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교육방송국(KMBS)은 매년 9월 방송제를 연다. 방송국원 박지민(19)·우정희(22)·이아람(20)·이유진(20)·조현오(19) 씨는 방송제 때 상영할 보도기획물을 준비하려고 자료조사를 하다가 우연히 ‘마루타 아르바이트’에 관해 알게 됐다. 제약회사나 병원에서 실시하는 임상실험에 참가해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아르바이트였다. 주로 취업난에 시달리고 높은 등록금 때문에 고민하는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었다.

 

직접 ‘마루타 아르바이트’에 참여한 사례자를 섭외하는 것이 중요했다. 인터넷을 뒤져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임상실험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클럽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곳에서 취재원을 접촉해 어렵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제작팀은 제약회사와 실험실이 몰려 있는 서울·경기 지방으로 출장 가 임상실험이 진행되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제약회사 측 관계자도 인터뷰했다. KMBS 방송국원 5명은 두 달 동안 기자·PD·앵커의 역할을 번갈아 맡으며 보도기획물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제작에 매달렸다. 꼼꼼한 취재와 완성도 높은 화면 덕에 이 작품은 제1회 〈시사IN〉 대학기자상 영상 보도 부문을 수상했다.     

 

수상자를 배출한 KMBS는 역사가 깊은 방송국이다. 1970년 계명대 방송실로 창설되어 1976년 계명대 교육방송국으로 승격됐다. 그때부터 아침 8시20분과 낮 12시, 하루 두 번 30분간 ‘의와 참의 소리’를 교내 구석구석에 전해왔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구성원의 자부심도 크고 교육과정도 촘촘하게 잘 짜여 있다. 방송국에 들어온 수습 국원은 일단 5일간의 ‘트레이닝(연습)’을 거치는데, 이 기간에 절반 넘는 학생이 못 참고 나간다고 한다. ‘스펙’ 쌓기에도 바쁜 대학생들이 시간 잡아먹고 몸도 고된 방송국 일을 좋아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한때 30명까지도 머물렀던 방송국 사무실에 지금은 9명만 남았다.

하지만 KMBS 학생들은 방송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꼭 기자나 PD가 되기 위해 경력을 쌓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우정희) “내 ‘작품’을 하나씩 탄생시키는 뿌듯함을 느끼고”(이아람) “방송국에 와서 배운 영상 기술로 결혼식 촬영 아르바이트도 재미있게 하면서”(조현오) 이들은 모두 ‘지금 현재’를 즐기고 있었다.

 

계명대학교 교육방송국(KMBS) 보도팀은 등록금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이 속칭 ‘마루타 아르바이트’라 불리는 제약회사 임상시험에 몰리는 현상을 알렸다. 위는 보도영상 중 한 장면.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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