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촛불 때 광장에 나가지 못했다. 검찰청사에 갇혀 있었다. 출입처가 검찰이었다. 광화문광장과 서초동 검찰청사는 그 거리만큼 분위기도 달랐다. 검찰 반응으로 그 열기를 가늠했다. 검찰청사에서 촛불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공안)를 해치는 처벌 대상이었다. 촛불 열기가 뜨거울수록 검찰 고위직들의 발언 강도가 세졌다. 그들의 발언이 내겐 촛불 온도계였다. 검찰 고위 간부 입에서 국내외 온갖 법리가 동원되었다. 〈PD수첩〉은 명예훼손이었고,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은 업무방해였으며, 촛불집회는 집시법 위반 대상이었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3차장은 확신에 차서 기자들에게 법리 강의를 했다(그들의 현란한 법리는 나중에 법원에서 거의 다 깨졌다). 그사이 1차장검사가 지휘하는 형사2부장, 3차장검사가 지휘하는 특수1부장이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의견을 냈다는 말이 돌았다. 한동안 두 부장검사와 각각의 차장검사 사이가 틀어졌다는 말도 돌았다. 2008년 촛불이 사그라지자 알다시피 검찰 공화국이 엄습했다. 2016년 촛불 땐 광장에 있었다. 광화문광장에 거리편집국을 차렸다. 촛불 시민 속에서 광장의 열기를 체감했다. 촛불의 압도적인 힘에 ‘박근혜·우병우 검찰’은 움츠러들었다. 검찰이 광장의 눈치를 보는 사이 2016년 촛불은 헌법과 사법절차에 따라 가장 평화롭게 정권을 바꾸어냈다.
2016년 촛불은 2008년 촛불이 있었기에 타오를 수 있었다. 더 멀리는 2002년 촛불과 닿아 있다. 2002년 11월27일 아침 6시, 한 누리꾼(아이디 앙마)이 ‘광화문을 우리의 영혼으로 채웁시다. 광화문에서 효순이 미선이와 함께 수천, 수만의 반딧불이가 됩시다’라는 짧은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MSN 메신저를 통해 ‘▶◀’ 상장(喪章)이 그날 아침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사흘 뒤 ‘빛이 사방을 덮어 세상 곳곳으로 퍼진다’는 광화문에 촛불이 타올랐다. 보름 뒤 12월13일 ‘촛불의 바다가 미 대사관을 덮쳤다(AFP 기사 제목)’.
2002년, 2008년, 2016년 촛불의 바다 기저에는 분노가 깔려 있었다. 분노는 고립을 자초하기도 했고 긴장감을 유지하며 연대를 강화하기도 했다. 광장의 주권자들은 촛불을 들고 분노를 표출했고,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쳤으며, 마침내 촛불을 들고 세상을 바꿔냈다. 이번 호는 2016년 촛불 1주년 특별호다. 지난겨울 광장을 채운 촛불 주권자들에게 〈시사IN〉 제529호를 헌정한다. 우리 모두 축하받을 자격이 충분하기에.
덧말:2008년 촛불 온도계 구실을 했던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현재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3차장검사는 박근혜 정부 검찰의 수장이었던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다. 형사2부장은 〈PD수첩〉 기소를 반대하며 옷을 벗은 임수빈 변호사다. 특수1부장은 현재 문무일 검찰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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