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문건이었다. 정치인 200여 명에게 검은돈을 지급한 정황이 담긴 건설사 자료가 폭로되었다. 부패 사슬은 국경을 넘었다. 수주를 따기 위해 12개국 정치인 수백명에게 검은돈을 건넸다. 지난해 불거진 브라질 건설회사 ‘오데브레트(Odebrecht) 게이트’이다. 기자들 취재도 국경을 뛰어넘었다. 스페인 언론사 〈엘파이스〉 탐사보도팀은 지난 4월 본격 추적에 들어갔다. 다른 언론사들은 유출된 자료에만 천착하는데 〈엘파이스〉 탐사보도팀은 사람(취재원)에게 매달렸다. 자료 분석은 기본이었다. 3개월간 추적과 설득 끝에 지난 7월 오데브레트 내부 인사인 타클라 듀란 변호사를 인터뷰하는 데 성공했다. ‘전 세계에 1000명이 넘는 사람을 매수했다’는 제목의 기사는 발품을 팔아 만들어낸 특종이었다. 1976년 창간한 정론지 〈엘파이스〉 소속 탐사보도팀은 5명이다. 수는 적지만 탐사보도에 과감한 투자를 한다. 경력 30년차인 호세 마리아 이루호 탐사보도팀장이 듀란 변호사 인터뷰 등 오데브레트 게이트 취재를 지휘하고 있다.
미디어가 위기라고 한다. 〈엘파이스〉 등 전 세계 언론사가 위기 타개책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저널리즘의 미래를 묻다’ 시리즈를 연재한 이유도 그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어느 정도 답이 보였다. 열쇳말은 언론 독립, 탐사보도, 민주주의, 그리고 독자의 신뢰다. 한마디로 말해 다시 언론의 정도를 걷는 것이다. 이루호 〈엘파이스〉 탐사보도팀장이 12월4일 ‘2017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의 연사로 나선다. 〈시사IN〉이 창간 10주년 기념으로 여는 콘퍼런스에서 그는 ‘탐사보도:민주주의 수호자’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시사IN〉에는 탐사보도팀이 따로 없다. 대표적인 탐사보도 전문 기자인 정희상·주진우 기자뿐 아니라 기자 모두가 탐사보도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탐사보도는 안정적인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지난 2012년 대선 뒤 〈시사IN〉은 ‘박근혜 특수’를 누렸다. “뭐라도 해야겠다”라며 독자들의 자발적인 구독 신청 전화가 빗발쳤다. 그 힘으로 〈시사IN〉은 박근혜 정부 시절 특종을 하며 버텨낼 수 있었다. 2017년 5월, 광장의 민주주의가 세상을 바꿨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사IN〉에는 5월부터 한겨울이 시작되었다. 독자들은 해원(解冤)이 되었는지 구독 연장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시사IN〉 재정 수익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정기 독자가 지금도 감소 추세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쓴 김동인 기자가 취재한 〈가디언〉 편집국장의 말을 빌려 감히 독자들에게 부탁드린다. “〈시사IN〉의 독립 저널리즘을 함께 보호해주십시오.” 12월4일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 때 독자들과 함께 우리가 갈 길을 모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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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77쪽 분량 기사 [편집국장의 편지]
원고지 77쪽 분량 기사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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