종종 우리 학교 ‘대나무숲’에 들른다. 학생들이 페이스북에 개설한 익명의 소통 공간이다. 천천히 스크롤을 내리며 요즘 학생들의 속마음을 엿본다.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줄임말이나 신조어가 나오면 당황할 때가 있지만 얼른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공부한 뒤 맥락을 따라잡는다. 가령 ‘아싸’는 아웃사이더의 준말이다. 생각난 김에 다른 대학 대나무숲에 들러 한참 구경하다 나오기도 한다.처음엔 신기했다. 학생들의 익명 게시판을 내가 볼 수 있다니! “나한테 너무 잘해주지 마. 오해하니까”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어” “우리 학교에 ○○동아리는 없나 정치권으로 가는 교수님께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최근 사무실에서 두 교수의 다른 행보가 화제가 됐다. “둘이 친하지는 않은가 봐.” “지금 분위기로는 ○○○이 되는 거 아니에요? 나중에 두 사람 어쩌려고 저러지?”지방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한 후보의 캠프에서 중책을 맡은 ㄱ교수와, 유력 후보에 맞서 출마한 다른 후보의 핵심 브레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해온 ㄴ교수 이야기였다. 때가 때이니만큼 말도 많고 떠다니는 이야기도 많다. ㄴ교수는 왠지 운동권 출신 같다는 둥 ㄱ교수가 더 줄을 잘 섰다는 둥. 직원들은 종종 마주치면 인사하던 두 사람이 정치인 옆에 서 있는 모습을 낯설 대학가 유령 ‘4차 산업혁명’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이 국내 대학을 배회하고 있다. 미스터리라고 조롱받던 ‘창조경제’만큼은 아니지만, 이 유령의 실체가 아직 불명확하고 그 파급력이 과장됐다는 비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벌써 여러 대학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저마다 혁신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융합학과 신설, 무(無)학과 제도 확대, 온라인 공개강좌인 무크(MOOC) 콘텐츠 강화, 소프트웨어와 코딩 교육 의무화,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융합…. 언론에 등장하는 대학 관계자들의 발언에는 ‘이대로 가면 다 망한다’는 절박함 포스트잇 한 장으로 상아탑을 바꿔라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안희정의 추락도, 조민기의 사망 소식도 아니다.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을 지켜보며 가장 놀랍고 인상 깊었던 장면은 따로 있다. 형광색 포스트잇으로 도배된 이화여대 한 교수의 연구실. 학생들은 얼굴도 모르는 피해 학생들을 위해 시위에 동참했고, 낯선 단과대 건물에 들어가 교수 연구실 출입문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나왔다. 세기의 발명품으로 태어나 판촉물의 대명사가 된 포스트잇이 이처럼 강력한 ‘레드카드’로 사용된 적이 있던가. ‘총장 비리도 밝힌 이화가 성폭력 교수는 묵인할 줄 아셨나요?’라는 메모에서는 자신감마저 느껴졌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