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 신분으로 취재를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런 것들이었다. “학생, 이것 좀 잘 써줘.” “이거 기사로 쓰지 마.” 〈부경대신문〉 박소슬 편집국장(21)은 그런 말을 듣고 한 번도 ‘잘’ 써준 적이 없다. “비판할 게 있으면 제대로 꼬집되 논리적으로 무장해서 상대가 반박할 수 없도록 하라”는 신문사 선배들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제1회 〈시사IN〉 대학기자상 학내 취재 보도 부문을 수상한 ‘명예박사 마케팅은 ‘대박이야?’’(〈부경대신문〉 2009년 3월16일자) 기사도 그 정신 아래 태어났다. 지난해 초부터 학교 안에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자주 드나들기 시작했다. 박근혜 의원과 안경률 의원은 명예박사 학위를 받아가고 공성진·홍준표 의원은 강연을 하러 학교에 들렀다. 학생들 사이에 “우리 학교가 무슨 국회의사당도 아니고…”라는 비아냥거림이 나돌았다.

“학교 비판 후 불이익 걱정했지만”

박씨는 학교 본부를 상대로 취재를 시작했다. 어떤 기준과 절차 아래 명예박사 수여자와 강연자를 정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학교 측은 정치인들을 학교로 부른 이유를 “다 우리 학교의 앞날을 위한 일이다”라고 모호하게 밝힐 뿐 그 기준과 절차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박씨는 추가 취재를 통해 해당 학과 교수조차 명예박사 수여 사실을 몰랐고 강연회를 주최한 학내 기구 실무자도 강연자 선정 과정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결국 ‘총장·부총장 마음대로’였다.

보도 후 박씨는 내심 긴장했다. 학교의 비민주적인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썼으니 어떤 불이익이 돌아오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학교는 별 반응이 없었다. 기사가 보도된 뒤 긴급 교무회의가 한 번 열렸다고 들었을 뿐이다. 보도 이후에도 정치인들은 여전히 명예 학위를 받고 강연을 하러 학교에 드나들었다.

〈부경대신문〉 박소슬 기자는 대학이 명예 박사 학위를 이용해 정치권과 결탁하는 실태를 고발했다(위).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